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칼럼 Peace Art Column] (62) 김동현

제주도는 평화의 섬입니다. 항쟁과 학살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4.3이 그렇듯이 비극적 전쟁을 겪은 오키나와, 2.28 이래 40년간 독재체제를 겪어온 타이완도, 우산혁명으로 알려진 홍콩도 예술을 통해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예술’이 역사와 함께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네 지역 예술가들이 연대해 평화예술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화예술운동에 대한 창작과 비평, 이론과 실천의 공진화(共進化)도 매우 중요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네 나라 예술가들의 활동을 ‘평화예술칼럼(Peace Art Column)’을 통해 매주 소개합니다. 필자 국적에 따른 언어가 제각각 달라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 원고도 함께 게재합니다. [편집자 글]

2015년 <화산도> 복간을 기념해 열린 심포지엄에서 김석범은 오키나와 헤노코 반대 투쟁을 언급한다. 김석범은 오키나와 섬 경찰로는 부족해 외부에서 경찰을 부르는 처사를 “일본 정부의 국내 식민지 정책”이라고 규정한다.(신지영, 「『변화 없음』이라는 역동성;복간기념 심포지엄, 「전후 일본문학과 김석범 『화산도』에 참가하여」申知瑛, 「『変化なし』というダイナミズム:復刊記念シンポジウム「戰後 日本文學と金石範 『火山島』に參加して)

『화산도』 복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오키나와 헤노코 반대 투쟁을 언급하는 이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김석범 연구자인 조수일은 이를 제주 4.3과 김석범의 일본에서 체험한 밀항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2007년 이후 제주 강정에서 벌어진 억압과 배제, 폭력의 반복에 대한 작가적 소회라고 이야기한다.(조수일, 「김석범 문학이 재현하는 사건의 교차성」, 『사이間SAI』 30호, 2021) 해방된 조선에서 ‘국민’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살펴본다면 김석범의 이 같은 반응은 1945년 체제 이후 동아시아에서 국가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오랜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리적 폭력을 독점한 국가는 ‘국민’을 규정하는 동시에 ‘비국민’을 생산해냈다. 제주 4.3항쟁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빨갱이는 비국민이다’라는 규정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발터 벤야민이 국가는 법 정립적 폭력과 법 보존적 폭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국가 폭력은 근본적으로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는 차별적 통제 전략이다. 

이러한 차별적 통제 전략은 종종 정치적 수사로 포장되곤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언급할 때조차 정파적 입장에 따라 국민의 범주가 달라진다.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모 국회의원은 상임위 회의에서 그들의 행동을 “불특정 다수, 무고한 시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는 도심 테러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빌딩 옥상으로 올라갔던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순간 그들은 ‘비국민’이 되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보다는 시민들의 자위적 저항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 발언은 마치 제주 4.3 당시 “원인에는 관심 없다. 내 사명은 진압뿐이다”라고 했던 브라운 대령의 말을 연상케 한다.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는 발언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2016년 오키나와 다카에 기지 건설 현장에서 일본 오사카에서 파견된 경찰은 시위 군중을 향해 토인(土人)이라고 말했다. ‘토인’이라는 말은 미개한 사람들을 일컫는 비하 발언이다. 심지어 한 경찰은 ‘시나シナ’(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중국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말)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미개인’, ‘중국 짱개들’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셈이다. 현장에 있었던 본토 경찰들이 오키나와 주민들을 일본 국민으로 대접했다면 있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다카에 기지 건설은 일본국가의 시책이고,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비국민이며 외부자라고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2016년 10월 18일, 오키나와현 히가시-쿠니토 마을 인근에서 경찰이 미군 북부 헬리콥터 착륙 훈련장 건설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토인(土人)'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6년 10월 18일, 오키나와현 히가시-쿠니토 마을 인근에서 경찰이 미군 북부 헬리콥터 착륙 훈련장 건설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토인(土人)'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토인’이나 ‘시나シナ’가 노골적인 차별의 언어라면 이를 세련되게 포장한 것이 ‘외부세력’이라는 말이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을 때에도, 제2공항 건설 반대 운동과 비자림로 확장 건설 반대 운동에서도 ‘외부 세력’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쓰였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는 국정원과 경찰, 제주도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외부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외부와 내부를 나누고, 외부를 응징해야 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차별과 폭력은 정당화된다. 이러한 차별의 논리는 ‘빨갱이’와 ‘비국민’이라는 낙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이 ‘자격’을 문제 삼을 때 폭력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국가’의 자격은 누구로부터 부여받는가. 차별과 배제를 아무리 세련되게 포장한다하더라도 그것의 본질은 폭력일 뿐이다. 이 끝없는 반복을 어떻게 끊어버릴 것인가. 제주와 오키나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 김동현

