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제라헌 김학준 대표, 실용적 사용안내서 「제줏말 작은사전」 펴내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한지 10여년 만에 사라져가는 제줏말(제주어)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용 사전 「제줏말 작은사전」이 출간돼 화제다. 

제줏말에 대한 조사연구가 모자라서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제줏말을 사람들이 실생활에 더이상 사용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제줏말 작은사전 출간 작업의 출발점이다. 도서관 향토자료실에 갇힌 제줏말을 일상생활로 탈출시키고자 한 저자의 결실이다. 

「제줏말 작은사전」은 중등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 출신의 도서출판 제라헌 김학준 대표가 펴냈다. 저자는 스스로를 '제주말 연구자'가 아니라 '제주말 큐레이터'의 길을 가고 있다고 소개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줏말을 한군데 모아놓은 실용사전으로, '제주어표기법(2014년)'에 맞춰 정리한 사전이다. 제줏말의 핵심인 아래 아(·)의 정확한 발음을 낱말마다 자세히 소개한 점은 이 사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제줏말 작은사전」. 글쓴이 김학준, 표지그림 부상철, 발행 도서출판 제라헌, 값 2만원.
「제줏말 작은사전」. 글쓴이 김학준, 표지그림 부상철, 발행 도서출판 제라헌, 값 2만원.

 

실용적인 '제줏말 사전'이 곁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 손에 들려 있어서 수시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항상 가지고 다니던 [영어 콘사이스 사전]처럼 말입니다. 그래야 제줏말이 사용되든 보전되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지만 그동안 때때로 기록하고 간직해왔던 '제줏말 카드'를 마중물로 삼아, 전문연구자들이 현장을 뛰면서 하나하나 찾아내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기록하는 동안, '제줏말' 글밭을 뒤졌습니다. [석주명, 제주방언연구집, 2006(1947)], [박용후, 개정판 제주방언연구(자료편), 1988], [송상조판 제줏말 큰사전, 2007], [개정증보 제주어사전, 2009]을 커다란 뼈대로 삼고, 앞서 이루어진 전문적인 연구 문헌들과, 문학작품 들에서 적절하다고 보이는 어휘들을 골라냈습니다. 거기에다가 신문, 방송, 인터넷, 잡지, 홍보물 등 대중매체 중에서도 이삭 줍듯 하나하나 추가했습니다. 버스에서, 시장에서, 식당에서, 가게에서 만나는 익명의 대중들에게서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략적인 출판 착상 5, 6년. 본격적인 착수 2년, 실무적인 편집과정만 근 1년을 보내고 이제 [제줏말 작은사전]이 탄생했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유네스코는 지난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공식 등록해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했다. 이는 유네스코가 제주어의 가치를 단순한 지역방언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저자는 그동안 발행된 여러 제줏말 사전들과 전문적 연구물, 문학작품, 언론매체 등을 뒤져 살려두고 쓸만한 제줏말을 골라내고 모아서, 누구든지 가까이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실용 사전을 펴낸 것. 

저자 김학준 대표는 기존 사전과는 다른, 사전 같지 않은 사전를 표방하며 ▷생활어 중심의 어휘 소개 ▷제줏말의 고유한 특징인 아래 아(·) 발음 병기 ▷제줏말과 표준말은 일대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예문 제시 ▷2014년 제정 고시된 ‘제주어 표기법’ 준용 ▷제줏말 시와 이야기 소개 등의 각별한 노력을 이 사전에 담았다. 

김 대표가 펴낸 이번 「제줏말 작은사전」은 제줏말 사용안내서 제1권에 해당한다. 저자는 총 3권(3부작)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제1권 「제줏말 작은사전」을 시작으로 제2권 「제줏말 개념어 사전」(2022년 발간 예정)과 제3권 「아름다운 제줏말 교과서」(발간 예정일 미정)까지 예정하고 있다.  

김학준 대표는 이번 사전을 발간하게된 또다른 동기와 관련, "진작부터 ‘제줏말’에 관심을 가져오던 중 이 책을 펴내려고 서두르게 된 동기는 소박하다."며 "서울에 자리 잡은 아들이 ‘육지 며느리’를 맞았는데 며느리한테 서너 마디씩 ‘제줏말’을 가르쳐주다 보니 ‘제줏말’ 수준이 ‘제주 아들’이라고 해서 ‘육지 며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제줏말’은 ‘외국말’이나 거의 다를 바 없었다. 젊은 세대인 아이들과 ‘제줏말’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주 토박이들의 ‘우습고도 슬픈’ 현실 아니겠냐"고 소개한다. 

「제줏말 작은사전」. 글쓴이 김학준, 표지그림 부상철, 발행 도서출판 제라헌, 값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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