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물보호단체 PETA “문제 불거진 뒤 도축 기록 삭제돼” 공개 지적

페타 유튜브 영상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페타 유튜브 영상 캡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국마사회가 도축된 말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페타 아시아태평양본부(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AsiaPacific)는 최근 마사회가 도축 경주마의 정보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페타는 “작년 10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947마리의 말이 도축됐지만, 마사회는 도축당한 말의 식별을 원치 않고 있다. 마사회는 경주마 은퇴 프로그램을 시행키로 약속했지만, 식품이나 동물 사료를 위해 도축되는 말 두수를 줄이는 수준으로 형식적인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프라이빗 보우를 포함한 말들에 대한 도축기록이 마사회 데이터베이스(DB)에서 삭제됐다. 도축장으로 보낸 말의 식별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배포된 도축리스트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페타는 “작년 10월 이전에 도축리스트로 식별한 도축된 말의 처참한 상황은 페타 홈페이지에 게시됐으며, 부산 경마에 출전해 부상을 당한 뒤 제주에서 도축된 더러브렛 케이프 매직도 있다”고 말했다. 

페타가 공개한 말 한국마사회의 말 도축 기록.

캐시 기예르모 페타 부의장은 “마사회는 DB를 지웠지만, 피로 더럽혀져 있다. 살생을 멈추기는커녕 증거를 인멸하려는 부끄러운 시도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마시설과 번식 사업을 운영하는 스트로낙 그룹이 자사 소유의 말을 한국으로 수출을 금지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박창길 대표(성공회대 교수)는 “투명성을 보여줄 공적 의무가 있는 마사회가 신뢰를 잃었다. 비윤리적이고 전면적인 도살을 멈추지 않으면서 공개된 기록을 삭제하는 마사회의 말 복지와 퇴역 경주마 사후 관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페타는 마사회측에 경마 상금의 2%를 경주마 사후관리에 배정하고, 수입 말들이 도축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공기업으로서 도축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2018년부터 10개월간 제주에 머무른 페타는 2006년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에 출전해 찬사를 받은 미국 종마 프라이빗 보우가 지난해 7월 22일 제주축협공판장에서 도살된 사실을 2020년 5월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어 페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주축협을 고발했고, 제주축협 관계자 2명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프라이빗 보우의 이복형제인 ‘동반의 강자’는 국내 경마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해의 말로 지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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