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체육위, ‘문예재단 공무원 파견 철회’ 청원 심사…이승택 “임기 남았다”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박호형, 박원철, 안창남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박호형, 박원철, 안창남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공석 중이던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고위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것이 대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지사의 사퇴 시 ‘동반사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승택 이사장은 “임기 동안 최대한 제 능력을 발휘하겠다”며 이 같은 의혹에 선을 그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7월15일 제397회 임시회를 속개해 ‘2021년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에 따른 공무원 재단파견 철회 및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육성 조례 개정 청원’을 심사했다.

제주도는 지난 7월3일자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A씨를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면서 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실장으로 발령(파견)했다. 이승택 재단 이사장이 6월25일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재단은 지난 2017년 기존 사무처 직제를 본부 직제로 개편하면서 공무원 파견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재단 스스로의 요청에 의해 ‘공무원 파견’을 4년 만에 부활시킨 셈이 됐다.

하지만 재단 노동조합은 “공무원 파견으로 문예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호형 의원(일도2동갑, 더불어민주당)은 “조직개편은 조직의 안정화를 위한 것인데, 계속 분란만 야기되고 있다”면서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재라인에 있는 팀장이 휴가 중인데 이렇게 무리하면서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이유가 뭐냐. 문화예술계에서는 재단이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에 대한 염려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승택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왼쪽)과 강재섭 제주도 총무과장. ⓒ제주의소리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승택 문화예술재단 이사장(왼쪽)과 강재섭 제주도 총무과장. ⓒ제주의소리

이에 이승택 이사장은 “2017년 이후 정원이 2배, 기간제까지 포함하면 3배 정도 늘었고, 예산도 2배 이상 늘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을 요청한 것”이라며 “일부에서 ‘조직 장악’ 시도라고 하는데, 조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박원철 의원(한림읍, 더불어민주당)은 “어쩌다 재단 스스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무원 파견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냐”라고 발끈했다.

박 의원은 “재단에서는 기획홍보, 인사, 재무회계 업무를 위해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런 잔심부름을 위해 4급이라는 고위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것이냐. 재단이 무능하다고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영희 의원(비례대표, 국민의힘)도 “최근 5년간 7번이나 조직을 개편했다. 구성원들과 소통 없는 잦은 조직 개편 때문에 불만이 속출하는 것은 아니냐”고 거들었다.

제주도가 고위공무원 승진 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유관기관 파견’을 부활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창남 위원장(삼양·봉개동, 무소속)은 강재섭 제주도 총무과장을 상대로 “(기관에서) 파견을 요청하면 다 들어주느냐”라고 따져 물은 뒤 “그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이번 일은 재단의 필요에 의해 요청했다고 보지 않는다. 재단은 6월초까지만 해도 이사회에 ‘개방형 채용’ 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단이 설립된 지 20년이 됐다. 출자출연기관 설립 초기에는 공무원을 파견해 조직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렇지만 20년 된 조직에 파견하다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은 도지사가 이사장을 경질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질타했다.

급기야 이번 ‘공무원 파견’ 요청이 대권 도전에 나선 원희룡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돕기 위한 ‘동반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원철 의원은 “지금 원희룡 지사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사장은 예전에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급하게 경영기획실장 파견을 요청한 것이 도지사 거취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만약 지사가 사퇴하면 동반 사퇴할 것이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승택 이사장은 “임기가 남아 있다. (동반) 사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은 임기 동안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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