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네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1948년  4.3에  불탄 웃드르

중산간(웃드르)이란 말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타원 제주섬의 해발고도에 따라 해변가(알드르)에서, 200고지 중심의 웃드르, 그리고 한라산악지대로 이어지는 통상적 관습 개념에서 나온 촌락 구성 형태다. 중산간에 타원 링(Ring)형 순환 도로 개념을 제안한 사람이 세 사람이 있다.

첫째는 1429년 고득종(한성부판윤)이다. 해변 마을에 소와 말을 중산간으로 올려 10소장목장을 성축, 그곳에 소와 말을 방목하고 그 주위를 장담으로 둘레를 감싸는 10소장 한라산 둘레길을 제안했다. 오늘날에도 한라산 장담이 300-600고지에 있다. 

둘째는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4.3사건 계엄령을 선포하고, 제주도의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들어간 지역을 적성 지역으로 간주해, 이 범위에 포함된 중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우고 주민들을 해안 마을로 소개(疏開)시키는 초토화 작전을 감행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타원형을 그려 여기에 포함된 200고지 웃드르 마을이 불에 탔다. 당시 나는 다섯 살로, 대나무와 집이 불에 타고 소들이 울면서 소리치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고려(1277년 고여림 장군)시대 300리 성축된 환해장성은 제주해안을 한바퀴 빙 둘러 타원 모양의 성곽을 성축해, 왜구 및 해적으로부터 제주를 방호하기 위한 둘레담이다.

셋째는 2021년 8월 18일, 제주도 당국과 국토부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확정돼 도의회로 넘어갔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중산간을 타원으로 그려 그 라인에 순환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는 1429년에 고득종의 선견지명으로 중산간에 타원형 10소장이 개설되었고 1948년 4.3사건으로 웃드르는 불탔다. 웃드르 사람 약 2만5000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2021년 웃드르 이름이 중산간이란 이름으로 개명하고 살만하니까 또 타원형 순환 고속도로를 개설하겠다고 한다. 이 무슨 변고인고! 이번에는 ‘불 난 중산간’이 되고 있다.

2. 2021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중산간 순환형 고속화도로에 ‘불 난 중산간’

총 사업비 16조 25억원 ‘절반은 민자유치’에, 도심지 트램과 중산간 순환도로 건설 내용 등을 담은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8월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심의회 제5차 회의에서 심의된 결과를 토대로 추가 보완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이 확정돼 도의회로 넘어갔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스마트 사회, 제주’를 비전으로 4대 목표와 8대 추진 전략, 18개 핵심 사업, 110개 전략별 사업이 담겼다.

주요 핵심사업은 제주 도심지 트램 설치와 중산간 순환도로 건설, 서핑객을 위한 서프파크(surf park) 조성, 제주형 혁신 물류단지 조성, 제3차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청정 제주 트램’은 제주항과 제주국제공항, 신제주, 원도심으로 이어지는 18km 구간 건설로 계획됐으며, 지역 경제와 교통 인프라를 더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이다. 지상에 전기선을 매설하는 일반적인 트램과 달리, 수소나 충전식 배터리를 활용한 무가설 전기트램 도입이 특징이다. 이 경우 추가적인 도로 공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용역진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도시철도기본계획에 포함시키고 가칭 제주교통공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소요 예산은 민간자본 1816억원과 국비 1815억원을 포함해 총 3631억원이다. 최종보고회에서 제시한 2333억원과 비교하면 1300억원이 늘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심의회는 앞선 5차 회의에서 트램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과 향후 운영에 따른 수익 관리 등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논란이 된 중산간 순환형 고속화 도로는 ‘외곽 순환도로’로 명칭만 달리 해 최종안에 넣었다. 심의회는 해당 사업에 대해 환경 훼손과 주민 저항으로 인한 갈등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중산간 순환도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중산간에 도넛 모양의 고속화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환승허브 5곳을 가로지르는 총 도로 길이만 135km에 달한다. 용역진은 제6차 국도·국지도건설 5개년 계획(2026~2030년)에 반영한 국비를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추정 사업비는 도로망 1조750억원, 환승 허브 1584억원을 포함해 1조2334억원에 달한다. 이중 국비는 5702억원, 지방비는 6632억원이다.

