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생색내기용' 성토
1인당 발언시간 5분 제한, 패널 "왜왔나 싶어 짜증" 직언까지

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제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도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1인당 발언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고, 방역수칙을 이유로 플로어 참석 인원도 제한하면서 '생색내기용 절차'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2일 오전 10시와 오후 3시로 나눠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를 각각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용역비만 12억8300만원을 들여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진행중인 용역 의견 수렴 절차로, 오는 25일 최종보고회와 30일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심의회의 최종 심의를 앞둔 직전 관문이었다.

도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명목으로 공청회 패널에는 △복지·정주여건 △환경생태 △1차산업 △일반산업 △에너지산업 △문화관광산업 △비전전략핵심산업 등의 분야로 나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그러나,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공청회는 제한된 시간을 따르기에 급급했다. 인사말과 행사 소개만 약 10분이었고, 용역 책임자의 보고는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패널에게 주어진 시간은 1인당 5분에 불과했다. 좌장은 원활한 행사 진행을 핑계로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방역수칙을 이유로 현장 참석 인원은 상당히 제한됐다. 50명까지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 참석 인원은 이보다도 적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침에 따라 모임·행사 참석 가능인원은 100명까지 허용하고 있음에도 더 보수적으로 대응했다. 동시 중계된 유튜브의 시청자도 50명을 채 넘기지 않았다.

발언기회를 얻은 패널들도 저마다의 불만을 토로했다. 심도 있는 분석을 하는데에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고보선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명색의 도민공청회인데, 유튜브로 보는 분들도 제한됐고, 현장에 모인 분들도 제한됐다"며 "실질적 의견수렴 기간을 설정해 더 다양한 의견을 받아 계획이 수정보완 됐으면 한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고성보 제주대학교 교수는 "5분만 얘기하라니까 짜증이 나고, 왜왔나 싶을 정도로 허탈하다"며 직설적인 표현도 마다치 않았다. 그는 "제주의 미래비전을 모색하는 자리인데 충분한 의견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직언했다.

기어코 플로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도민참여단으로도 활동중인 방청객 이길주씨는 행사 직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시간이 없다는 말은 도민 참여단 참석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다. 도민참여단도 처음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마지막 설명회까지 3번밖에 토론의 시간이 없었다. 처음에 22명이 왔는데, 두번째는 11명, 마지막 토론회에는 5명 밖에 참여를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과정에서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는데, 과연 제주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설정하는 용역을 이렇게 시간 없이 급하게 진행하는 것이 앞뒤가 맞나"라고 비판했다.

도민참여단 운영 과정에서도 "1~2차 종합계획의 성과가 무엇인지, 보완돼야 할 점이 무엇인지 평가 자료 같은 것은 없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무 자료도 제공하지 않는다'가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다.

현장을 지켜본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도 "최근 제주가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2억원짜리 용역인데, 제주의 환경이나 농수산, 관광 관련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도시계획이나 건축 분야 사업 뿐"이라며 "계획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도의회 제출되는 순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귀포시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빚어졌다. 서귀포시 토론회의 패널은 8명으로 1명 적었지만, 1인당 5분씩 시간에 쫓기듯 진행되는 것은 유사했다.

서귀포시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용역 금액을 떠나 제주의 10년 정책·계획을 결정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용역이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계획인가 하는 점은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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