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작 활로 개척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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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작 뮤지컬 ‘Marry Merry’

지난해 12월 쇼케이스로 첫 발을 뗀 제주 뮤지컬 창작 기획, 일명 ‘제주컬 프로젝트’가 올해 7월 16일~18일 공연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제주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인 ‘Marry Merry’는 결혼과 출산이란 사랑의 결실을 마주한 ‘2030’ 세대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서울 작은 집에서 아등바등 티격태격 지내지만 마음 깊이 의지하는 10년차 부부 우철우(배우 김재형)와 이영숙(지혜련). 이들 부부의 동갑내기 대학 동창이자 10여년 만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강동민(한정우)과 그의 10년 연하 애인 김은주(김수언).

철우와 영숙은 한 차례 유산을 겪고 입양을 결정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쁜 소식에 더 큰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동민과 은주는 서로를 믿고 부부라는 새로운 길로 향한다. 지난해 쇼케이스에서 보여줬던 작품의 이 같은 큰 줄기는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주인공들의 사연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 암수 고양이(문현정·정용주)를 투입해 메시지를 강조하고, 극 분위기도 보다 부드럽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인연을 맺고 하나가 아닌 둘 혹은 그 이상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도전이나 다름없다. “롤러코스터 같은 세상이지만, 롤러코스터 한 번 타보자”는 작품 노래 가사처럼 ‘Marry Merry’는 여러 가지 장벽으로 세상을 헤쳐나가기 두려운 이 시대 청년들을 향해 ‘사랑하며 이겨내라’고 응원한다.

ⓒ제주의소리
창작 뮤지컬 'Marry Merry' 출연진. ⓒ제주의소리

작품에서 제주는 우철우의 고향이자, 대학 시절 주인공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 장소다. 동민이 어렵게 이국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제주에서의 기억이다. 

한정우·김수언 배우는 쇼케이스에 이어 자리를 지켰고, 김재형·지혜련 배우는 주연으로 새로 투입됐다. 고양이 포함 단역을 소화한 정용주·문현정 배우까지 포함해 배역에 맞는 섭외가 이뤄졌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시간 흐름에 맞게 작은 연기까지 신경 쓴 지혜련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객석에는 이런 내용에 공감할 법 한 젊은 연인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어렵게 부부의 연을 맺은 동민과 은주, 혹은 10년의 기다림 끝에 자녀를 얻은 철우와 영숙은 관객들에게 큰 공감으로 다가왔으리라 본다.  

‘Marry Merry’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 유려한 노래, 유쾌한 분위기 속 희망찬 메시지 등 주요한 특징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면에서 짚어볼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제주컬 프로젝트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바탕이 단단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제주를 어떻게 다룬 작품인가? 출연진과 제작진이 제주 자원인가? 제주 뮤지컬 발전에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이바지할 수 있는가? 관람을 마치고 나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해 제주컬 프로젝트는 아쉽지만 확고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Marry Merry’에서 제주는 푸른 바다, 서핑, 보말 칼국수, 뿔소라, 웃음 소재로 설정된 해녀 등으로 다뤄진다. 아름다운 관광지로서 제주 역시 ‘제주’지만, 솔직히 말해 작품 속 제주를 부산, 속초, 여수 같은 다른 국내 명소로 바꿔도 작품 진행에 큰 무리가 없다. "신혼여행은 제주로 가자"는 마지막 대사까지 제주가 부수적인 소재로 한정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한 구성과 맞물려 소소한 감정·이야깃거리까지 다루면서 공연 시간을 110분까지 무리해서 늘린 느낌을 받았다. 

출연진 모두 제주가 아닌 타 지역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해온 배우들이다. 협력 연출이라고 하지만 쇼케이스부터 초연까지 사실상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극단 같이(가치)의 오상원 연출부터 거의 모든 제작진은 제주 자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제주 창작 뮤지컬’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상 내용물은 다른 곳에서 수입해온 모양새다. 

단순히 제주 출신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외적으로 제주 밖의 힘을 상당부분 빌리더라도 내적으로 제주 가치에 한 걸음 깊이 접근하려고 했던 최근 사례(창작 뮤지컬 ‘동백꽃 지기전에’)도 있었기에, ‘Marry Merry’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짙게 남는다.

제주컬프로젝트 사업비를 기업 후원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구조 역시 지속가능함과는 거리가 있기에 결과적으로 완성도에 영향을 줬다. 공연 제작비가 부족해 인건비 삭감을 감내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최근 몇 년 간 제주에서 보인 뮤지컬 창작은 행정의 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호오이스토리, 만덕 등), 단편 기념 공연(동텃져 혼저글라-최정숙), 민간 영역에서 노력들(제주섬이 설문대가 되리, 손 색시 등)이 모아졌다.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창작 여건이 불확실하거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등 각자 장·단점이 명확했다. 제주컬프로젝트는 지역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창작 활로를 모색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 쇼케이스부터 초연까지 과정을 지켜볼 때 불안한 제작 환경이란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그것은 비단 주최 측의 문제로만 판단할 수 없고 뮤지컬 예술에 있어 제주가 지닌 태생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결혼을 꿈꾸는 젊은 예비부부들의 현실적 고민과 제주를 잇는 구성은 흥미롭지만, 전자에만 힘이 쏠려있는 불균형이 아쉽다.

김길리 제작 감독은 인사말에서 “(제주컬 프로젝트가) 뮤지컬 불모지인 제주에 (뮤지컬) 활성화 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발레라는 본래 몸담은 장르를 뛰어넘어 뮤지컬에 도전한 사업 주최 단체 ‘제주시티발레단’의 취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최근에는 뮤지컬 기초 교육에 집중하는 경우(제주울림)도 등장한 만큼, 지역의 뮤지컬 예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창작부터 향유까지 제주와 뮤지컬 예술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유의미한 시도들이 계속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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