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109’ 2008년 이후 최고...1년새 마늘 47%, 시금치 45%, 달걀 44.9% 상승

제주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오겹살. 연초부터 상승세를 보여온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이 반년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 오겹살. 연초부터 상승세를 보여온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이 반년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휴양림에서 1박을 하기 위해 마트를 찾은 이모(41)씨는 김밥과 삼겹살 구이 식단을 계획했지만 미리 준비했던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장보기가 겁이 났다. 

아이들이 매일 먹는 달걀 가격은 도무지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금값이라던 시금치 가격도 앞자리 숫자를 의심하게 했다. 연초부터 폭등한 돼지고기 가격도 마찬가지였다.

김밥을 준비하면서 쌀 값 인상까지 생각하니 얼마 전 김밥 판매가격을 500원 올린 동네 분식집 사장님의 사정도 이해할만 했다.

제주 물가가 심상치 않다.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오른 소비자 가격이 식자재 전반으로 번지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4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제주산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1kg 기준 4516원에서 7월에는 6001원까지 오르며 연초와 비교해 34%나 급증했다.

치솟은 달걀 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제주시내 모 마트의 달걀 판매대에 한판에 7900원 특판가를 알리는 홍보물이 내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7월9일에는 경락가격이 8727원까지 치솟으면서 반년 사이 2배나 올랐다. 도축 물량 확대로 현재는 600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 5000원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실제 7월 기준 도내 삼겹살 소비자 판매가격은 100g당 2944원으로 17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았다. 목살도 2895원으로 전국 평균 2543원과 비교해 13%나 비쌌다. 

달걀 가격도 반년째 요지부동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공급이 줄면서 올해 초 30구 기준 7000원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판매가격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어제(3일) 기준 제주지역 특란 30구 소비자 판매가격은 평균 7486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72원과 비교해 36%나 높은 가격이다.

물가 상승 흐름은 소비자물가지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제주도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04로 2008년 이후 역대 최고다.

제주시내 모 분식점에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김밥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모 분식점에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김밥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한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에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내 한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에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제주의소리

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지수화한 지표다. 현재는 2015년 국내 물가를 100으로 놓고 비교 시점의 물가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지수별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3.2%, 생활물가지수는 4.3%, 신선식품지수는 11.1%씩 각각 올랐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12.4%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중 돼지고기는 14.2%, 마늘 47.2%, 시금치 45.0%, 달걀 44.9%, 무는 22.1% 각각 급상승했다.

식자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상황과 생산비 증가, 기상악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 상승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태풍 등 기상악화와 재난지원금 등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소비 수요가 더해질 경우 9월을 전후해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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