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54) 과연 누구를 위한 계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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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0시 제주대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아니나 다를까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물론이고 코로나 방역으로 소수의 인원이 참석한 방청석에서도 종합계획(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제주도의회는 종합계획 수립에 따른 현안보고에서 현재 용역 중인 종합계획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무슨 문제가 있길래 도민들이 크게 화가 난 걸까?

# 1·2차 종합계획 평가 제대로 됐나?

지난 2002년 제주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후 제주특별법에 근거하여 10년 단위의 제주도 종합계획이 두 차례 만들어졌다. 국제자유도시를 비전으로 한 계획 및 사업이 근 20년간 이뤄진 셈이다. 그 20년간 제주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번 제3차 종합계획 보고서에서 현재 제주의 현황을 다른 소제목이 눈에 띈다. “경제 규모는 성장 추세이나 질적 성장은 미흡”이라고 썼다. 국제자유도시 추진 20년을 함축하는 일면 타당한 표현이다. 계획의 수립배경으로는 ‘기존 국제자유도시의 방향성이 투자유치와 개발 중심에서 개발과 환경의 조화, 국가발전과 도민복리증진의 조화로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미 20년 전부터 환경과 도민복리증진이 고려됐어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중심의제로 다뤄지니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1·2차 계획과 달라진 것이 없다.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실효성 높은 정책과 사업을 발굴했다고 하는데 4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에서 찾을 수가 없다. 제주의 가치와 환경파괴를 주도해 온 JDC가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어온 사업을 끼고 다시 전면에 등장했고, 도민들과 거리가 먼 성격의 민간투자사업이 주를 이룬다.

1·2차 계획 핵심사업 평가를 통해 3차 계획에 지속사업으로 포함한 결과도 문제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쇼핑아울렛, 중문관광단지 확충 등이 포함됐다. 헬스케어타운은 부동산 개발로 전락했고, 쇼핑아울렛은 지역상권의 반발로 여전히 논란이 많다. 

현재 JDC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지구는 근래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고시를 한 곶자왈지역이다. 토지의 허용행위 기준으로 따지면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지역이다. 3차 계획에서는 이 곶자왈 지역을 밀어 영어교육도시와 골프·승마 등의 전문학교와 은퇴자를 유입하는 국제교육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문관광단지도 민자유치를 통해 더욱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문관광단지는 도시계획시설의 하나인 유원지로 지정된 곳이다. 법규상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시설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대부분 숙박시설이거나 관광객 대상의 시설이 전부다. 

# 껍데기뿐인 ‘사람과 자연의 공존’ 비전

3차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향후 10년 계획의 비전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 제주’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와 전략이 제시되었는데,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전략은 없다. 그나마 8개 전략 중 연관된 전략이 ‘깨끗한 환경관리와 매력적인 경관 창출’이다. 자연과 공존한다기보다 자연을 관리하고 이용하겠다는 수직적 관계의 전략이다. 

실제 전략별 계획과제에서 자연환경 분야의 과제는 1)자연환경의 보전 및 관리 강화, 2)청정환경을 위한 오염방지 강화, 3)제주 경관자원의 관리·활용 강화 등 세 개의 과제가 전부다. 너무나 당연한 원론적인 수준의 과제제시에 오히려 당황스럽다. 과제에 대한 세부계획 역시 현재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정리하고 나열한 수준이다. 개발압력으로 훼손 위험이 증가하는 도내 연안 환경이나 중산간 지역의 보전방안, 환경영향평가 등 개발허가 과정의 허술한 제도의 보완, 지하수의 보전·관리,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보전방안 등 오히려 필요한 과제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 투자계획에서도 자연환경 분야는 총 42억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이 수십조에 달하고, 타 분야 단일사업만도 수천억 원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너무나 관심 밖의 전략으로 치부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1·2차 계획도 그렇고, 이번 3차 계획 역시 ‘자연과 공존’은 없다.

제주의 생활환경 현안 중 하나인 폐기물 발생량 증가에 대응하는 과제제시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3차 계획에서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재활용도움센터 확충으로 재활용률을 높이고, 음식물쓰레기 퇴비화와 소각시설 추가 건설을 통한 매립 제로화로 쓰레기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는 원인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도 아니며, 현재 제주도의 환경기초시설 투자 방향과도 전혀 맞지 않는 계획이다. 

첫째, 현황 및 문제점에서 현재 도내 쓰레기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당연히 쓰레기 발생량을 억제하고 저감하기 위한 정책과제가 우선해야 한다. 1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거나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정책이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제시는 없다. 

둘째, 제주도는 최근 동복리에 500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을 신설하여 가동 중이다. 그런데 3차 계획은 2025년까지 소각장을 700톤 규모로 증설한다는 계획을 제시한다. 신규 소각장을 만든 게 언제인데 불과 5년 만에 이러한 계획이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3차 계획은 제주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과 민원 발생으로 더 이상 매립장 신설이 어려움에 따라 매립을 제로화하고 소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불연성 쓰레기의 처리는 어떻게 할 것이고, 월 6천톤 가량 발생하는 소각재는 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 

또한 제주도는 현재 음식물쓰레기 광역처리시설을 혐기성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3차 계획이 제시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와 전혀 다른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현황파악마저 놓치면서 엉뚱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검토로 논란 부추겨

3차 계획 본보고서 본문 속에 표현되어 아직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2차 계획에 이어 이번 계획에도 제주도민을 제외한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본보고서는 제주 카지노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온라인 카지노,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검토 등 다각적인 장단기 대응책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본보고서는 스포츠, 문화, 예술과 결합된 카지노산업과 가족과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카지노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카지업에 대한 도민 공감대 증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MICE 및 관광객 연계 프로그램의 개발·운영, 야간 관광과 카지노 관람을 연계한 심야 관광 프로그램 기획·홍보·운영, 카지노 영업장 내 지역관광 상품 소개,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여 카지노 입장료 할인 쿠폰 제공, 마케팅 차원의 불꽃 축제 등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관광객 전용 카지노가 도입될 경우를 감안한 프로그램 개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고서는 국내 및 국외 복합리조트의 현황과 실태조사로 제주카지노의 경쟁우위를 분석하고, 제주카지노 특성을 반영한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 도민 중심의 계획으로 재수립되어야

이번 3차 종합계획을 두고 ‘과연 누구를 위한 계획인가?’라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기존 계획과 차별성 없이 투자유치와 개발 중심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기 위한 계획이어야 하지만 여전히 JDC를 비롯한 민간투자기업들이 계획의 주체로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시한 제주개발에서 낙수효과를 바라고 있는 것이 이번 3차 계획의 실체다. 당연히 전면 폐기하고 다시 수립해야 하는 것이 맞다.

가능하다면 조금 늦더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특별법 전면개정 이후 또는 전면개정의 방향이 잡히고 나서 이를 반영한 3차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도민사회에서는 제주특별법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제주의 비전으로 자리 잡아 온 국제자유도시는 더 이상 우리 제주의 미래비전이 아니라는 공감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따라서 앞으로 개정될 제주특별법의 방향성과 핵심 과제들을 3차 종합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민의 삶의 질과 제주의 가치를 높이고, 청정한 제주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과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3차 종합계획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민의를 제대로 읽어야 하고, 제주도의회는 이러한 민의를 올바로 전달하여 도민이 바라는 계획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제주특별법 제정 30년 이후 처음으로 제주도민이 주인공이 되는 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지 도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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