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교육의원 제도 현 주소] ③ 제주도-교육청-도의회 '공 돌리기'..."헌재 판단 면죄부 아냐"

전국적으로 제주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 진정한 지방분권의 교육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15년째 유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존폐 논란까지 휩싸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의원 제도의 현 주소와 조정 가능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동시에 전국 최초 도입된 교육의원 제도는 어느덧 15년차를 맞았다. 시범적인 케이스로 첫 도입됐고, 그 사이에 전국적으로 교육의원 제도가 적용되기도 했지만 모두 일몰되면서, 교육의원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다시 제주가 유일하게 됐다. 

15년간의 운영 과정을 통해 교육의원 제도에 대한 나름의 명과 암이 뚜렷이 갈렸다. 4년에 한 번씩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교육의원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맞닥뜨리는 것도 이제 예삿일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교육계의 반발을 우려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작업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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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동시에 전국 최초 도입돼 올해 15년차를 맞은 교육의원 제도. 지방선거 때마다 교육의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맞닥뜨리면서도, 교육계의 반발을 우려해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최윤정 기자]ⓒ제주의소리

우선 제주도의회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기에는 '스스로 머리를 깎는 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어떤 결론이 내려진들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교육의원 정수를 줄여 지역구 의원 정수를 늘리든,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든, 누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여서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8년 불거졌던 교육의원의 피선거권 위헌 소송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차원의 의견을 모으려는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서로간의 의견차만 확인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발의된 '제주특별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의견제시의 건'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못했다.

각 상임위원회별 의견 조회에서도 각각의 의견이 갈렸고, 교섭단체별 의견도 교육의원 5인으로 구성된 '미래제주'만 청구인의 취지에 반대 의견을 냈을 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육의원 제도 폐지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육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제도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방기해 왔다. 

실질적인 제도 조정 권한을 지닌 제주도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육의원 제도는 의회와 교육계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

2019년 11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 과정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당시 부공남 교육의원은 '깜깜이, 무투표선거'로 지적받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원 지사는 "도의회 공감대부터 형성하라"며 이를 거부했다.

부 의원은 11대 제주도의회가 구성된 직후 5분 발언을 통해 교육의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을만큼 꾸준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 자리에서도 "교육의원 당사자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개선하자고 여러번 말했는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제도개선을 시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원 지사는 "교육계나 교육의원들 간 합의가 된 내용이냐. 공감대는 있느냐"고 반문하며 "제주도 교육의원 제도는 전국과 다르다. 제도를 개설하려면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고, 도의회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의원 제도 개선은 서로가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는 수준에 그쳤던 셈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총대를 멘 대는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등은 지난 2018년 4월 교육의원 피선거자격 제한이 위헌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평등원칙,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피선거 제한과 관련해서도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들도 일반 도의회 의원으로 교육위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며 "이 같은 사유를 고려하면 해당 조항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교육의원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헌재의 결정이 교육의원 제도 전반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헌재는 피선거권 자격에 대한 해석을 내렸을 뿐, 제도의 전반적인 맹점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또 다시 이는 이유다.

제주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45.0%가 '교육의원 제도 조정'의 필요성을 선택하고, 구체적 방안으로 '기능과 역할의 한계가 있으므로 인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8.4%가 넘어선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단, 일각에서 제기되는 방안처럼 지역구 의원정수 2명을 증원하기 위해 교육의원 지역구를 국회의원 선거구처럼 3개로 줄여 정수 2명을 줄이는 등의 대안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제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교육의원 제도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내달쯤 제주도교육청과 함께 한국교육행정학회와 협약을 맺고 제도개선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도 최근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교육의원 등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용역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특별법 상의 교육자치, 교육위원회 제도에 대한 그간의 성과를 살펴보고, 제도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보자는 취지다. 이후 제주교육 발전방안을 도출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공남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은 "교육자치는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가치다. 발전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폐지나 정수 감원 등을 논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의원 자체적으로도 권한을 내려놓고 올바른 제도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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