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화순곶자왈인데요”…‘뚝’ 제주소방, 심상찮음 직감하고 적극 대처

119종합상황실 소속 장연경 소방장.

지난 2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곶자왈에서 길을 잃었다가 반나절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60대 관광객 부부와 관련해 초기 소방요원의 대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소방안전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2일 오후 10시 1분께 119종합상황실에 “제주도 화순곶자왈인데요”라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 뒤 바로 끊어졌다. 

심상찮은 사고임을 직감한 장연경 소방장은 다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 안덕119센터 출동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경찰은 신고자 정모(68) 씨를 특정하고 소방당국과 함께 마지막 통신기록으로 남은 화순곶자왈 인근 수색 작업에 나섰다. 신고자의 휴대전화에서 추가 통신기록은 잡히지 않았다.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까지 수색이 진행됐으나 우거진 나무와 덩굴 등으로 수색 진행이 여의치 않자 소방당국과 경찰은 새벽 2시 35분께 1차 수색을 마무리했다. 

다음날인 3일 오전 6시께 시작된 2차 수색 중 오전 8시 40분께 ‘덕수리에서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상황을 알고 있던 장 소방장이 신상정보를 구체적으로 물어봐 정씨의 아내 박모(68) 씨인 것을 확인했다. 

박씨는 휴대전화도 없이 밤새 곶자왈을 헤매다 스스로 탈출에 성공한 뒤 안덕면 덕수리의 한 과수원에 있던 사람의 휴대전화를 빌려 신고할 수 있었던 것. 

소방과 경찰은 신고를 토대로 수색을 강화했고 오전 10시 50분께 경찰 드론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정씨를 발견했다.

밤새도록 곶자왈을 헤맨 부부는 서귀포시내 병원에서 회복 중이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차 제주에 내려온 부부는 2일 오후 4시쯤 탐방로를 걷기 시작했고, 숲길을 걷다 만난 소떼를 피하기 위해 도망가다가 길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장 소방장은 “제주에 여행 온 두 분이 무사히 구조돼 119상황요원으로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작은 신고 전화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상황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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