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8월 5일 포지션 민 제주, 양동규 개인전 ‘터’

섬, 섬, 섬 - 강정, 80x120cm, 종이에 장기보존 염료 프린트, 2017.

제주 사진·영상작가 양동규가 제주에서는 처음 개인전을 선보인다. 

16일부터 오는 8월 5일까지 제주시 삼도2동 ‘포지션 민 제주’에서 진행되는 양동규 개인전 ‘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활동하는 시각예술 작가 양동규가 섬의 서사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청년에서 중년의 나이가 되는 동안 제주의 역사와 현실을 만나면서 기록한 이미지를 현시점에서 새롭게 가공하고 응축시키는 과정을 거쳐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는 ‘태 손 땅’, ‘고립된 평안’, ‘동시대 스냅’ 등으로 구성됐다. 

‘태 손 땅(태를 사른 땅)’은 탐라의 섬사람들이 아이가 태어나면 탯줄을 불에 태워 아무도 모르는 땅에 묻은 풍속에서 시작된다. 섬사람에게 땅은 자기 탯줄을 묻은 시원의 터요, 생명을 품은 본향이며, 삶의 터전으로 지켜가야만 하는 자존의 영역이라는 것.

작가는 작품을 통해 제주 땅의 시간과 기억을 표현해낸다. 

김동현 문예비평가는 “이번 전시는 땅의 기억과 시간을 응시한 결과물이다. 땅의 기억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제주4.3과 마주한다”며 “인연처럼, 숙명처럼, 매여있는 시간들. 그 땅에서 태어났기에 얽혀버릴 수밖에 없는 굴레. 그 오랜 시간 앞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침묵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랑쉬 마을 03, 80x120cm, 종이에 장기보존 염료 프린트, 2021.
고립된 평안 12, 66.5x99.5cm, 한지에 장기보존 염료 프린트, 2018.

이어 ‘고립된 평안’에서 작가는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보여준다. 

4.3생존희생자의 방을 중심으로 동네 시골집에서 봤을 법한 이미지와 함께 눈여겨보지 않았던 제주의 풍경을 펼쳐낸다.

작가의 할아버지는 4.3 희생자로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지만,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에게 4‧3생존희생자의 집에서 만나 수집한 이미지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의 소환이다.

작가는 “집 안에서 바라본 풍경들은 할머니가 바라봤던 풍경이면서 4.3을 겪어낸 삶의 풍경이다”라고 말한다.

제주 땅 본질에서 묵직하게 묻어난 4.3을 지나 전시는 ‘동시대 스냅’으로 이어진다. 

제주 작가 양동규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16일부터 오는 8월 5일까지 제주시 삼도2동 ‘포지션 민 제주’에서 개인전 ‘터’를 개최한다. 
빈땅, 각 40x60cm 30점, 한지에 장기보존 염료 프린트, 2018.

2019년 한 해 동안 한반도 분단의 현장, 오사카에 있는 조선학교, 새로운 미 공군기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오키나와의 헤노코, 대만과 중국의 접경지역으로 1970년대 말까지 중국의 폭격이 멈추지 않았던 금문도 등을 돌아보며 그가 기록한 동시대의 단편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를 바라보는 시점과 제주가 바라보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런 이야기는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며, 제주 섬이 가지고 있는 자연 너머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소개한다.

전시는 오는 8월 5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더불어 오는 31일 오후 6시 포지션 민 제주에선 양동규의 작품집 ‘제주시점’ 발간 토크콘서트도 개최된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양동규는 1978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그로 인해 변화되는 제주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섬의 하루’, ‘잼다큐 강정’ 등을 연출, 제작한 바 있다. 

또 2019년 <양동규 기획초대전 ‘섬, 썸’>, <4.3미술제 ‘경야’>, <4.3기억투쟁예술 타임라인전>, 2017년 <키워드 한국미술2017: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 2015년 <강정 기록전 ‘적, 저 바다를 보아라’> 등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문의 = pominj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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