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주 최대 규모 어린이집 학대 사건 2차 공판 열어 증거조사

 

제주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판사조차도 가해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연경)은 9일 오후 1시30분부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등 혐의로 기소된 모 어린이집 교사 A씨 등 5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A씨 등 5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15일까지 각각 아동 7~14명에게 37~92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확보된 아동학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서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약 30초 분량의 짧은 영상 10여개 파일에는 아동학대 행위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영상에는 피고인 A씨가 어린 원아에게 억지로 바나나를 먹이다가 아이가 먹기가 싫은지 고개를 돌리면서 발버둥을 치자, A씨는 바나나를 아이의 입에 억지로 우겨 넣었다. 

B씨는 앉아있는 아이를 발로 차면서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에게 자신처럼 때리라고 시켰다.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가던 아이는 B씨에게 다시 붙잡혔고, B씨는 아이를 바닥에서 질질 끌었다. 

C씨는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밀쳤다. 아이는 아파서 뒹굴었지만, 보듬어주는 손길은 없었다. 이후 C씨는 물병으로 아이를 내려치기까지 했다. 

D씨는 식판을 들고 서 있는 아이를 강하게 밀었다. 아이는 넘어진 채 한동안 방치됐다. 이 모습을 옆에 있던 다른 교사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넘어진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교사는 아무도 없었다. 

피고인 E씨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 또 손등으로 얼굴을 때린 뒤 아이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순간 아이는 목이 심하게 뒤로 꺾였다. 

ⓒ피해 부모 제공.
아이가 고개를 돌려 발버둥까지 치는 상황에서 A씨가 아이 입에 바나나를 우겨 넣고 있다. ⓒ피해 부모 제공.

피고인 5명의 학대 영상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어떡해”, “저럴 수 있느냐”라며 놀라움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대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고, 학대 당한 자신의 자녀가 떠오른 듯 연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영상이 상영되는 내내 피고인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구속된 피고인들의 영장을 발부했던 김연경 부장판사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학대 영상을 봤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주변에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 것이 참...”이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어린이집에서 학대 예방 관련 교육도 받았을 텐데 말리는 교사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 등 5명에 대한 다음 재판기일은 7월23일 예정됐다. 다음 재판에서 검찰은 범죄 일람표 재조정 등을 예고했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교사 4명의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 

증거조사가 마무리된 뒤 [제주의소리]와 만난 피해자 측 변호인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교사 4명에 대한 사건도 병합돼야 한다. CCTV 영상을 보면 학대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병합해 누가 학대하고, 누가 방치했는지 등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보된 CCTV가 작년 11월부터 3개월 분량이지만, 수개월간 상습적으로 학대가 이뤄진 점을 보면 훨씬 이전부터 학대가 이뤄졌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피해자들이 크게 고통받고 있는만큼 민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피해 부모 제공.
아이를 거꾸로 들어 뒤집는 학대 모습. ⓒ피해 부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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