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연합, 감사위원회에 성과 감사 청구...중복-예산낭비, 종합계획도 없어

미천 표선지구 예정지에서 성읍 저수지 방향으로 상류에 있는 천미천 구간의 깊은 소(沼). 이곳은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다.[사진 위]천미천 표선지구 공사 예정지. 이미 하상 평탄화가 되었고 양쪽으로도 높은 제방이 쌓여있다.
제주 표선면 성읍 저수지 방향으로 상류에 있는 천미천 구간의 깊은 소(沼). 이곳은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다.[사진 위]
아래 사진은 천미천 표선지구 공사 예정지. 이미 하상 평탄화가 되었고 양쪽으로도 높은 제방이 쌓여있다.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자 30년 가까이 약 20회 가량 공사를 반복 중인 천미천 정비공사에 대해 감사가 청구됐다.

그동안 정비 명목으로 하천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는데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가 주목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일 30년간 20회 진행된 천미천 정비사업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성과 감사를 청구했다고 8일 밝혔다.

천미천은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하천정비사업이 시작돼 약 10여차례 사업이 진행됐고. 최근 400여억원이 투입돼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환경연합은 천미천 정비사업에 대해 '성과감사'를 청구했다. 성과감사는 특정사업이나 정책에 대해 경제성, 능률성, 효과성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위주로 수행하는 감사다. 

환경연합이 성과감사를 청구한 이유는 △10여차례 개별적-산발적 계획에 의한 중복성-낭비성 예산 투입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문제 △천미천 구좌지구 정비사업 주변지역 타운하우스 건설 등이 있다.

환경연합은 "천미천 정비사업의 경우 전체적인 종합검토가 없이 진행됐다"며 "실제로 서귀포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서귀포시 권역에만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여러 구간을 쪼개는 방식으로 20차례 하천정비공사가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한해 또는 격년 간격으로 쉬지 않고 하천정비공사가 진행돼 왔지만 사후에 하천정비 효과분석이 없었다"며 "20회 이상 사업에 2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면서 침수피해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공사를 반복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도 문제 삼았다.

환경연합은 "제주시가 추진한 천미천 구좌지구 정비사업의 경우 천미천 중류에 해당하는 데 현장 조사 결과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가 많았다"며 "농지는 소규모로 있었는데 이 정도 농지라면 제방을 건설하지 않고 농지를 매입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연합은 "제주시 권역인 구좌지구 '우안 5지구'는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沼)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물이 풍부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정비구역에서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동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상습침수지역에서 제방을 건설하는 정비사업을 하는데 그 바로 옆에서는 타운하우스 개발사업 허가를 내주는 앞뒤가 안맞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천미천 정비사업은 종합적인 계획없이 쪼개기 방식으로 진행돼 온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며 "감사위원회 성과감사를 통해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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