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사회·환경적 문제-주민수용성 극복 못한 제2공항 무산...'대안 찾기' 본격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가 환경부에 의해 반려됨에 따라 2015년 11월부터 약 6년간 이어져 온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도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제2공항'이나 '신공항' 등 새로운 공항 건설만을 필수조건으로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사회·환경적 수용능력과 도민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항공인프라 확충'이라는 본래의 대안 모색에 집중해야 한다는데 힘이 실린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에 대해 주요 사항이 누락되거나 보완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20일 최종 '반려'를 결정했다.

이미 2~3차례에 걸쳐 진행된 재보완 작업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터라, 현 성산읍을 부지로 한 제2공항 건설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 법적 '반려' 별개로 현실적 문제 뒤따라...'사실상 무산' 

법적인 '반려'는 사업 재추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제2공항을 둘러싼 현실적인 여건 상 사업을 강행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해석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반려 사유는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이다.

각각의 지적은 쉽게 보완될 수 없는 사안이다. 조류 및 서식지 보호 방안은 2019년 10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최초 보완 요구에서도 다뤄졌던 문제인데 3차례에 걸친 보완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철새도래지 자체를 폐쇄하지 않는 한 논란의 여지가 남을 수 밖에 없다.

항공기 소음 영향 모의 예측 오류는 사전타당성 조사 자체를 보완해야 할 내용이고,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는 주민들에 의해 뒤늦게 제기된 문제를 뒤따르기 바빴던 내용이었다. 제2공항 사업이 시작될 경우 숨골 파괴는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결과여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 주민수용성 확보 못한 제2공항...'도민반대' 여론조사 결과 주효

무엇보다 주민 수용성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반려 결정에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실시된 제주 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여론조사 결과가 특히 주효했다. 당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도내 9개 언론사가 2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반대 51.1%-찬성 43.8%(엠브레인퍼블릭), 반대 47.0%-찬성 44.1%(한국갤럽)으로 반대 의견이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여론조사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전 협의에 따라 실시된 만큼 국토부 역시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판단된 시점에서 국토부가 추가로 얹어진 환경적인 문제까지 감수하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맥을 같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제2공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전제가 있다면 제주도와 도민들 사이에, 공항 예정지 주민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2019년 11월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2공항을 만들지 기존 공항을 확장할지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민들의 판단에 맡겼고 일단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을 선택했다. 또 현지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혀 도민의 결정을 존중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각각의 입장은 '주민 수용성'을 전제하고 있었다.

◇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찾기, 국회의원 3인 역할론 부상

제2공항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근본적인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민주당 소속 제주 국회의원 3인의 역할이 커질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그간 당정협의회를 통해 제2공항 해법에 대한 의견을 조율해 왔다. 특히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에게 제2공항 문제에 대한 부담을 지게 해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실제 지난달에는 제주 국회의원 3인이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과 만남을 갖고 제2공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전언도 들려왔다.

핵심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애초에 제주의 숙원은 제2공항이 아닌 포화 상태인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수용력을 늘리는 '항공인프라 확충'에 있었다.

항공수요 대응은 필요하지만, 항공인프라 확충을 위한 방법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제2공항 건설'이나 '신공항 건설' 등으로 한정지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정석비행장 활용 가능성 대두, 전문가 토론회 등 예정

이러한 배경 아래 제주 국회의원 3인은 대한항공 훈련비행장인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정석비행장 활용 가능성을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국회의원 3인은 환경부의 반려 결정 직후 '제주지역 항공인프라 확충 및 갈등해소 해법모색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날짜와 장소를 확정하고 참가 패널을 섭외 중인 상황이다. 해당 토론회의 핵심 의제는 '제주국제공항 혼잡문제 해결을 위한 정석비행장 활용검토'다. 

오영훈 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환경부가 의견을 냈으니 제2공항 재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입장을 정리할 사안"이라며 "앞으로 제2공항을 재추진할 것인지, 지금 제주공항 시설을 확충할 것인지, 현재 제주에 있는 (정석)비행장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최적의 안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중 정석비행장 활용안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국토부나 제주도는 정석비행장의 경우 여러가지 제약이 있어서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는데 그게 맞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지적했던 안개일수나 항공관련 문제, 기술과 안전의 문제가 극복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당내 의견들이 모여 긍정적 의견으로 요청한다면 대선 과정에서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석비행장의 경우 사전타당성 조사 당시 안개일수와 공역 등의 문제로 부적정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곳으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부가 스스로 내렸던 결정을 번복해 다시 정석비행장을 대안으로 선택할 지도 의문이고, 현재 대한항공 소유의 정석비행장을 매입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뒤따른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항공인프라 확충 대안 찾기는 도민사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됐다. 제주의 사회적 환경적 수용능력과 항공 수요 전망 등을 재점검하고 도민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한 대안 논의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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