문학평론가.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대학교 국문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국민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제주, 우리 안의 식민지》,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공저), 《재일조선인 자기서사의 문화지리》(공저) 등이 있다. 한때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주, 오키나와를 중심에 두고 지역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제주 MBC, 제주 CBS 등 지역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사평론가로, 제주민예총에서 정책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国家の外部と国民の資格
キム·ドンヒョン(文学評論家)

 
2015年、『火山島』復刊を記念して開かれたシンポジウムで、金石範(キム·ソクボム)は、沖縄辺野古基地反対闘争に言及した。金石範は、沖縄の警察だけでは住民の抗議行動を取り締まるのに不足が生じたのか、当局が沖縄の外から警察を呼び寄せた仕打ちを「日本政府の国内植民地政策」だと述べた。(申知瑛 「『変化なし』というダイナミズム-復刊記念シンポジウム 戰後日本文学と金石範 『火山島』に參加して」
 
『火山島』復刊を記念する席で沖縄辺野古基地反対闘争に言及するこの場面は意味深長だ。 金石範研究者であるチョ·スイルは、これを「済州4.3と金石範が日本で体験した密航者たちとの出会い、そして2007年以後、済州カンジョンで起った抑圧と排除、暴力の繰り返しに対する作家としての所感」と言う(チョ・スイル、「金石範文学が再現する事件の交差性」、「サイ間SAI」30号、2021)。解放された朝鮮において「国民」になれなかった人々と、彼らがどんな待遇を受けたかを考えると、金石範のこのような反応は、1945年体制以後の東アジアにおいて国家とは何かという長い問いかけから始まったものと見るべきだろう。
 
物理的暴力を独占した国家は「国民」を規定すると同時に「非国民」を産み出した。済州4.3抗争に対する暴力的鎮圧を「アカは非国民」とする規定以外に説明できない理由もここにあるだろう。ヴァルター·ベンヤミンが「国家は法措定的暴力と法維持的暴力を持つ」と言ったことを念頭に置けば、国家暴力は根本的に「国民と非国民」を分ける差別的統制戦略なのである。 
 
この差別的な統制戦略はしばしば政治的レトリックに包まれる。政治家が「国民」に言及する時でさえ、その政派的立場によって国民の範疇は変わる。2009年1月に起こった龍山惨事の当時、某国会議員は常任委員会で彼らの行動を「不特定多数、罪のない市民の財産と生命を脅かす都市型テロ行為と見るしかない」と述べた。生存権を守るためにビルの屋上に登った市民を「テロリスト」と決め付けた瞬間、市民らは「非国民」とされた。警察の無理な鎮圧よりも市民の自衛的抵抗のほうを<不法>だと規定するこの発言は、まるで済州4.3当時、「原因には関心がない。 私の使命は鎮圧のみだ」と言ったブラウン大佐の言葉を連想させる。 
 
国民と非国民を分ける発言は国境を問わない。2016年、大阪から沖縄の高江基地建設現場に派遣された機動隊員が、デモ隊に向かって「土人」と発言した。「土人」という言葉は未開の人々を指す侮蔑的なものだ。この機動隊員は「シナ人」(日本の極右政治家が中国を侮辱する場合に使う)という言葉を使うことまで躊躇しなかった。韓国で言えば「未開人」「チャンゲ」のような言葉を平気で使ったわけだ。現場にいた日本本土の警察が沖縄住民を日本国民として遇していたなら、ありえない発言だった。高江基地建設は日本国家の施策であり、これに反対する勢力は非国民で国家の外部者と考えているのも同然だ。 
 
「土人」や「シナ人」が露骨な差別の言葉なら、これに洗練したラッピングを施したのが「外部勢力」という言葉だ。カンジョン海軍基地建設反対運動の真っただ中にも、第二空港建設反対運動やビザリム道路拡張建設反対運動でも、「外部勢力」という言葉は公然と使われた。カンジョン海軍基地の建設過程では、国家情報院と警察、済州道関係者が集まって外部勢力に対する強力な対応を論議した。外部と内部を分け、外部を戒めるべき勢力と規定した瞬間、差別と暴力は正当化される。こうした差別の論理は「アカ」と「非国民」といった烙印とあまり変わりはない。 
 
