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이상봉

야심차게 교육계는 2학기 전면등교를 공언(公言)했지만 어찌됐든 말 그대로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최고의 방역은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지만, 도내 66곳의 학교는 과밀화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쓰지 못한 예산을 모으고 급하지 않은 예산을 아껴서 교육희망지원금을 지급하고 학생 식재료 꾸러미사업을 하는 것은 재난극복과 교육복지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확진자 인원이 늘어나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구조가 코로나 사태 2년이 지나면서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는 전국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 학교수 비율은 52.2%, 27.6%, 20.2%인 반면, 제주는 각각 60%, 24%, 16%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학교수 대비 초등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높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가장 낮은 비율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전국 평균 대비 4.2%나 낮다.

또한 전국 일반고의 학급당 학생 수는 25.1명인데 제주는 29.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제주시 동지역의 8개 평준화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88학급 중 89.8%인 272학급이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의 과밀학급인데 30명이 넘는 학급도 147학급이나 된다. 6개 학교는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거대학교다.

도내 전체 일반고의 평균 학교당 학급수가 23.7학급인데, 평준화고는 36학급으로 12.3학급이나 많은 거대학교다. 이것이 바로 제주교육의 현 주소이다.

1986년 남녕고가 설립된 이래 35년간 일반계고는 단 1개교도 신설된 바 없다. 초등학교 14개교, 중학교 6개교가 늘어하는 35년의 시간 속에 증가한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 교실에 방치되고 있다.

2002년 중학교 의무교육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제주는 2018년에 고교무상교육이 전국 최초로 전면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초등학교 14개교가 신설되는 사이에 일반계고가 단 1개교도 신설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교육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교육회복 종합방안’에 제시하고 있는 학급당 학생수 28명 미만 기준을 맞추려면 도내 평준화고는 당장 23학급이 더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일반고의 평균 학급수 23.7학급을 맞추려면 98학급을 별도로 증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등학교 4개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발사업이 이뤄지는 과정에 탁상행정 땜질식 정책으로 인해 수요예측이 빗나갔던 결과, 그 피해는 제주의 학생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이다.

교육당국은 올해 4월 기준으로 내년부터 학생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2016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교를 졸업하는 2032년까지는 현재의 학생 수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라면 제주에서 태어난 1986년생부터 2016년생까지 35년 전의 평준화고등학교 체제를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21세기 미래교육을 얘기하고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는데, 2000년도 이전의 교육여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상봉 의원. ⓒ제주의소리
이상봉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교육 1조원 시대를 맞이해 학교의 외양과 시설에 치중하고 교육복지에 대한 투자를 아낌없이 했다지만, 정작 지속가능한 교육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는 외면하고 있다. 교육예산을 학생에게 투입되는 교육력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교육복지의 출발점이자 목표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당장 동지역 고등학교 신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평준화고의 경우 ‘고3 우선 등교’ 방침에 나머지 학년은 원격수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는 아마 2022학년도 2023년도 입시에서 재수생의 숫자가 말해 줄 것이라는 것을 교육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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