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78) person 사람

(78) person [pə́ːrsən] n. 사람 & personality [pə̀ːrsənǽlǝti] n. 개성(個性), 인성(人性)
그릇 뒌 사름과 그릇뒌 사름
그릇 된 사람과 그릇된 사람

personality에서의 person의 어원은 persona(페르조나)로서 그 어원적 의미는 “가면(mask)”이다. 융(1875~1961)에 의하면, 그 가면이란 사회집단이 개체에게 요구하는 도리, 본분, 역할, 사회적 의무이다. ‘나’는 ‘페르조나’를 배우고 여러 가지의 ‘페르조나’를 번갈아 쓰면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페르조나’는 어떤 일정한 사회집단에만 통용되는 화폐(currency)와 같은 것이므로 인간의 보편적(universal)·원초적(basic) 행동유형과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것은 사회적 역할을 뜻하는 ‘외적 인격(external personality)’이지만, 우리가 서로를 아는 것도 이러한 역할들 속에서이며,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아는 것도 이러한 역할들 속에서인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훗날 나라의 큰 그릇이 되거라.” 어떤 분야(field)이든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서만큼은 큰 그릇(big bowl)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그런 큰 그릇이 되어야만 사회적 인정(acceptance)을 받게 되고, 과정에서의 어지간한 잘못들도 용납(pardon)될 수 있었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비극(tragedy)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당연히 학업과 담을 쌓았다. 초·중·고 시절의 ‘바른생활’, ‘도덕’ 수업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른 채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일념(determination) 하나로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는 종종 기강(discipline)을 잡는다며 폭행을 가하고 심한 모독을 퍼부으면서도 죄의식(sense of quilt)을 느끼지 못했다. 운동만 잘해서 올림픽 메달을 따면 부(riches)와 명예(honor)를 누릴 수 있었고, 심지어 국가도 종종 이런 이들을 우상화(idolization)하였다.  

프로야구가 선수들의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맞은 가운데, 집담 감염의 배경으로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자리를 가진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오랫동안 시끄러웠던 학폭(school violence) 논란에 이어 코로나 방역(prevention of epidemics) 수칙을 어긴 프로야구 선수들의 술판 논란으로 인성교육(personality education)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런 논란들이 있고 나면 마지막엔 항상 “운동을 더욱 더 열심히 하여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선수들의 사과(apology)가 따른다. 그러나 이 역시 인성의 부족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비도덕적(immoral)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좋은 성적만 내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다 용납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인성 결핍(absence of personality)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 - 그는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시절 은사 사사키 히로시 감독으로부터 '쓰레기(garbage)는 사람들이 떨어뜨린 행운(fortune)이다. 쓰레기 줍는 것을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스스로 행운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오타니는 그때부터 바로 그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고, 지금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그의 쓰레기 줍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가 프로야구에 진출하기 전에 세웠던 80개의 목표 달성표도 화제였다. 오타니는 제구 및 구위, 변화구 등 투수로서 갖춰야할 실력 측면의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인간성, 멘털 등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할 정신적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실력과 인성까지 겸비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팬들로부터도 사랑받는 스타가 됐다.

인성교육을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 예·체능 직업에서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국가의 주요 공직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personnel hearing)에서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후보들이 인성 결핍으로 인해 낙마(a fall from a horse)를 했는가. 사회의 제 분야에서 큰 그릇으로 인정받았던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그때까지 ‘그릇 된 사람’이었다가 한순간에 ‘그릇된 사람’으로 추락하지 않았던가. 이 역시 인성의 문제이다. 운동선수는 인성교육을 받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지만, 청문회 후보들은 겉으로만 큰 그릇으로 포장되어 가려졌던 잘못된 인성이 청문회를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사회는 아직도 결과주의와 성공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자신이 전문분야나 직업과 관련된 하나의 역할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동시적으로든(synchronically) 통시적으로든(diachronically) 여러 개의 가면을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일단은 자신의 직업적(professional) 가면을 써야 하고, 집에서는 남편이거나 아내라는 가면, 아빠이거나 엄마라는 가면을 써야 하며, 사회적 모임에선 선배이거나 후배라는 가면을 쓰게 된다. 또한 운동선수가 평생을 운동선수로 사는 것도 아니다. 선수 생활 후에는 지도자(coach)가 될 수도 있고 사업가(businessman)가 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가면을 번갈아 쓰면서 여러 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방면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능력을 갖추는 게 인성교육인 셈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사회가 복잡하고 세분화(subdivision)된 만큼, 과거와는 달리 큰 그릇보다도 여러 가지 오밀조밀한(meticulous) 작은 그릇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인 듯하다. 어떤 유형의 그릇이 되든 그 그릇 자체가 개성(個性)이고 인성(人性)인 것이다. 삶의 질(quality of life)도 결국은 그 그릇의 질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분은 이러한 인성과 인성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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