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주 도당대회 잠정 연기 "체질개선 필요" vs "지역당원 무시 처사" 충돌

지난달 23일 제주시 구좌읍 신재생에너지홍보관 인근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달 23일 제주시 구좌읍 신재생에너지홍보관 인근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잡음에 휩싸였다. 차기 도당 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부 충돌이 발생하면서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등에 따르면 당초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차기 위원장 선출을 위한 도당대회가 중앙당의 요구로 잠정 연기됐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지난해 7월부터 도당을 맡아 온 장성철 위원장의 임기가 이달말 종료됨에 따라 차기 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있었다. 국민의힘 중앙당도 이달초에 오는 23일까지 각 시도당 위원장을 선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계획에 따라 경선이 치러질 경우 현 장성철 위원장과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도당 위원장을 지낸 부상일 제주시을 당원협의회위원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지역에서 당 활동에 열심을 다한 또 다른 후보의 참여도 점쳐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중앙당은 최근 한기호 사무총장의 명의로 도당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도당에 보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부 당직자의 개인 신상과 관련해 도당 내 잡음이 일었고, 관련 언론보도를 통해 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중앙당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제주를 찾아 당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당무감사는 그저 표면적 명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당 당직자의 경우 사건이 불거진 후 직을 내려놓고 탈당해 현재는 개인 신분으로 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당의 요구는 이미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된 이후에 내려온 것이었다.

이는 중앙당이 현 제주도당 지도부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준석 당 대표 체제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도당의 변화에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안팎으로는 차기 위원장 직에 외부 영입 인사를 세우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벌써부터 지방정가에서는 구체적인 대상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학계 모 인사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중앙당으로부터 인재 영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위원장 직을 제안받은 것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당 내에서도 의견이 양분됐다. 강제로라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측과 지역 당원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는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심지어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당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는 설도 파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지역구의 출마 유력자로 오르내리는 당원 A씨는 "현 사무처의 잘잘못을 떠나서 선거는 결국 이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지도부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선거에 2~3번씩 졌다. 1년씩 위원장 직을 나눠갖겠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다음 선거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물론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당의 사정이 그렇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도지사를 지키고, 도의원 원내 적어도 15석 이상은 확보하려면 필요에 따라 외부 인사의 영입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반면, 동부지역권 당원 B씨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도당 나름대로 지역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변화가 없어보이는 현 상황은 코로나19에 의해 세력화가 쉽지 않은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덜컥 외부에서 위원장을 들인다면 정작 당을 위해 열심을 다해 온 당원들이 느낄 박탈감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당원 C씨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원희룡 지사가 중앙당을 통해 도당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며 "근 7년간 도당과의 관계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원 지사가 대선 경선 일정을 앞두고 지역 기반으로 힘을 얻으려다보니 중앙당에 입김을 넣은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 아니겠나"라고 의혹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장성철 도당 위원장은 "현재 상황은 무슨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외부에서 당을 흔들려고 하는 시도도 있는듯 하다"며 "중앙당에 의해 실사가 이뤄진 이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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