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6차산업人] (26) 정원카페 ‘마노르블랑’ 주민란·김환영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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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6차산업 인증을 받은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마노르블랑에서는 송악산과 사계 해안, 형제섬, 송악산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산방산과 서로를 마주보는 애틋한 형제섬, 절경을 자랑하는 송악산. 한 폭의 그림 같은 서귀포시 안덕면과 대정읍의 바다 풍광을 벗 삼아 수려하게 피어나는 꽃들.

하얀저택을 뜻하는 정원카페 마노르블랑은 제주가 뽐내는 천혜의 자연과 어울리는 수려한 식물들을 1만 2000여㎡의 정원에 심어 오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12월부터 3월 말까지는 제주를 대표하는 ‘동백’, 4월부터 8월까지는 수많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자태를 뽐내는 ‘수국’, 8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아름다운 분홍 물결 굽이치는 ‘핑크뮬리’, 겨울이 시작될 때면 찾아오는 ‘애기동백’까지.

마노르블랑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색다른 제주를 경험하고 싶은 도민들을 위해 시기마다 어울리는 식물들을 심고 가꾸며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미래를 열어가는 6차산업을 바탕삼아 자연에 경관 가치를 더하며 아름다운 제주를 꿈꾸는 마노르블랑 주민란(44)·김환영(57) 부부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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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제주 자연에 경관 가치를 더하고 있는 주민란·김환영 대표 부부. 이들은 6차산업과 함께 아름다운 정원을 가꿔가는 꿈을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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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마노르블랑에서 만나볼 수 있는 수국. 마노르블랑이 재배하는 수국은 20여 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제주의소리

“제가 만난 제주인들은 모두 사람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사람과 사람 간 인연, 즉 만남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었죠. 그래서 제주가 더 좋아졌고 여기서 꿈을 펼쳐봐야겠다 생각했죠.”(김환영 대표 인터뷰 中)

오래전부터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삶을 꿈꿔온 부부는 귀농을 위해 2013년 말 제주로 내려왔다. 통신장비 관련 회사에 다니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김 대표가 고민 끝에 제주를 귀농지로 결정하게 된 것.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보고 귀농을 택하는 보통의 경우와 다르게 부부는 ‘사람’을 보고 제주로 내려왔다. 사람과 만남, 인연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주인들을 만나며 육지에서 느끼지 못한 특별함을 느꼈단다. 

제주로 내려온 부부는 꿈을 펼칠 곳을 한참 찾다가 현재 마노르블랑이 있는 안덕면 덕수리에 정착하고 정원을 일구기 시작했다. 이곳을 꿈을 펼칠 장소로 결정한 이유는 ‘백문불여일견’이었다. 

뒤로는 너른 한라산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앞으로는 송악산과 사계 해안, 형제섬, 송악산에 이르는 절경이 반겨주고 있었던 것. 취재기자의 물음에 “보면 느껴지지 않으시냐”고 답변하는 자신감을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땅은 목장으로 쓰이다 버려진 황무지였지만 부부는 그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굴해냈다. 구슬땀을 흘린 끝에 자연과 식물이 어우러진 경관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

부부는 이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주 땅에 맞는 식물을 찾아내며 시행착오를 여러 차례 겪었다. 원예 농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지식 없이 무작정 뛰어든 탓에 정원을 여러 차례 갈아엎기도 했다. 

뼈아픈 실패 경험을 거름 삼아 농업 교육과 식물 연구 등 노력한 결과 100여 종이 넘는 수국을 심고 관리하며 제주 생태에 맞는 수종을 찾아내고 핑크뮬리 군락을 일궈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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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만나볼 수 있는 수국. 사진=마노르블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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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르블랑 건물 뒤편 '동백스케치'에서는 동백이 피는 겨울 붉은 동백과 주황 빛 감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한라산이 한데 어우러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의소리

부부는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제주로 내려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인 ‘사람’을 놓지 않았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같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다문화 가정 등 마을 취약계층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

마을에 대한 인연과 주민들과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특히 밭매는 마을 어머님들의 일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다. 

주 대표는 “마을주민분들이 농사를 많이 지으시는데 솜씨가 대단하시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일해주셔서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꽃 구경하러 다른 곳 갈 필요가 없는 데다 돈도 주니 고맙다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부부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일을 도와주러 오는 마을주민들에게 평소 맛보기 힘든 카페 음료들을 제공하기도 한단다. 더불어 지역 행사와 마을 잔치에 서로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지역 사회환원에도 노력 중이다. 

만남과 인연의 가치를 생각하며 마을주민들과 함께한 결과 이주민인 부부는 갈등 없이 정착했고 꿈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더불어 6차산업에 발을 딛고 꿈을 향한 여정을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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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르블랑은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인증을 받고 성공한 6차산업 인증사업체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부부는 지난해 6차산업 신규 인증을 받으며 6차산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업체의 성장에 무엇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뛰어난 역량을 갖춘 다른 업체들과 협업하면 제주 농업농촌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부부는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제주6차산업人’ 기사를 보고 타 6차산업 인증업체와 협업하는 등 힘을 키워가고 있다. 더불어 가게를 찾는 손님에게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6차산업 업체들을 소개해주며 상생하고 있다.

주 대표는 “우리 정원을 찾아오는 관광객분들이 다른 곳들도 가서 체험하시면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고 좋지 않나”라며 “6차산업 인증업체 대부분이 뛰어난 체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니 추천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부부는 애지중지 키운 식물들을 비교적 비싼 값에 식물들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도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식물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도민들이 집에서도 만끽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부부의 뜻이 담겼다. 

이를 위해 새로운 품종을 들여와 심고 1년여간 지켜본 뒤 잘 자라면 정원에 심어 새롭게 단장하는 등 변화를 통해 방문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신선한 정원을 가꾸고 있다. 건물 뒤편에서는 다양한 식물들이 환경 적응력을 시험받고 있기도 하다. 

또 개인 판매와 더불어 학교나 요양시설, 일배움터, 대형 리조트, 펜션 등 다양한 곳에서 부부가 키운 식물이 자라고 있다. 마노르블랑에서 키운 수국의 경우 제주국제공항 청사 1층 출입구 앞에 심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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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과 함께 색다른 풍광을 자랑하는 핑크뮬리. 사진=마노르블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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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만나볼 수 있는 마노르블랑 동백. 사진=마노르블랑. ⓒ제주의소리

바라는 점이 있냐는 질문에 부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등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 안내서를 비행기에서 나눠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페를 방문했던 한 손님이 음료를 마시지도 않으면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 실내 공간이니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요청에도 백신을 맞았다며 화를 내고 따르지 않는 등 곤란한 상황이 자주 있었다고 했다. 

더불어 차량 한 대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정원 앞 농로를 넓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불편하진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과 방문객들의 안전사고,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

김 대표는 “도로가 넓어진다면 주민 불편이 없어지고 방문객들도 마음 편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라며 “방문객이 늘어나는 성수기엔 주변 상권에서 손님이 많아진다며 좋아하신다. 도로가 개선돼 방문객이 많아진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보니 부부는 “이용료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선사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원물을 활용한 제품도 생산하는 등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노르블랑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2100번길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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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르블랑 뒤편 주차장에는 시험 재배 중인 작물들이 줄지어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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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르블랑 카페 건물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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