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거리두기 격상, 백신접종 3만명 초과 달성 '무색'

지난 5월 28일 백신 접종 활성화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5월 28일 백신 접종 활성화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으면 일상생활에서 제약이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모두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계신 부모님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활기차게 손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은 일상 회복을 향한 출발점입니다.

지난 5월2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백신 접종 활성화를 요청하며 공동 발표한 담화문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었다.

방역당국은 그 시기를 7월로 봤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사적모임 금지 등의 조치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호기롭던 제주도민 우선 접종 요구는 불발됐지만,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 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순조로웠다. 지난 8일에는 총 1275명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면서 9일 오전 0시 기준 제주지역 1차 접종자는 19만9504명, 접종 완료자는 7만2270명으로 집계돼 어느덧 백신 접종자 20만명을 목전에 뒀다.

전체 인구수 대비 1차 접종자는 29.6%, 완료자는 10.7%다. 전국 평균 백신 접종률(1차 30.2%, 완료 11%)에 비해서는 다소 낮았지만, 당초 7월까지 제주도민 17만명의 백신 접종을 계획했던 것과 비교하면 3만명 가량 초과 달성했다.

제주도가 집단면역의 기준으로 삼는 인구의 70%(40만2580명) 목표치를 적용하면 접종률은 49.6%까지 오른다. 이미 목표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러나, 고대하던 7월을 맞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일상으로의 회복'은 요원하게 됐다. 백신 접종률과 별개로 지역 내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서다.

제주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3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제주지역에서 역대 두번째로 높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7월 확진자 수만 87명에, 올해 들어 발생한 확진자는 931명에 달했다.

특히 최근 일주일간의 확진 추세는 더욱 심각하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2명을 기록하면서 2단계 격상 수준을 넘어 3단계 격상 수준까지 근접했다. 환자 1명이 몇 명을 추가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전날 2.41에서 이날 3.29까지 치솟았다.

조금 꺾였다고 해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3만5229명이었고, 전국 확진자 수 사상 최고치를 찍은 8일에도 3만3803명이 제주를 찾았다.

결국 제주도는 9일 오후 4시 제주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당초 1.5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시킨지 불과 열흘만의 결정이다.

오는 12일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6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도 유지되고, 영업제한이 풀렸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기준도 강화된다.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적용되던 '야외 마스크 미착용' 조항도 여전히 제주는 해당되지 않는다. 방역수칙 위반 사업자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해 4차 대유행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도내외 확진자 발생 및 전파 상황이나 위험성, 의료 자원과 병상 확보 등의 여력 등 여러 가지 보조 지표들을 예의주시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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