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범행동기와 배후세력 등에 대해 일체 함구

 

제주 경찰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 수사에 함께한 프로파일러들은 피의자 김모(55)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주경찰청은 이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교사’ 혐의로 김씨를 27일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사건기록만 70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1999년 11월5일 새벽, 관덕정 인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상황.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제주 장기미제 사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된 김모씨가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입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씨는 1999년 11월5일 새벽 제주시 관덕정 인근 골목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 변호사(당시 44세)의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숨진 이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고향 제주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던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통칭 ‘갈매기’ 손모씨에게 지시해 이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동기와 배후세력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이유로 소문난 호텔 운영권과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 등과 관련해 경찰은 "다양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다만, 경찰은 범행동기를 어느정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22년 전 장기미제인 이번 사건에 대한 증거와 증언은 많지 않다. 사실상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소 전 범행 동기와 배후가 알려지면 추가 진술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검찰과 경찰이 기소 전까지는 관련 내용을 함구키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송치 이후에도 경찰은 검찰과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함께 진행키로 했다. 

1999년 11월5일 새벽, 관덕정 인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상황.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1999년 11월5일 새벽, 관덕정 인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현장 상황.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지난해 7월1일자로 김씨를 입건한 경찰은 1년 넘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김씨와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 진술을 확보했다. 

이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김씨는 제주에서 악명이 높았던 폭력조직 ‘유탁파’에 소속됐으며, 주변인들은 당시 김씨가 ‘행동대장급’ 위치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 변호사 피살사건과 관련된 유의미한 진술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김씨는 진술을 수십차례 번복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프로파일러 3명을 모집해 함께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김씨 요청으로 프로파일러와 피의자간 독대도 허용했다. 이후 김씨는 부인했던 일부 내용을 시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녹취 파일을 분석하는 사설연구소 등에 의뢰해 김씨의 진술 중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분석 결과도 확보했다.  

수사에 함께한 프로파일러들은 “최소한 김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공통 의견을 내놨다. 김씨가 사건 현장에 있었다면 직접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돼 ‘살인교사’ 혐의가 아니라 ‘살인’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경찰과 검찰은 기소전까지 관련 내용을 확보해 김씨에게 ‘살인’ 혐의 적용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인 이승용 변호사가 살해될 당시 입고 있던 의복 일체를 증거물로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다시 외뢰했지만, 의복에서는 피해자의 DNA만 검출됐다.

이번 사건의 또다른 쟁점인 공소시효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변호사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4일 오후 11시59분까지 유지됐다. 2015년 7월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법 개정 이전에 이뤄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폐지됐다. 

김씨는 이 변호사 피살사건 이후 수십차례 해외를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소시효 만료 수개월 전인 2014년 3월 해외로 출국해 13개월간 체류했다. 

당시 김씨는 별건인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으로 지명수배됐는데, 김씨가 해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기소중지 사건을 피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출국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되는데, 김씨가 갖고 있는 모든 범행에 대한 공소시효가 출국한 2014년 3월에서 정지된다. 

이럴 경우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는 ‘종료’가 아니라 ‘폐지’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22년 전 사건이라서 과학적·직접적인 증거는 많지 않아 사실상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추측하는 범행동기와 배후세력 등이 있지만, 추후 검찰 기소 단계 등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구속 기한은 10일이며, 1차례 연장해 최대 20일까지 유지할 수 있다. 검찰은 구속기한 내 김씨에 대한 추가 증거를 확보해 기소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구속 기한을 채우면 9월 셋째 주에 기소되고, 추석 연휴 이후 김씨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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