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 세상 사는 이야기] (80) 자신의 뿌리를 부정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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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은 작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친일파로 매도하고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금년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그는 역대 보수정부를 친일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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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관점을 사관이라 하는데 어떤 사관을 갖느냐에 따라 역사 해석이 달라진다. 그렇다 해도 선입견이나 이념적 편견, 호불호의 감정에 의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철저한 반일·반공주의자였고 초대 내각의 각료들도 항일 독립투사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일제시대의 관료와 군인, 경찰관 등을 내치지 않고 계속 기용한 건 국가 운영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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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역사관은 첫째, 자학사관이다.

8.15 해방은 우리 힘으로 된 게 아니라 남의 손을 빌려서 이뤄졌다. 그래서 떳떳치 못한 해방이긴 하나, 생각해 보라. 2차대전 이후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가 남의 힘에 의존하여 해방됐고 독립했다. 더욱이 유엔이 우리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마당에 웬 가당치 않은 자학인가?

둘째, 치욕사관이다.

남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은 건 분명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한국사를 보면 5천 년 역사에 천 번의 외침이 있었으나 한국인은 이를 딛고 꿋꿋이 일어섰다.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 거지, 지난날의 수치와 모욕에 매몰돼선 안 된다.

셋째, 절망사관이다.

일각에서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다고 절망하는 건 가장 나쁜 사관이다. 모든 나라의 개국신화와 건국의 역사가 그럴 듯한 서사로 미화되는 건 후손들도 하여금 자신의 뿌리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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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카아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명제의 함의는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사를 논하되, 과거의 시대적 정치·사회적 상황(여건)을 감안하라는 뜻이라고 본다.
현재가 제 말만 하고 과거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건 대화가 아니다. 현재가 과거에게 말을 걸면, 과거가 현재에게 화답하는 게 역사의 요체다.

정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여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그것이 정치다.

따라서 우리 사회 각계 지도자들은 화음을 이끌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돼야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서툰 연주자가 돼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간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며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과거가 현재의 역사인 것처럼 현재는 미래의 역사다. 현재의 한국인은 대동단결하여 찬란한 미래를 향한 거보를 힘차게 내딛을 때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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