제주도는 보완 작업을 통해 최종 보고회에서 누락된 복지・보건 분야에 청년 지원 강화를 위한 ‘청년 지원 확대 패키지 사업’을 추가했다. 핵심사업이 일부 조정되면서 총 사업비도 덩달아 늘었다. 제주도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18개 핵심사업에 9조8196억원, 110개 전략별 사업에 6조1829억원 등 총 16조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최종 보고회에서 제시한 15조7236억원과 비교해 280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재원별로는 민자 유치가 7조9024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인 49%를 차지한다. 국비는 4조1209억원(26%), 도비는 3조9792억원(25%)이다. 민자 규모를 기존 53.2%인 8조3696억원에서 4000억원 가량 줄였지만 8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계별 투자액은 1단계(2022~2023년) 2조3595억원(15%), 2단계(2024~2026년) 7조1212억원(44%), 3단계(2027~2031년) 6조5218억원(41%)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전략을 선도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2003년 1차, 2011년 2차에 이어 올해 3차 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다. 최종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동의를 얻으면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이 종합계획 확정안을 고시하게 된다. 열람을 거쳐 관계기관에 통보되면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드웨어 설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주디지털 정낭코드 원리가 5G와 카톡의 뿌리다.이 뿌리를 종합계획에 어떻게 연계해서 확장해 나갈 것인가?

3. 중산간, 어디로 가나?

강경식 시민정치연대제주가치 공동대표의 제주발전계획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 지난 30여년, 제주는 정부주도의 대규모 관광단지 중심의 관광 개발, 외자·민자 유치와 규제 완화, 조세감면을 통한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제주는 이미 환경수용력을 넘어서는 난개발로 사람도 살기 어렵고 자연도 공존하기 어려운 제주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무분별한 개발과 투기로 사라진 농지와 초지, 임야는 안덕면과 비슷한 3400만평(1억1239만㎡)에 이른다. 곶자왈도 1/3에 가까운 900만평(2975만㎡)이나 훼손되었다. 중산간을 비롯한 제주 곳곳에 빌라와 단독주택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쓰레기는 넘쳐나고, 오폐수처리장은 처리에 한계를 보이고 있고, 정화도 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가기도 했다. 지하수 또한 오염되고 고갈되고 있다. 매년 1천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버스 수송분담률은 14.7%로 예전과 다르지 않고 자가용, 승용차 이용률은 75.2%로 서울 대도시처럼 교통정체는 매우 심각하다. 세계 환경수도니 탄소없는 섬이니 외쳐 보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지난 30년간의 성장과 토목중심의 관광개발, 신자유주의 국제자유도시 추진은 난개발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지속불가능한 제주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반환경적, 반도민적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 폐기해야 도민도 살고 제주자연도 산다.

둘째, 지난 30년 동안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높아졌는지 살펴보자. 예전에는 시민단체와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제주의 관광개발과 환경문제를 제기를 해왔다. 그런데, 요즘 제주사회가 심상치 않다. 육지 지방에서는 서로 유치하려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책사업, 제2공항 사업이 공식 도민 여론조사에서 높은 반대여론에 부딪히고, 환경부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최종 반려하며, 사실상 무산되었다. 도민들 절반 이상이 개발이 아닌 보전을 선택했다. 이제,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은 관광개발이 도민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는 그동안 대규모 관광개발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관광개발은 소중한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경관자원을 사유화하며, 이익은 개발업자와 내외국인 면세점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도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지리산과 한라산에 케이블카는 설치하지 못한다. 왜? 산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중산간은 제주도민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는 원천지이고, 365개 오름중 80%가 있는 오름 경관과 제주사람의 곶자왈 허파가 있는 곳, 제주의 허리다. 거기다가 순환 고속도로로 허리를 잘라서 아래는 주렁주렁 대기업 자본들, 골프장을 연계해서 개발 거리 몰아주자고 순환 고속도로를 개설 한다는 건가. 한마디로 제주도를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는 국토부가 제주도의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미래를 설계했다. 육지 용역단이 제주도민의 심성과 역사성, 자연환경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탁상 위에 200고지 중산간에 타원그림을, 그 중산간 순환 미친(?) 고속도로라고 내놓았다. 이런 계획이 무슨 제주도 법정계획인가.

제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8월 누적 확진자가 단숨에 600명을 넘어섰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다. 윈도우 마스크로 입, 코를 막고, 스마트폰을 켜고 보는 코로나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제주는 전국 최다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유는 해외 관광을 나가기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청정지역으로 자연 환경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관광객으로부터 묻어 나오는 바이러스가 문제다. 차제에 제주도 장기 발전 계획에 중산간 링(Ring)형 고속도로 개설로 자연환경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50년 아니,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산간지역을 빙 둘러 만든 국영목장 "십소장"과 동부 산간지역의 "산마장". 그림=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제주 1000년 앞을 내다 본 고득종의 중산간 10소장 목장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제주사람과 관광객이 상생하는 바이러스 백신 질병센터 유치, 반도체 설계센터, 특성화된 연구소의 대학원 설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차제에 4.3대학과 4.3연구단지 제안을 하는데 이 부분은 국가가 책임을 져, 제주사람 살생과 중산간 불 탄 마을에 대한 보상이 되어야 한다. 제주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소프트 종합계획, 인력양성이 우선인 것을! 새 제주대 총장과 도지사가 연계해서 제주종합발전을 위한 소수정예특성화 대학원을 개설해야 한다. 삼성의 사내대학원도 좋은 모델이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

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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