17년째 녹슨 철근만 삐쭉삐쭉…제주 장기 방치 건축물 ‘골머리’
17년째 녹슨 철근만 삐쭉삐쭉…제주 장기 방치 건축물 ‘골머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리-현장] 미관저해, 우범지대 우려...사유재산 침해 소지로 행정개입 제한적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녹슨 철근들만 솟아 있다.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로 인해 제주 행정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시 미관 저해와 함께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크지만, 사유재산이라서 행정의 개입이 극히 제한적이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소재의 한 자연녹지지역. 2003년 숙박시설로 착공한 이후 건물 기초 골조공사 뒤 20년 가까이 나머지 공사가 멈춰선 이곳은 흡사 어느 무성한 곶자왈 숲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잡목과 잡초로 우거져 있는 모습이다. 

녹지라고 생각했던 토지지만, 곳곳에 녹슨 철근과 함께 짓다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을씨년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취재기자가 가까이 다가가려했지만 너무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과 뒤엉킨 잡목들이 우거져 있어 입구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자동차를 이용해 풀숲을 헤치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곳곳에 큰 웅덩이도 보이는 등 안전사고 위험마저 있어 진입 자체가 여의치 않았다. 

<br>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로 철근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이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 가까이 다가가려 했지만, 무성하게 자란 풀로 입구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해당 부지 옆에 3층 높이 호텔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풀숲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 구조물 길이는 대략 100m를 훌쩍 넘었다. 주변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비슷한 높이로 자란 풀과 나무 등을 봤을 때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해당 부지는 2003년 숙박시설로 착공됐다. 기초 골조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사가 멈췄고, 현재 상태로 17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처럼 짓다만 건축물은 여기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길게는 25년 넘게, 짧게는 수년간 방치된 미완공 건축물들이다. 대부분 부동산 개발 바람을 타고 첫삽을 떴지만 자금난 등의 이유로 멈춰선 현장들이다. 이 때문에 행정의 개입도 쉽지 않다. 

제주시는 올해 초 장기 방치 건축물에 대한 점검을 통해 허가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 청문절차 등을 통해 현재 7건에 대한 허가 취소가 검토되고 있으며, [제주의소리]가 찾은 구좌읍 동복리 현장도 허가취소가 검토되는 곳이다. 

서귀포시는 장기 방치 건축물 4건 중 2건에 대해 허가 취소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건 모두 터파기 공사 후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현장이다. 

인근 숙박업소 옥상에서 내려다본 짓다만 건축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녹슨 철근들만 솟아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녹슨 철근들만 솟아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건축허가를 받고 2년간 착공하지 않으면 장기 미착공으로 분류돼 행정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1차례 1년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3년이 지나면 장기 미착공 현장으로서 허가 취소가 가능하다. 

장기 방치 건축물은 관련법에 따라 ‘공사가 착수했으나 공사의 완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주가 자신의 재산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짓다 만 건축물도 ‘사유재산’으로서 소유권이 인정돼 행정의 개입이 극히 제한된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한 현장의 경우 A법인이 1994년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골조만 건축돼 있다. 

무려 25년이 넘는 세월동안 A법인은 사라졌고, 토지는 경매를 통해 다른 사람의 소유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짓다만 건물의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사업재개는 물론 허가 취소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의 이익’에 위해가 되는 요소가 있어야 행정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장기 방치된 건축물 자체가 사유재산으로 인정돼 행정에서 개입하기가 힘들다. 미관을 해치거나 범죄 위험성 등 공익에 위해가 되는 요소를 찾아내야만 허가 취소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토로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장기 방치 건축물을 추슬러서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청문절차 과정에서 장기 방치 건축물 소유주가 공사 재개 등 의견을 내면 행정에서 개입하기가 어렵다”면서 “장기 방치된 건축물 현장 안전 관리를 강화토록 하는 등 방안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복리 숙박업소 건축 현장. 네이버 위성 지도 갈무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4
제주도민 2021-06-16 23:27:47
저거보다 제주시에서 평화로 초입 지나서

우측에 짓다만 수련원인가 뭔가 그것부터 해결해라 제주도야
121.***.***.115

저거 다 철거하고 2021-06-16 17:00:26
다시 재 시공해야해서

건축주가 돈 없으면

그냥 놔두는 수 밖에 없소
17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