ᄀᆞ랑비에도 옷이 젖나
ᄀᆞ랑비에도 옷이 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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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231)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

* ᄀᆞ랑비 : 가늘게 내리는 비 

가랑비를 순우리말로 ‘실비’하고도 한다.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슬비보다는 굵고 보통 내리는 비보다는 가늘다. 특징은 빗줄기는 가늘고 약하지만 끊임없이 내린다. 지면을 완전히 적시지만 물이 고이는 곳은 없다. 가랑비보다 가는 이슬비 그리고 이슬비보다 약하고 안개보다는 약간 굵은 는개는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은 정도의 비다.

이 말은 가랑비라고 우습게 보지 말라는 뜻이 숨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우비(우의) 없이 먼 길을 따났다 낭패를 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약하고 가는 비지만 우습게 생각했다가 계속 맞고 있었더니 옷이 흠뻑 젖더라는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ᄀᆞ랑비에도 옷이 젖나’ 사자성어로는 ‘세우습의(細雨濕衣)라 한다. 아무리 작은 물방울일지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 또는 처마의 빗방울이 돌을 꿇는다와 서로 통하는 말로 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고 이 사름아, 서울 갔단 ᄂᆞ려왔댄 ᄒᆞ는 그 젊은 친구 있지 않은가? 그런 말 ᄒᆞ지도 마라. ᄒᆞ끔썩 ᄌᆞᆯ졸라 먹단 보냔 그 하던 재산 어느새 어새부런 깡통 찼댄 ᄒᆞ더고. ᄀᆞ랑비에도 옷이 젖는 거엔 ᄒᆞᆫ헌 게 맞은 말이라이?

(아이고, 이 사람아, 서울 갔다 내려왔다고 하는 그 젊은 친구 있지 않은가? 그런 말 하지도 마라. 조금씩 잘라 먹다 보니까 그 많던 재산 어느새 다 없애버리고 깡통 찼다 하더라.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 거라 한 게 맞는 말이지 않아?)

재미있는 얘기 한 토막. ’가라고 가랑비 오고,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는 옛말이 전해온다. 달갑지 않은 나그네를 보내기 위해 주인이 궁리 끝에, ”가라고 가랑비 오네.“ 하자, 넉살 좋은 그 나그네, ’있으라 이슬비 오네‘로 버티었단다. 여간 능글맞지 않잖은가.

푼돈을 가벼이 여기고 쓰는 것이 습관이 돼 나중에 큰 돈을 쓰게 돼 가산을 탕진하기에 이른 것은 시간 문제다. ’ᄀᆞ랑비에 옷이 젖을 줄‘을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반복됐을 때는 크게 변한다는 경계의 말이다. 한쪽 귀로 흘려 듣지 말고 새겨 두면 좋은 말이다.

현대문에도 곧잘 인용된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만났다. 그런데 같은 직장에서 매일 만나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고, 언제 부터인가 그에게 마음이 끌렸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른다‘다더니, 자주 만나다 보니 새록새록 정이 든 것일까. 그가 없는 하루는 도저히 상상할 수좌 없다. 사랑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일까“ 이 말 또한 이치에 맞다.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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