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학술세미나, 유튜브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제주4.3의 모습 

제주4.3은 민중항쟁과 공산폭동이라는 극심한 이념 차이에 따른 갈등과 마찰이 심했고, 여전히 각각의 입장을 주장하는 미디어 콘텐츠들이 많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4.3평화재단과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는 지난 18일 오후 2시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 1층 대강당에서 ‘제주4.3을 관통하는 냉전질서와 미디어 정치’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주4.3 73주년을 맞아 과거사에 대한 미디어의 정치적 매개 과정을 통해 신냉전 질서의 재편과 사회구조의 변동을 점검하고, 지역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취지다.

총 3부로 구성된 세미나는 ▲1부, 분단질서의 구축과 관리, 문화냉전에 포섭된 한국 ▲2부, 잠들지 않는 반공주의와 집단기억의 정치공학 ▲3부, 라운드 테이블 등 순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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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최종환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연구교수 △이종명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 △정용복 제주언론학회 학술이사. ⓒ제주의소리

2부에서는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최종환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연구교수 △이종명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 연구교수 △정용복 제주언론학회 학술이사가 주제 발표에 나섰다.

강국진 기자와 최종환 연구교수는  ‘송두율 간첩 만들기: 보수언론의 적색공포 활용법’을 주제로 적색공포와 국가보안법에 포획된 한반도의 슬픈 자화상, 1948년 정부수립 당시부터 지배해온 냉전 반공주의가 만든 제약에 대해 말했다.

이들은 주제 선택과 관련해 “냉전 반공주의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담론적 제도적 작동방식과 그 속에서 한국 언론이 차지하는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송두율 교수 사건을 분석사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교수는 “송 교수 사건을 통해 보수언론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내부의 적을 만드는 행위를 행했다. 안보위협이나 위선자 프레임을 씌우고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제주4.3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수 언론은 송 사건을 실재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내부의 적으로 묘사했다. 적과 동지의 구분을 통해 내부를 결속하고 사상이 의심스러운 자는 철저히 배제한 것이 체제 안전을 돕는 최우선 과정이라며 분단적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 낙인찍기를 넘어서 대안 담론을 철저히 배제하고, 반대 진영에 대한 비난과 폄훼를 통해 배후세력이 있음을 드러내 대중들로 하여금 공포와 불안을 유도해냈다”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안보를 외면한 무능한 집단으로 폄훼하고 송 교수를 비난하지 않은 매체를 향해 비판 공세를 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대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남북 간 화해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언론과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화해를 위한 활발한 대안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정치 유튜브 채널의 제주4.3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주4.3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대해 발표한 이종명 연구교수는 “이번 발표는 4.3을 제대로 기억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소셜 미디어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제주4.3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주목했다. 특히 진실이라는 미명아래 음모를 파헤치는 그들의 담론 실천에 주목해 기억 투쟁과 반공 감성이라는 맥락으로 표출된 왜곡된 시선을 읽어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교수는 “4.3을 다룬 우파 유튜브 콘텐츠의 주된 키워드는 진실과 본질이다. 마치 4.3아래 숨겨져 있거나 소위 좌파 정부가 왜곡하고 있는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2018년 4월 3일 설민석이 제주KBS에서 강의한 ‘당신이 몰랐던 제주이야기’로 본격 촉발됐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들은 정부와 특정세력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그것을 해체하는 용기와 국가를 향한 숭고한 애국행위로서 진실 투쟁을 벌이는 자신들과 담론을 정당화한다”며 “역사적 사실과의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접합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4.3을 둘러싼 모든 맥락에 전복세력의 건국 방해 행위라는 해석을 끼워 넣어 산에서 내려오는 모든 사람을 죽인 처참한 학살과 토벌대의 무자비한 진압 등 확인된 사실을 외면하고, 그럴듯한 이론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의하면 보수 우파 세력의 4.3은 국부론과 접합된다. 4.3은 그들이 국부로 숭상해 마지않는 이승만이 자행한 국가적 범죄행위라는 것. 이들에게 4.3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 묻기는 이승만에게 행해지는 철퇴와도 같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교수는 “그들에게 제주4.3은 잘 덮여진 역사다. 기억 투쟁의 장으로 끌어 올려지기엔 부족함이 있다”며 “누군가 4.3을 묻는다면,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었느냐 묻는다면, 기억해 꺼내는 무언가가 돼야 한다”고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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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재단과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가 개최한 ‘제주4.3을 관통하는 냉전질서와 미디어 정치’ 학술세미나 2부는 '잠들지 않는 반공주의와 집단기억의 정치공학'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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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이어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전 발표에 대한 보완점과 제주4.3의 방향에 대한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제주의소리

정용복 제주언론학회 학술이사는 1990년대 전후 4.3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대항기억 ‘나는 왜 기록을 했는가’를 주제로 미디어의 기억 공간 속에서 재현되는 4.3에 대한 사회적 기억을 살폈다.

정 학술이사는 “4.3 다큐는 희생자들의 한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데 이바지하며 생존자들의 증언 등을 기록해왔다”며 “국가보안법과 검열 등 제작과정이나 방영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4.3의 존재에 대해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독일의 홀로코스트 사건 기억연구는 많이 이뤄져 왔지만, 한국의 경우 제주4.3사건, 여순사건, 한국전쟁, 5.18민주화운동 등 비극적인 사건 관련 기억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제주4.3 연구는 미진한 데다 연구대상이 대다수 신문 뉴스 보도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3 다큐 제작 당시 사회와 언론 환경 △제작 이유 △개인의 경험 △사회적 가치 △아카이브 구축 △남은 과제 등 심도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학술이사는 “4.3특별법이 제정되는 2000년대 이전 방송 다큐나 독립영화들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제작한 다큐는 4.3 진상규명을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4.3 다큐 제작자들에게는 역사를 들여다보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서 4.3의 진실을 규명하고 제주도민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4.3 다큐는 지금껏 숨죽여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4.3을 입 밖으로 꺼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큰 역할을 했다”라면서 “숨어있던 증언자들은 세상에 나왔고, 이들의 목소리로 역사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또 “다큐 작품들이 4.3에 대한 공개적인 증언과 토론의 장을 열어줬으며 진상규명 노력이 힘을 실어줬다. 4.3에 관한 역사적 진실규명과 실체 전달에 있어 4.3 다큐가 차지하는 몫은 크다”고 평가했다.

정 학술이사는 “4.3 다큐 제작자들은 영상 아카이브 자료를 축적하고 내용을 분석,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답했다”라며 “분산된 영상 기록들이 연계되고 통합될 수 있도록 아카이브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상 가장 잔혹한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제주4.3은 현재 진행형이다.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희생자 배보상, 수형인 구제, 추가 진상조사를 위한 법률적 기반 등을 마련했지만 이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했다.

1·2부 주제 발표가 끝난 뒤 3부에서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은 △김건일 한국지역언론학회 부회장이 사회를 맡고 △김동만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양원홍 제주영상문화연구장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연구원 △방희경 서강대학교 연구교수 △황우선 대덕대학교 교양과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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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3부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김건일 한국지역언론학회 부회장 △김동만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교수 △양원홍 제주영상문화연구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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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반영관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연구원 △방희경 서강대학교 연구교수 △황우선 대덕대학교 교양과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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