権力が「資格」を問題にする時に暴力は始まる。ならば我々は問わなければならない。果たして「国家」の資格は誰から与えられるのか。差別と排除にいくら洗練された包装をしても、その本質は暴力でしかない。この果てしない反復をどうやって断ち切るか。済州と沖縄に住む私たちに残された課題があるとすれば、まさにこれではないだろうか。


Outsiders of the State and National Qualification
Kim Dong-hyong

 
In 2015, at a symposium held to commemorate the reissue of “Volcanic Island”, KIM Seok-beom referred to the struggle against the Henoko base construction in Okinawa. Kim described the way the authorities brought in police from outside Okinawa as a "domestic colonial policy of the Japanese government", as if the Okinawan police alone were insufficient to control the protests of the residents. (Shin Chi-ying, "The Dynamism of 'No Change': A Symposium to Commemorate the Reprint of 'Volcanic Island'")
 
At the symposium to commemorate the reissue of "Volcanic Island", Kim made a significant reference to the struggle against the Henoko.  Cho Soo-il, researcher of Kim, calls this "a writer's impression of Jeju 4.3, Kim encounter with stowaways in Japan, and the repetition of oppression, exclusion, and violence in Gangjeon, Jeju after 2007." (Cho Soo-il, "The Intersectionality of Incidents Reproduced in Kim Seok-han's Literature", SAI SAI, No. 30, 2021). Considering how those who did not become 'nationals' were treated in the liberated Korea, Kim’s response should be seen as stemming from a longer question of what does the state meant in East Asia after the 1945 regime. 
 
The state, with its monopoly on physical violence, both defined the 'nationals' and produced 'non-nationals'. This is also the reason why the violent suppression of the Jeju 4.3 protests cannot be explained in any other way than by the stipulation that the 'reds are non-nationals'. Bearing in mind Walter Benjamin's statement that "the state has law-making and law-preserving violence", state violence is fundamentally a discriminatory control strategy that separates "nationals from non-nationals". 
 
This strategy is often wrapped up in political rhetoric. At the time of the Yongsan disaster in January 2009, a member of the National Assembly remarked in committee that their actions "can only be seen as an act of urban terrorism that threatens the property and lives of an unspecified number of innocent citizens". The moment they decided that people who climbed on the roof of a building to defend their right to life were "terrorists", they were declared "unpatriotic". This statement, which defines the self-defensive resistance of the people as "illegal" rather than the forcible suppression of the police, is reminiscent of the words of Colonel Brown, who said at the time of Jeju 4.3: "I am not interested in the cause. My mission is only to suppress it". 
 
The distinction between nationals and non-nationals knows no borders: in 2016, a riot policeman sent from Osaka to the construction site of the Takae base in Okinawa called protesters "dojin". The word "dojin" is a derogatory term for uncivilised people. The riot policeman did not hesitate to use the word "shi-na jin" (used by far-right Japanese politicians to insult Chinese). In Korean, he used words like "savage" and "changye" without hesitation. This would have been unthinkable if the mainland Japanese police on the scene had treated the Okinawans as Japanese nationals. It is almost as if they believe that the construction of the Takae base is a policy of the Japanese state and that those who oppose it are unpatriotic and outsiders. 
 
If "dojin" and "Shi-na jin" are blatantly discriminatory terms, the term "outside forces" is a more sophisticated wrapping. The term 'outside forces' was used openly in the midst of the campaign against the construction of the Gangjeong naval base, against the construction of the second airport and against the construction of the Biza Rim road expansion. During the construction of the Gangjeong Naval Base, the National Intelligence Agency, the police and Jeju Province officials gathered to discuss a strong response to outside forces. Discrimination and violence are justified the moment the outside and inside are separated and the outside is defined as a force to be punished. This logic of discrimination is not so different from branding people as "red" and "unpatriotic". 
 
The violence begins when power makes 'entitlement' an issue. We must ask, then, from whom are the qualifications of the "nation" bestowed? No matter how sophisticated the packaging of discrimination and exclusion, its essence is just violence. How do we break this endless repetition? If there is a challenge left for those of us who live in Jeju and Okinawa, it is precisely this.

* 중국어 번역본은 추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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