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234) 꿩바치는 한쪽 눈은 있으나 마나

* 꿩바치 : 꿩 사냥하는 사람
* ᄒᆞᆫ혼착 : 한쪽 
* 시나 마나 : 있으나 마나
 
꿩바치의 바치는 어떤 분야(일)에 기술이 빼어난 사람,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제주방언에 ‘동녕바치’라는 말이 있으나. 이 경우의 바치는 ‘구걸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꿩바치의 바치와는 다르다.  

‘꿩바친 ᄒᆞᆫ착 눈 시나 마나’, 참 익살스러운 말이다. 그때 또래 아이들이 한쪽 눈 감고 새총을 쏘고 구슬치기를 한 것이 바로 ‘꿩바치’ 흉내를 냈던 게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픽사베이]
‘꿩바친 ᄒᆞᆫ착 눈 시나 마나’, 참 익살스러운 말이다. 그때 또래 아이들이 한쪽 눈 감고 새총을 쏘고 구슬치기를 한 것이 바로 ‘꿩바치’ 흉내를 냈던 게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옛날에는 Y 자 모양의 나뭇가지 양쪽에 고무줄을 묶고, 그 두 가닥 고무줄 가운데는 가죽을 엮어 놓아 가지 아랫부분을 힘껏 잡고 고무줄을 최대한 잡아당겼다가 목표물을 향해 쏘았다. 새총을 쏘는 모습인데 목표물은 말할 것도 없이 참새였다.  
  
고무줄의 탄력은 굉장히 빠른 속도와 파괴력을 발휘했다. 이 새총을 참새를 향해 쏠 때, 한쪽 눈을 감고 한쪽 눈을 실눈으로 지그시 감아 조준했다. (우리 어릴 때는 왜말을 써서 네라모한다고 했다.) 한쪽 눈으로 겨냥해야 목표물을 잘 맞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슬치기(왜말로 다마치기)를 할 때도, 일정 거리에 떨어져 있는 상대방의 구슬을 향해 엄지 검지로 잡은 구슬을 던질 때도 그랬다. 오른눈을 거의 감고 왼쪽 눈 한쪽으로 겨냥해서 던지며 딱 하고 구슬을 맞혀, 자기 것이 된다. 

옛날 생각이 난다. 나는 한쪽 눈을 감아 가며 새총으로 새를 쏴 맞혀 본 적이 없었고, 구슬치기도 그렇게 한쪽 눈 감고 잘 맞히지 못했지만, 용케 잘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꿩바친 ᄒᆞᆫ착 눈 시나 마나’, 참 익살스러운 말이다. 그때 또래 아이들이 한쪽 눈 감고 새총을 쏘고 구슬치기를 한 것이 바로 ‘꿩바치’ 흉내를 냈던 게 아닐까 싶다.
  
막상 말로 표현해 놓으니 여간 흥미롭지 않다. 한쪽 눈을 감고 꿩을 향해 총이나 활로 겨냥해 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는가. 오른쪽 눈을 감는데 그냥 감는 게 아니다. 눈을 총대에 또 활에 바싹 들이대고 잔뜩 찡그렸으니까. 
  
그러고 보니 꿩바치가 꿩을 사냥하는 데는 굳이 두 눈이 필요 없고, 한 눈만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꿩을 겨냥해 한눈 찡그린 포수의 모습을 그리듯이 잘도 표현했다.

김길웅

김길웅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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