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50만원 약식명령 불복한 A(64)씨...정식 재판 취하

약식명령을 거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제주 60대가 첫 공판에서 재판부의 꾸짖음이 계속되자 정식재판을 취하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A씨가 정식재판을 취하하면서 약식명령 벌금 150만원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제주에서 말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A씨의 말 목장에서 말 2마리가 탈출했고, 이중 말 1마리가 인근 도로를 달리던 소나타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소나타에 타고 있던 2명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차량에는 생후 34개월의 어린 아이도 타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에도 A씨 목장에서 말 1마리가 탈출해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검찰은 2012년 사고 당시 부서진 목장 울타리를 A씨가 수리하지 않아 또 말이 탈출해 사고 발생한 것으로 보고 지난 3월24일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약식명령했지만, 4월1일 A씨가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운전자의 과실을 주장했다. 

A씨는 “목장에서 말이 탈출한 점은 인정한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는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한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현명했다면 말을 보고 차를 급정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다. 시속 50km의 차량과 충돌해도 말은 죽지 않는다. 운전자가 과속을 했을 것”이라며 “죽은 말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했는데, 벌금 150만원은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A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말이 죽은 사실만 주장하면서 합의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들이 A씨가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재판부가 쓴소리했다.

김 부장판사는 “야생동물 출몰 표지판은 동물 보호 목적 보다는 동물이 자주 출몰한다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미리 알려 인명피해를 막자는 취지”라고 호통했다. 

또 “만약 당시 사고 차량에 자신의 자녀와 손주가 타고 있었어도 운전자의 과실을 주장할 것인가”라며 “이 자리는 운전자의 과실여부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A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다루는 자리”라고 꾸짖었다.  

검찰은 “사람의 목숨보다 말이 더 중요했다면 울타리를 미리 관리했어야 했다. 민사소송을 언급하면서 피해자만 탓하는 A씨에게 엄벌이 필요하다”며 약식명령 당시 벌금의 두 배인 300만원을 구형했다. 

두 배 늘어난 벌금에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어떻게 두배를 구형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 김 부장판사는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약식명령 때보다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고지된다. 만약 정식재판을 취하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정식재판을 취하한다고 밝혔고,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가면서 벌금 150만원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