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백신 사망 인과성 조사 부검 결과 전 결론 논란…유족 “이럴 거면 부검은 왜”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A씨(63)에 대한 인과성 조사와 관련해 유족이 반발하고 나섰다. 

고인의 몸에 손을 대야만 하는 상황임에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에 동의했으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질병관리청이 의례적으로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로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난 6월 7일 도내 한 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같은 달 30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숨졌다.

A씨는 백신 접종 후 구토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타이레놀 처방이 있었지만 이후 몸살 등의 증세가 이어지자 사흘 후인 6월 10일 해당 의원에서 수액 처방을 재차 받았다.

1차 의료기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A씨는 6월 15일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에 입원해 추가 치료를 받았다. 

입원 이틀만인 6월 17일에는 의식을 잃고 뇌출혈 증세를 보여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다. 의료진이 초기 대응에 나섰지만 6월 30일 결국 병원에서 숨졌고 7월 1일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부검이 진행됐다.

A씨의 아들 B씨는 담당 형사로부터 부검 1차 소견에 대해 ‘기저질환·뇌동맥류·동맥경화가 없고 혈전으로 의심되는 곳이 있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약 3주 정도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또 7월 13일 부검의를 통해 조직검사결과 혈전이 관찰됐다면서 아직 약독물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회의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도 전해 들었다.

하지만 B씨는 7월 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어머니의 백신과의 인과성 여부 조사결과 ‘인과성 없다’는 내용을 알게 됐고, 다음 날 우편을 통해 심의 결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라는 문서를 받았다.

사진=제보자 제공. ⓒ제주의소리
B씨가 20일 우편으로 받은 인과성 평과 결과지. 사진=제보자 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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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받은 부검 결과 설명 자료. 사진=제보자 제공. ⓒ제주의소리

1차 소견에서 ‘기저질환·뇌동맥류·동맥경화가 없고 혈전으로 의심되는 곳이 있다’는 내용을 들었던 B씨는 인과성이 없다는 결론을 이해할 수 없어 질병청에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건 “1차 소견을 바탕으로 결론지었다”는 답변이었다.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B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음과 동시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는 등 사실을 확인하던 중 질병청 담당 직원으로부터 “부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진 줄 알았는데 하지 않았다. 재심의를 하겠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 

B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부검 1차 소견으로 인과성이 없다고 결론날 수 있다고 해놓고 나중에야 부검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죄송하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질병청은 ‘부검의가 혈전을 발견했다고는 하지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해당되지 않고, 제주대병원 의무기록지에 색전술 시행 당시 뇌동맥류 파열이 확인됐다고 나왔다’는 이유로 인과성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부검의 교수로부터 뇌동맥류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의무기록지에 있으면 부검의 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이렇게 부검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결론을 내릴 거면 부검은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부검을 진행한 이상 결과를 본 뒤에 인과성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뿐더러 1차 소견 결과를 확인했다면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로는 결론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검을 진행했으니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렸다가 결과를 전달해주는 게 맞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이런 답변을 들으니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피력했다.

백신으로 인한 사망 여부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역학조사와 의료진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백신과의 인과성을 최종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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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받은 질병관리청의 답변. 사진=제보자 제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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