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안전위원회 “의료진 희생 언제까지 강요할 건가…보상대책 내놔야” 주문

 

코로나19와 최 일선에서 1년6개월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번아웃(탈진) 문제가 심각한데도, 제주도 당국이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는 8월30일 오전 제398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가 제출한 2021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날 추경심사에서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대응인력들의 번아웃(burnout)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번아웃이란 어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는 상태를 말한다.

김대진 의원(서귀포시 동홍동,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인의 70% 정도가 번아웃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며 “의료진에 대한 처우개선이 우선이다.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할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고은실 의원(비례대표, 정의당)도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는데, 다행인지 몰라도 제주는 혈액원 1곳만 소속이서 일선 의료진들의 대규모 파업 참여는 없을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들의 희생과 헌신에 박수만 칠 것이냐. 1년6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태봉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이 “미흡하지만 이들에 대해 심리치료,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답변하자, 고 의원은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그렇게 힘드냐. 도 자체적으로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김대진, 고은실, 이승아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김대진, 고은실, 이승아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이승아 의원(오라동, 더불어민주당)은 “(현장 대응인력들이) 출근하기보다 차라리 사고라도 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는 의료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 대응인력의 80% 정도가 이직을 고민한다고 한다. 공공병원, 의료인력 확충을 주문할 때마다 당국에서는 늘 챙기겠다고 하는데 실제 개선된 건 전혀 없다”며 “말로만 개선하겠다고 하지 말고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태봉 국장은 “오늘 여러 의원들께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만큼 처우개선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에 김대진 의원은 보충질문을 통해 “국장의 답변을 들으면 의료진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저는 지금 집행부가 보건의료 인력들에 (언어적)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총파업을 예고한 보건의료노조가 없어서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 혹여 번아웃으로 인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0%의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80% 이상을 받으면서 한계에 다다른 간호사들의 이직이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부실할 경우 9월2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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