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3)1991년 11월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 분신한 제주 청년

제주지역 개발사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양용찬’이다. 지난 1991년 11월 7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며 분신을 한 제주 청년이다. 당시 정부·여당은 제주지역의 관광진흥을 명목으로 규제완화와 개발촉진을 위한 ‘특별법’제정을 추진해 왔다. 이에 제주도민들은 특별법 제정은 대규모 제주땅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들을 위한 특혜입법이고, 제주의 환경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범도민적 대책위를 결성하고, 지역별로 대책위를 구성해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제주도민의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제정 절차를 강행했고, 양용찬은 정부의 강행 방침을 규탄하며 온몸을 불사른다. 그는 유서에서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 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와 이를 추진하려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는 생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제주특별법은 이름만 달리한 채 지난 30년간 제주지역사회의 전 분야를 규정하는 기본법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제주특별법 전부개정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제주의 비전으로 공식화했다. 또한 2006년에는 특별자치도가 설치되면서 새롭게 제주특별법이 시행되었다. 

한 세대가 흘렀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동안 제주특별법의 제정 취지처럼 제주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했을까? 제주의 비전으로 내세운 국제자유도시는 얼마나 완성되었을까? 고도의 자치권을 인정하겠다던 특별자치도 설치 후 풀뿌리 주민자치는 실현되었을까? 제주도민들은 말한다. “아니올시다.”

제주특별법은 창창한 제주의 한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제주의 미래를 멈추게 했다. 마구잡이 제주개발을 촉진하며 도민갈등을 부추기고, 제주의 공동체를 말살했다. 제주 해안에서부터 중산간,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난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1차 산업의 빈곤한 정책은 농촌경제와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했다. 제주개발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자본의 논리가 만연했다. 경제성장에 있어서 양적인 지표의 상승은 있지만, 결코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민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었다. 제주특별법의 전면적 기본방향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주특별법 전면개정을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도민들은 이번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작업은 해마다 해오던 중앙정부로부터 일부 도지사 권한 이양을 받는 수준의 제도개선 작업과는 다른 정도의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도민의 삶과 동떨어지면서도 도민의 삶을 규정하는 특별법이 아니라 진정으로 제주도민을 위한 특별법이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제주특별법 전면개정은 민의를 반영한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공청회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그보다도 실질적으로 도민의 요구와 바람을 담을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귀담아 개정안에 반영시켜야 한다.

특히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제주특별법의 기본방향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특별법 제2조 정의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국제자유도시는 기업활동의 편의와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지역’을 뜻한다. 결국, 제주특별법은 기업, 다시 말하면 투자자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한 법인 셈이다. 

그 투자자가 도민, 또는 도민 자본일 수도 있지만 제주도의 기본적인 투자유치 정책은 1990년대 제주특별법 제정 초기에는 국내 재벌 자본이 중심이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외자유치 중심으로 이동해 왔던 점을 상기할 때 도민주체의 개발을 염두에 둔 입법은 분명 아니다. 따라서 도민을 소외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도민을 현혹하고 기만하며 제주의 자원을 수탈하고, 환경을 파괴해 온 국제자유도시 조성계획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그리고 도민사회를 관념적으로 지배해 온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폐기하는 전면적인 방향전환의 취지에 맞는 정책과 입법과제들이 개정안에 들어가야 한다.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정책 입법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우선하는 법안이어야 하고, 제주개발을 위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양적 관광의 확장에 초점을 둔 기존 관광산업의 제도를 개선하고, 1차산업의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연계산업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끝으로 제주특별법 전면개정에 관여하는 제주도, 제주도의회 그리고 중앙정부와 국회에 제언한다.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했던 열사의 바람을 기억하기 바란다. 우리 도민은 거창한 국제적인 도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의 공동체가 회복되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이것이 제주특별법이 제시해야 할 제주의 미래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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