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주의소리

검찰이 제주 해안가에 설치된 산책로 관리 부실을 이유로 현직 공무원 2명을 기소한 가운데, 재판부도 처음 접하는 사건이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김연경 부장판사)은 11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청 현직 공무원 A씨 등 2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등 2명은 한림읍 한수리에 설치된 산책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지난해 2월 관광객 추락 사고를 야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공판이 시작되자 김연경 부장판사는 “의문이 많은 사건”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산책로 관리 업무를 현재 누가 맡고 있는지 양측에 묻는 등 사건의 사실관계부터 재확인했다. 

A씨 등 2명의 변호인은 “어촌종합개발 사업 계획에 따라 산책로는 조성 이후 해당 마을 어촌계나 주민에게 인계돼야 하는데, 인계가 되지 않아 공백이 발생했다. 다만, 공무원 사무분장에는 해당 업무가 삭제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시의 업무는 맞는데, 피고인의 업무가 아니라는 취지다. 60여개가 넘는 어항 관리에 대한 사무가 분장돼 있다. 피고인들은 사무분장상 본인의 업무가 아니지만, 민원이 제기되고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고 피고인들의 적극적인 행정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검찰은 “업무 인계에 대한 명확한 논의가 없었다. (사고 발생 시설물 유지·관리 업무) 인계하는 것 자체가 예정되지 않았다”면서 인계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기존에 담당하던 제주시의 업무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은 “업무는 수행하는 사람의 직급·직함이 아니라 그 행동이 중요하다. 해양시설에서 발생한 사고인데, 해양시설 담당 직원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무분장도 구체적이지 않다. 본인들의 업무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보수공사 자체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지적에 A씨 등 2명의 변호인은 “업무는 지위로 따져야 한다. 법률과 조례, 규정상 사업 시행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일선 공무원에게 (형사)책임을 물면 어떤 공무원이 일할 수 있겠나. 이번 사업의 시행자는 제주도지사”라고 변호했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한림읍 한수리 산책로.
추락사고가 발생한 한림읍 한수리 산책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김 부장판사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가 발생하면 관리 기관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봤어도 담당 직원을 기소하는 형사사건은 본 기억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 (예시한 고속도로 사고의) 차이가 있느냐”고 검찰에 의견을 물었다. 

이에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검토한 내용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음 기일에 관련 의견을 제출하겠다”며 하루 더 기일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등 2명의 변호인은 추가로 진행할 증거조사나 증인조사, 의견이 없다고 답했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키로 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29일에 재판을 속행할 예정이며, 이날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2월22일 한림읍 한수리 해안가에 설치된 산책로에서 부서진 난간 사이로 관광객이 3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고로 관광객은 전치 6주에 달하는 중상을 입었고, 관광객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난간을 기댔다. 사고 이후 제주시는 부서진 난간을 수리하는 등 보수 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제주시가 산책로 관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 당시 보수를 진행한 부서 담당 팀장과 직원이던 A씨 등 2명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각각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다. 

A씨 등 2명은 검찰의 약식기소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지난달 진행된 첫 재판에서 검찰과 A씨 등 2명의 변호인은 공무원의 업무 범위에 대해 다퉜다.

A씨 등 2명이 재판받는 사실이 알려지자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서명이 이뤄졌다. 제주시청 공직자를 중심으로 서명이 이뤄져 총 2150명이 동참했으며,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됐다. 

한편, 해당 산책로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 관광객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해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현직 공무원 A씨 등 2명의 선처를 바라는 제주 공직사회의 탄원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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