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굴안전연구소·제주도동굴연구소, 광복절 앞둬 현황 보고서 내...“종합조사 필요”

송악산 해안의 진지동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송악산 해안의 진지동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단법인 한국동굴안전연구소, 제주도동굴연구소는 광복 76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제주도일본군 동굴진지(요새)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주도 일본 동굴진지에 대해 조사·연구해온 제주도동굴연구소의 결과를 기준으로 검토, 수정·보완한 자료다. 특히 조사 연구 과정에서 취득한 중요한 자료인 증언 내용을 기록에 남기고자 한국동굴안전연구소와 제주도동굴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증언 채록은 윤세민(1930년생) 전 제주도교육연구원장 포함 13명이 참여했으며, 지역 주민 84명이 참여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증언, 제보, 문헌조사 등을 통해 현장 확인 결과, 제주도에 구축된 일본동굴진지(요새)수는 제주시 75개 지역에서 278개, 서귀포시 45개 지역에서 170개로 총 120개 지역의 448개로 확인됐다”고 밝힌다. 특히, 정밀 실태조사 등이 진행될 경우 그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송악산, 서우봉, 삼매봉, 수월봉, 일출봉, 추자도 등의 해안 지역에는 소형 선박을 은폐, 엄폐시킬 수 있는 해군특공대기지가 구축돼 있다. 보존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각 지역의 오름에는 복곽진지, 주저항진지, 전진거점, 위장진지 등으로 전술적 용도를 구분해 포병, 보병 기지, 지원부대와 관측소용 동굴진지, 벙커, 토치카, 고사포 진지, 자동화기진지 등이 구축돼 있다. 이 외에도 기마부대의 급수장(천아오름 부근) 등이 설치돼 있다.

연구진은 “제주도에 주둔한 일본 제58군 결전7호 작전의 핵심은 제주 비행장, 진드르 비행장,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의 방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비행장 세 곳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혹은 엄호할 수 있는 서부와 북부 지역에 주둔군 상급부대의 사령부와 주력 부대의 주저항진지, 복곽진지 등이 집중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모슬포의 알뜨르 비행장 지역에는 다수의 격납고와 관제탑, 지하벙커, 고사포진지 등이 구축돼 있다. 격납고와 지하벙커는 지금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일본군 배치 현황 및 진지 분포도(요새도). 사진=제주도일본군 동굴진지(요새)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 ⓒ제주의소리
제주도 일본군 배치 현황 및 진지 분포도(요새도). 사진=제주도일본군 동굴진지(요새)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 ⓒ제주의소리

연구진은 “이곳은 셋알오름의 동굴진지도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알오름의 동굴진지(요새)는 인접한 송악산의 해군특공대기지와도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제주 동부지역은 유격진지로 위장진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천연동굴을 작전에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보나 자료는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동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구축된 진지동굴과 진지의 수도 적게 분포한다.

▲제주시 산천단, 관음사 등 삼의양 오름 일대 ▲봉개동 일대 ▲도두봉, 오등봉 일대 ▲어승생악 일대 ▲서귀포시 모라이악, 녹하지악, 미악산 일대 ▲제주시 한경면의 저지오름, 가마오름 일대 ▲애월읍의 발이오름, 빈네오름 일대 ▲조천읍의 거문오름 일대 ▲구좌읍의 체오름 일대 ▲서귀포시 대정읍의 셋알오름 일대 ▲안덕면의 원수악, 논오름, 군산, 왕이메오름, 영아리오름 일대 ▲서귀포시 표선면의 대록산 일대에는 각 부대 사령부와 지원부대 혹은 주력부대들이 이용할 대형 동굴진지가 미완성 상태로 발견됐다.

일본 제58군사령부의 복곽진지는 어승생악이며 지휘관측소는 윗세오름으로 선정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연구진은 “동굴진지의 구축 외에도 제주시 봉개동의 고넹이술굴, 북제주군 조천읍의 와흘굴, 우도의 포제동산굴 등 다수의 천연동굴도 함께 주둔지 작전에 이용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다”며 “현장 확인에서도 이용한 흔적으로 추정되는 곳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화산섬 제주도에는 전 지역에 수많은 일본군 동굴진지(요새)가 구축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동굴진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고, 구축된 원인과 용도 등에 대한 역사적인 규명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추가 조사는 동굴지질, 지질공학, 토목공학, 측량, 군사학, 사회, 역사학 등의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사단이나 여단 사령부 혹은 주력부대 진지와 같이 증언과 관련된 자료에 의해서 대형 동굴진지로 판단되는 곳은 매몰된 입구와 내부 함몰부에 대한 발굴조사와 원형 복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제주도의 전쟁 흔적들을 선별해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한 시대의 아픈 과거의 교육,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게해야 한다"고 시사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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