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브리핑룸 찾아 취재진과 악수만...질문 요청엔 "바빠서" 거절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6일 모처럼 지역언론과의 만남을 가졌지만, 아무런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뜨며 빈축을 샀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제주시 주간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9시30분 재난안전대책본부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 9시 35분부터 40분까지 기자실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16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16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의소리

근 반년 간 지역언론과 공식적인 접촉을 갖지 않았던 원 지사가 돌연 기자실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자 취재기자들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평소와 달리 기자실 책상이 만석이 되며 일부 취재진은 뒤편에 서 있어야 했다.

원 지사가 지역언론과의 간담회를 가졌던 것은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3월 제주 제2공항 강행 발표 기자회견 당시에도 질문이 오갔지만, 사안을 특정하지 않은 간담회 자리는 없다시피 했다. 코로나19 비상시기에 간혹 얼굴을 비춰 담화문을 낭독하기도 했지만, 질의응답은 실무부서에서 대신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오전 9시 40분이 넘어 느지막이 기자실을 방문했고, 기자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기자실에 머문 시간은 불과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의 취재진은 간단한 질의응답에 응할 것을 요청했지만, 원 지사는 이를 거절했다. 오전 10시 배우 이광기 홍보대사 위촉식 일정이 사전에 잡혀있었다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원 지사는 "무엇이 궁금하실지 모르겠지만 (답변이)5분으로 끝나지는 않을거다. 공보관실을 통해 추후 (간담회) 일정을 잡겠다"고 답했다.

5분 정도만 시간을 할애해달라는 거듭된 요구에도 "지금 시간이 빡빡하다. 애매하게 시작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사퇴 시기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도 "그 얘기 자체가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원 지사가 떠나자 애먼 제주시 관계자가 "죄송하다. 기자실 방문하는 일정은 사전에 잡혀있었는데, 세부 일정은 사전에 조율되지는 않았다"고 애써 수습에 나선 모습이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정이 겹쳐있어 부득이하게 시간을 내지 못했다"며 "추후 협의를 통해 별도의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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