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화순곶자왈 탐방로 걷다 길 잃어...3일 아침에야 구조돼

 

제주를 찾은 60대 관광객 부부가 밤새 곶자왈을 헤매다 반나절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4일 제주경찰청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0시1분쯤 119로 “곶자왈인데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신고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제주 경찰 드론에 찍힌 남편 정씨. 왼쪽은 주간카메라에 찍힌 정씨(빨간 원), 오른쪽은 열화상카메라에 찍힌 정씨(노란 원).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 경찰 드론에 찍힌 남편 정씨. 왼쪽은 주간카메라에 찍힌 정씨(빨간 원), 오른쪽은 열화상카메라에 찍힌 정씨(노란 원). ⓒ제주경찰청 제공.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가 끊기자 소방당국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경찰은 신고자의 신원과 주거지 파악 등에 나섰다. 

경찰은 신고자를 다른 지역에서 최근 제주를 찾은 정모(68)씨로 특정, 소방당국과 함께 마지막 통신 기록으로 남은 화순곶자왈 인근 수색 작업에 나섰다. 정씨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진 듯 추가적인 통신기록은 잡히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견까지 투입해 정씨 수색에 나섰으나 날이 저물어 어두운 상황에 우거진 나무와 덩굴 등으로 곶자왈 안으로 진입조차 어려웠다.  

밤샘 수색에도 정씨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이튿날인 3일 오전 7시54분쯤 드론팀 투입을 결정했다. 드론팀은 지난해 6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비슷한 시간인 오전 8시50분쯤 소방당국에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박모(68)씨로, 정씨의 아내였다. 박씨는 남편과 함께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다고 신고했다. 

최근 남편 정씨와 함께 제주에 관광 온 박씨는 2일 오후 4시쯤 탐방로를 걷기 시작했고, 숲길을 걷다 만난 소떼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다가 길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도 없이 밤새 곶자왈을 헤매던 박씨가 다행히 스스로 탈출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밤새 곶자왈을 헤맨 박씨는 안덕면 덕수리에 위치한 한 과수원을 발견했고, 과수원에 있던 사람의 휴대전화를 빌려 신고한 것. 

박씨는 남편이 아직 곶자왈에 있을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정씨가 탐방로를 걷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탐방로를 중심으로 수색을 강화했다. 

그러던 3일 오전 10시50분쯤 드론 열화상카메라에 이상 물체가 찍혔다. 주간 카메라로 확대하자 밤새 곶자왈을 헤매던 정씨였다. 
 
드론은 정씨가 위치한 장소 상공에 머물러 위치를 알렸고, 정씨는 119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발견 당시 정씨는 고열과 함께 탈수 증세를 보였고, 또 몸에 찰과상을 입었다. 

밤새도록 곶자왈을 헤맨 정씨와 아내 박씨는 서귀포시내 병원에서 회복중이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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