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32) 귀소문 말고 눈소문하라

* 말앙 : (하지) 말고

한마디로 말해,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아라 함이다. 그래서 각종 시험을 치를 때 반드시 면접을 치르는 것일 테다. 그것도 심층 면접으로 진행하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평가 기준에 의해 점수가 매겨지겠지만, 들어서 하는 것이 직접 앞에 대해서 평하는 것에 견줄 수 있는 일이겠는가.

집안에 며느리감을 구하는 경우처럼 어려운 일에도 사람을 놓아서 의중을 떠보기보다 어떻게든 그 얼굴이며 자태를 눈으로 보고자 한다. 말이야 붙여 보지 못할망정 이목구비며 하다못해 걸음걸이라도 눈으로 한 번 보면 속이 다 트일 것이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과 그대로 통하는 말이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고사성어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명확하고 보는 것보다 직접 행동단계로 나아가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사진=pixabay.

한서(漢書) ‘조충국전’에 나온다.

전한(前漢)의 황제 선제(宣帝) 때, 변방의 강족이 자주 반란을 일으키자, 토벌군을 이끌 적임자로 백전노장이면서 전공을 많이 쌓은 조충국이 천거됐다.

선제가 불러들여 강족 토벌계획에 대해 복안을 물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 무릇 군사란 작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전술을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므로 바라건대, 신을 현지로 보내주시면 살펴본 다음 방책을 아뢰겠습니다.”고 했다.

조충국이 선제의 윤허를 받아 현지로 달려가 지세와 적의 동태를 면밀히 살펴보고, 또한 포로로 잡힌 군사로부터 정보를 캐낸 뒤 선제에게 아뢰었다.

“기병(騎兵, 말 탄 병사)보다는 둔전병(屯田兵, 지금의 육군)을 두는 게 좋습니다.”고 방책을 제시했다. 그 방책이 채택되자 이후 강족의 반란이 차차 수그러졌다 한다.

어떤 일을 계획해 추진할 때, 현지를 한 번 답사하지도 않고, 탁상공론에 매달리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어느 분야에서 현장에 직접 가 보는 것이야 필수이니 좀 더 적극성을 강화해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을 백문이불여일행(百聞而不如一行)이라 하기도 한다. 조어인 셈이다. 듣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명확하고 보는 것보다 직접 행동단계로 나아가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진화한 생각으로 읽힌다. 

김길웅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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