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음주운전, 검찰은 살인 혐의 적용...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2년전 제주에서 음주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30대 남성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판수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3.인천)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제한속도 50km 도로에서 시속 110km 넘는 과속에 음주운전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9년 11월 연인 B씨와 함께 제주에 여행온 A씨는 그해 11월9일 연인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소위 ‘오픈카’로 불리는 고급 외제차를 몰았다. 

당시 A씨는 차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B씨에게 “(안전벨트)안했네?”라고 물었고, B씨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A씨는 시속 114.8km까지 가속하면서 제주시 한림읍 일대를 주행했다. 해당 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50km였다. 

A씨는 11월10일 오전 1시20분쯤 한림읍 귀덕초등학교 인근을 달리다 연석을 충돌한 뒤 주변 돌담과 경운기를 잇따라 충격했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던 B씨가 차 밖으로 튕겨나가 중상을 입었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이었다. 

◆단순 음주운전 사고로 본 경찰과 고의성 띤 '살인'으로 본 검찰

경찰은 단순 음주운전사고로 B씨가 크게 다친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 측은 A씨가 의도를 가지고 사고를 낸 것이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B씨는 결국 지난해 8월23일 사망했다. 

B씨가 사망하자 검찰은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위험운전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로 바꿔 기소했다. 

검찰은 사고 직전 A씨와 B씨가 다퉜고, B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점을 주목했다. 또 도로폭이 좁고 주변에 주·정차 차량이 많아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를 이용한 점 등을 들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운전자 A씨의 고의성 입증 쟁점

이날 법정에서 A씨는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사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살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의도’나 ‘고의성’을 가져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A씨는 또 “술을 마시는 중간부터 기억을 잃었다. 운전한 사실도 사고가 나서야 인지했다. 사고가 난 지역 지리조차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A씨와 B씨가 결혼을 앞뒀는데, 두 사람이 다퉜던 사실과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A씨가 운전한 차량에는 운행기록이 초 단위로 기록되어 있다. 

변호인은 운행기록에 가속과 급정거가 반복된 점을 들면서 A씨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측이 제출한 220여개의 증거 중 수십개의 증거를 부동의했다.

A씨가 고의성을 가지고 사고를 내 B씨를 살인했다는 검찰과 고의성이 없는 단순 음주운전 교통사고였다는 변호인측의 의견이 부딪히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예정됐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도로교통안전공단 관계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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