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점무늬병에 감염된 감귤 모습. 사진=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권순화 연구사.

기상청이 제주도에 어제(12일)부터 최대 10일간 장대비를 예보하면서 7월 장마에 버금가는 정체전선으로 감귤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상공을 가로지르는 장마전선(정체전선)이 생겨나 도 전역에 수시로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주변 기압의 영향으로 정체전선이 제주 상공에 오래 머물게 되면 제주는 다음 주말까지 열흘에 걸쳐 비가 내릴 전망이다. 남북 폭이 좁고, 동서로 길게 발달한 비구름대가 통과하며 짧은 시간에 남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다.

감귤 농가에 우려되는 피해는 바로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발병률이 높은 감귤나무의 검은점무늬병이다. 노지감귤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검은점무늬병은 0.5~1㎜ 크기의 검은색 원형반점이 생겨 감염된 열매의 상품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이 질환은 기온이 20도 이상이고, 12시간 이상 감귤열매가 젖은 상태에서 발생위험이 매우 크다. 방제 약제 살포 후 강우량이 200㎜이상 됐을 경우에는 약효가 없어져 재차 방제를 실시해야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에서 감귤해충 발생생태를 연구하는 권순화 연구사는 이번 비로 우려되는 피해로 “제주 동서남북이 햇빛이 나는 양이 다 다른데 일단 병이 문제다. 검은점무늬병은 비가 오면 물에 의해 전염된다. 기상 상황을 보며 중간에 날이 좋은 날은 방제를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현 농업기술원 감귤기술팀 농촌지도사는 “7월 중순에 장마가 있었지만 작년(41일)보다 훨씬 짧았던 편(17일)이라 감귤 생산에 이번 장마전선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예단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비가 지속적으로 내려 농민들이 병충해 방제시기를 놓치게 되면 검은점무늬병 등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지도사는 감귤 농가에게 밭의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배수로 정비를 실시하고, 비 예보를 확인해 병해충 방제시기를 미리 조정할 것을 조언했다. 또 비로 인해 병충해 방제시기를 놓친 농민은 날이 맑는 대로 바로 방제하라고 당부했다.

많은 비는 감귤나무에 여름순이 무성하게 해 일조량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가마다 각각의 나무에 알맞은 과실 관리를 해줘야 하며, 8월 말까지 비가 많이 오게 되면 과일 안에 적당량 이상의 물이 차올라 과실이 커지고 당도 또한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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