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9개 분야 전문가 "삶의 질 제고 내용 미흡"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제주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용역비에만 12억여원이 투입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혹평이 쏟아졌다. 개발 사업 위주의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작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비판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2일 10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제주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온라인 방식 참여와 50인 이내 사전 선정된 인원이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 진행됐다.

공청회에는 계획이 총 책임자인 국토연구원 조판기 선임연구위원으로부터 종합계획 주요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초청 전문가 9명의 지정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지정토론은 민기 제주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동욱 제주대 교수, 고보선 제주국제대 교수, 현원학 사단법인 생태교육연구소장, 고성보 제주대 교수, 김동욱 제주대 교수, 김일환 제주대 교수,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등이 참여했다.

용역진에 의해 제시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핵심 사업에는 △제2공항 연계 스마트 혁신도시 △청정 제주 트램 △제주형 혁신 물류단지 △중산간 순환도로 조성 및 스마트환승허브 △제주휴양치유사업 △제주형 그린뉴딜정책 복합사업 △친환경 글로벌 드론허브 구축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배움과 삶이 함께하는 국제교육도시 △제주화산과학관 및 곶자왈 생태공원 △멀티 슬로프랜드(Slope land) △제주 푸드아일랜드(Food Island) △제주글로벌 교류허브공간 △(가칭) 서프파크(Suf Park) △제3차 국가산업단지 △국제복합문화예술공간 등 조성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동욱 교수는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면 맞지 않는 옷을 강요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인구변화, 균형발전, 편의 복리 증진, 제주의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키워드나 노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긍정적인 점을 주목했다. 특히 "인구변화 관련 유연한 도시관리 강화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이런 시도가 거의 없었는데, 인구변화 측면에서 시나리오별로 공간 컨셉을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후 복지, 산업경제, 문화관광, 환경생태 등의 전문가로 공청회에 참여한 패널들의 평가는 곱지 않았다. 심지어 "토론자로 참석하지만 않았어도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신랄한 비판까지 나왔다.

고보선 교수는 "복지에 있어 현재 앞으로 10년을 계획하는 부분에 대한 환경분석이 기본적으로는 잘됐지만, 복지만큼 패러다임 변화가 심한 곳이 있을까 싶다"며 "돌봄체계 시스템, 삶의 질에 대한 부분,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부분, 현재 위기상황인 팬더믹 현상, 복지 현장에서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여러가지 사회복지 제도 공공성 확대해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의 대상, 이용자에 대해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과연 이를 사회적 자본과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는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생태분야 토론자로 참석한 현원학 소장은 "국제자유도시계획이 제주다움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다른 도시를 모방하는 일인지, 이 속에 제주는 어디 있는지 걱정을 많이 했다. 인구 68만명, 관광객 천만명이 내도할 때 불어닥쳤던 그 수 많은 어려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어서 아쉽다"고 혹평했다. 또 "최대 인구 105만명을 제시하는 연구진이 과연 제주 수용력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현 소장은 "제주는 섬으로 한정된 땅과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다. 다른 도시와 같은 잣대로 들여다봐서는 안된다"며 "수용력에 대한 깊은 연구와 조사를 거쳐 계획이 수립돼야 함에도, 자꾸 제주가 아닌 또 하나의 세상을 그리는 느낌이 있다. 우선 제주 수용력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적 이슈로 기후위기, 탄소중립이 핵심 키워드인데, 과연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부분이 담겨있지 않다"고 보완을 요구했다.

산업경제 중 1차산업 분야를 책임진 고성보 교수는 "저 자신도 토론자가 아니었으면 그 앞에서 시위하고 싶은 만큼 상당히 문제가 많은 계획"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고 교수는 "계획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게 연계성이고 연속성인데, 1~2차 계획에 나왔던 것들을 전부 싸그리 갈아엎어서 새롭게 하는게 종합계획이 아니다. 정책연계성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고 교수는 "품목별 계획을 세우라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비중을 생각했을 때 감귤과 관련된 단어가 보고서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외 1차산업, 농업농촌과 관련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세계적인 농업농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계획"이라고 평했다. 고 교수는 "세계적으로 중시하는 기후변화, 환경보존의 키워드 내에서 개별 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의 계획이 상당히 뒤죽박죽"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발표중인 조판기 책임연구원. ⓒ제주의소리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발표중인 조판기 책임연구원. ⓒ제주의소리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일반산업 분야에 대해 분석한 김동욱 교수는 "3차 계획안을 보니 3차가 아닌 2.5차 버전이라는 느낌이다. 새롭게 와닿는게 없다"고 지적했다. 가령 2차 계획 당시 사용된 '유비쿼터스'라는 단어가 '스마트'라는 용어로 대체됐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김 교수는 지속보완 사업이나 신규 사업이나 추진 주체에 JDC가 굉장히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도 의문을 표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트램 사업을 지목한 김 교수는 "과연 트램이 정말 도시교통혼잡 해소, 친환경,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사업인가. 이미 전임 도정에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접었던 트램을 150억원에서 2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그 예산으로 전기버스를 추가하는게 더 친환경적이다. 공영주차장을 확보하고, 종합청사를 유치하는게 구도심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분야의 김일환 교수는 "제주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CFI2030)'이라는 단어로 전세계에 알려졌는데, 이 중요한 상위계획에 이 내용이 굉장히 미흡하다"며 "CFI2030을 큰 화두로 하면 그 밑의 실행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계획으로 지역사회에 얻을 수 있는게 무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관광 분야의 김향자 연구위원은 "종합계획에서는 도민들의 삶이나 환경 변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다뤄져야 했다. 제주는 종합계획으로 권역계획을 갈음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내용적인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계획 중 참여 관광을 통한 관광혁신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떻게 참여를 하고, 어떻게 영위하겠다는 것인지는 내용이 없다. 실질적인 내용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로 부장은 "이번 3차 계획을 보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소극적이구나. 원희룡 지사가 강조하는 청정쪽에 포인트를 맞추다보니 이런 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나 싶다"며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하면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별법도 만들고 특별자치도도 만들어줬지만, 지금에 와서는 희망했던 모델이 구축됐는지 의문"이라고 되돌아봤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오전 제주시에 이어 오후 3시에는 서귀포시에서 공청회를 한 차례 더 갖는다. 이후 25일 최종보고회와 30일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7월 도의회 임시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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