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시즌2 도민 손으로] ⑥국제자유도시, 수정이냐? 폐기냐?
제주와미래연구원·제주의소리·한라일보 공동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다. ‘특별한’ 자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 제주도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이제 궤도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수를 어디로 돌릴지, 나아가야 할 좌표 찾기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다.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의소리, 한라일보가 ‘제주인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주제로 공론의 장을 펼친다. 매주 한 차례 총 11번의 공동 특별기획을 통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의 내용을 ‘도민 손으로’ 직접 채워나간다. [편집자 주]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은 1998년 故 김대중 대통령의 제주 방문을 통해 밑그림이 구체화됐다. 이보다 앞서 1963년 박정희 정권의 ‘자유항 설정 구상’에서 싹이 텄다고 볼 수 있다.

1999년 김대중 정부 건설교통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2001년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이듬해인 2002년 4월 제주도는 대내외에 국제자유도시 출범을 선언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특별법(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도 이 때 만들어졌다.

2003년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수립되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는 다시 한 번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명품 국제자유도시로의 도약을 꿈꾼다. 이른바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가 모델이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15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민들에게 묻는다.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제주도민 열에 아홉은 “그렇지 않다. 겉은 화려해졌을지 몰라도 삶의 질은 오히려 피폐해졌다”고 말한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60년 가까이 제주도를 성장 중심의 개발로 견인해온 제주국제자유시 비전의 궤도를 수정하거나 폐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여섯 번째 토론회는 지난 7월9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수정이냐? 폐기냐?’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의 사회로, 위성곤 국회의원과 오창현 제주대학교 산학융합원 교수, 이영웅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위성곤 국회의원, 오창현 제주대학교 산학융합원 교수, 이영웅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제주의소리
왼쪽부터 위성곤 국회의원, 오창현 제주대학교 산학융합원 교수, 이영웅 국제자유도시 폐기와 제주사회 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김태윤 박사(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제주의소리

# ‘성장 중심 개발’ 국제자유도시의 길 20년 “도민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제주국제자유도시 비전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위성곤 국회의원은 “수명이 다했다. 이제는 새로운 간판이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국제자유도시는 20년 전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이 휩쓸던 때의 전략이었다. 지금은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다. 이제는 도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창현 교수도 “제1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비전으로 인간, 환경, 지식중심, 쾌적함을 제시했지만, 지난 20년간 제주는 자연환경의 급속한 파괴, 1차 산업의 몰락, 지역주민들의 정체성 혼란 등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영웅 집행위원장은 “30년 전(1991년)에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이나 2002년 만들어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모두 도민의 삶이나 이익보다는 투자자의 이익과 편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될 때라고 진단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특히 국자제유도시 7대 선도프로젝트에 대해 “거의 다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국제자유도시로 가기 위한 핵심 선도프로젝트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굉장히 부실한 계획들이었고, 무엇보다 도민들 삶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오창현 교수는 양적 성장을 거듭한 관광산업에 대해 “국제자유도시로 인해 관광이 성장했다는 평가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본다”며 “대규모 개발로 인해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파괴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건 뼈아프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제주지역 관광업계 종사자의 평균임금이 건설업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양적 성장은 이뤘을지 몰라도 소득분배 측면에서 보면 상반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은 성장 중심의 개발정책이 지배한 지난 20년 제주를 가장 병들게 했던 것은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이로 인한 공동체 파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험은 제주도민들에게 “개발이 진짜 내 삶을 바꿔 줘?”, “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줘?”라는 성찰을 하게 됐고, 이 같은 성찰을 토대로 국제자유도시 비전의 궤도 수정 또는 폐기 의견이 우세하게 됐다는 게 위 의원의 진단이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여섯 번째 토론회는 지난 7월9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수정이냐? 폐기냐?’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한라일보,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기획 ‘제주인들이 바라는 제주특별법 시즌2를 준비하다’ 여섯 번째 토론회는 지난 7월9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수정이냐? 폐기냐?’를 주제로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 ‘지속 가능한 제주’를 위한 미래 핵심가치는 무엇이어야 할까?

그렇다면 제주의 비전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영웅 집행위원장은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 과정에서 단서를 찾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3차 종합계획 용역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시한 도민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은 향후 제주의 핵심가치로 환경이나 제주다움, 삶의 질을 우선순위에 뒀다”며 “이런 내용만 보더라도 현재 국제자유도시 비전은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의 환경적 가치(세계환경수도)와 함께 4.3 문제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화해와 상생에 기반 한 인권의 가치(세계평화·인권의 섬)를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핵심 가치로 꼽았다.

위성곤 의원 역시 ‘제주의 우수한 생태환경’와 ‘4.3에 기반 한 인권의 가치’를 핵심 가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위 의원은 여기에 더해 “제주가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제주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개방”이라며 “관광객이 2박3일 머무는 제주를 뛰어넘어 1년, 2년 머물면서 직업도 갖고 제주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시민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문화 창의적인 도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창현 교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데는 제주의 시각이 아닌 중앙의 시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며 “비전에 맞지 않는 엉뚱한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으려면 제주 미래비전이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도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어떻게? “2년간 160회 간담회 독일 사례 참고해야”

향후 10년간 미래발전의 기준이 될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2022~2031년) 수립을 위한 용역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투자규모는 향후 10년간 핵심사업 7조7646억원을 포함해 총 17조8620억원에 달한다.

주요사업으로 제2공항 연계 스마트혁신도시 조성, 청정 트램 구축, 제주형 혁신물류단지 조성, 중산간 순환도로 및 스마트 환승 허브 구축, 제주휴양치유사업, 멀티 슬로프 랜드 조성 등이 제시됐다.

하지만, 제주도 최상위 법정계획임에도 ‘짜깁기’ 논란에서부터 ‘부실 용역’ 혹평 속에 최종보고회,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심의위 심의, 도의회 동의 등 향후 절차에 대해 ‘일단 멈춤’ 단추가 눌러진 상태다.

제주도는 “충분한 도민의견 수렴과 함께 보완 기간을 거친 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들이 보완돼야 할까.

위성곤 의원은 “과거 호텔 짓고, 항만을 개발하는 식의 토건 중심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제주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바이오헬스산업이라든지, 에너지 산업, 우주산업, 친환경 농업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가 포함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영웅 집행위원장은 “3차 종합계획도 1차, 2차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법적으로 올해 안에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계획이 아니라면 내년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새로운 도정이 출범한 뒤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에 위성곤 의원은 “결국 계획이라는 것은 정책을 집행하는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담겨야 한다. 충분히 검토 가능한 제안”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위 의원은 “독일의 경우 인더스트리 4.0을 산업부장관이 2년 동안 160회가 넘는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면서 만들었다. 용역사에 맡겨 전문가 몇 명 얘기만 듣고 수립하는 ‘캐비닛 계획’이 되지 않으려면 도지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창현 교수도 “1차, 2차 계획에 대한 평가가 반영이 안된 3차 계획은 의미가 없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6개월이 됐든, 1년이 됐든 일단 용역을 중단하고, 도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재개해도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3명의 패널 모두 이 같은 결정을 도민 스스로 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했다. 지방자치의 핵심요체인 주민의 자기결정권 확대를 위해 제주특별법(제8조2항, 10조)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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