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7) 민법 개정안 입법 예고...소모품 취급 인식 바뀌어야

로마법 이래 2000여 년 동안 물건이었던 동물이 이제 생명이 있는 존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법무부가 지난 7월 19일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민법 제98조(물건의 정의)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는 민법 98조를 개정한다는 것이다. 민법 98조 2항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하게 된다. 

지금까지 동물은 생명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동물은 민법상 동산에 해당하는 물건이고, 형법상 동물은 재물로 설정되어 있다. 생명체가 아닌 물건이기 때문에 물건 유실과 관련된 처벌이 적용되며 타인 소유의 동물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법 제266조의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자기 소유의 동물을 학대한 경우에는 형법상의 재물손괴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2017년 8월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던져 죽인 60대 노인에게도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었다. 2019년 7월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잔인하게 학대해서 죽인 피의자에게 내려진 처벌 역시 동물 살해가 아닌 재물손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물손괴죄가 동물보호법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있지만 정작 재물로 적용되었을 때 형량이 높아지기 때문에 재물과 물건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현실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 ‘동물판 n번방’ 사건이라 불렸던 ‘고어전문방’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미성년자를 포함하여 약 80여 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야생동물을 포획하여 석궁, 엽총으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신체를 자르는 방법, 학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였다. 방장인 조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방조 혐의가 인정되어 300만 원 벌금형이 내려졌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법망을 피해간 상황이다. 그들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조씨는 이마저 불복하여 현재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

오픈채팅방에서 그들은 생명인 동물을 학대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강간과 폭력을 하고 싶다는 대화가 오고 갔다. 생명임에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폭력은 사회 폭력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설 동물 보호소 ‘행복이네’에서 지난 7월 15일 제주시 공항 인근 개농장 개들을 구조하였다. 개 58마리, 고양이 3마리 모두가 식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주인들이 농장에 판 것이다. 현재 도축판매업자는 불법도축, 불법건축물, 무허가판매, 동물학대 등으로 수사 중이고 동물들은 제주시에서 압수하여 보호조치에 있다.  사진 제공=사설 동물보호소 ‘행복이네’ ⓒ제주의소리

1997년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과 동물구조단체 MSPCA의 ‘동물학대와 다른 범죄와의 상관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으며 연쇄살인범의 경우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1000% 폭증한 가운데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을 강력범죄와 준하여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는 연쇄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 범죄자들이 공통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했으며 범죄자들의 심리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를 통해 많은 사람이 놀라고 충격받게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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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화려하지만 많은 면에서 황폐화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는 지독한 연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기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연민은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 따뜻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입양을 원하는 분은 인스타 ‘행복이네’ 디엠으로 신청 바란다. 사진 제공= 사설 동물 보호소 ‘행복이네’ ⓒ제주의소리

해외에서는 이미 동물의 지위가 사람과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1988년에 오스트리아 민법전과 1990년에 독일 민법전, 그리고 2002년에는 스위스 민법전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서 반려견 면허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등 동물복지로 유명한 독일에서는 1990년에 “민법상 동물의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독일 민법 제90a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 그에 대한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규정을 신설한 이유는 동물은 인간과 유사한 생명체로서 인간이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며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특별한 존재로 전환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초에 동물학대 사건이 일어날 수 없게끔 동물 학대와 유기에 관련된 형량이 높다.

이와 같은 독일 민법 개정의 취지와 비슷한 관점에서 우리 민법에서도 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동물은 생명을 지닌 생명체로서 무생명체인 물건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게 된다. 또한 가장 우려되는 동물 학대와 유기 부분에서의 형량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강력 범죄 등은 한 가지 예라 볼 수 있다. 생명인 동물을 대하는 많은 면에서 누가 누구를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모두 황폐해진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지난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동물을 여전히 식품처럼 상품처럼 기계처럼 소모품처럼 화려함을 빛내주는 장식처럼 취급하고 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물의 이익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구분할 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신경 체계를 가졌는가에 따라, 지능에 따라 고등동물 하등동물 등으로 말이다. 그에 따라 법 적용은 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분 없는 통합적인 인식과 행동 변화 그리고 제도와 법의 뒷받침이 없이는 우리는 다음을 희망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기후 위기, 코로나19 위기, 건강 위기, 생물 다양성 위기, 육상·해양생태계 위기, 쓰레기 위기 등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영원할 것만 같은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손가락 끝만 보면서 다음 세대의 세계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만 한다. 손가락 끝 너머 저 달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지구의 선한 시스템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길 바란다. 

어느 학자의 말처럼 ‘동물의 세기라 하는 21세기’ 이제야 우리는 한 걸음을 떼게 된 것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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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은 우리의 확실한 미래다. 지난겨울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백구 '뽀'와 고양이 '하루'.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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