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8) 우리는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여름 끝자락에 잠시 숨을 고른다. 지난여름 나의 반려동물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음식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먹성 좋은 ‘칸’에서부터 매일 자연식 뷔페를 즐기는 고양이 ‘하루’까지 그들의 8월은 어땠을까?

장마가 오기 전부터 여름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 강아지 방 햇살이 뜨겁게 비추는 창문 밖에 차광막을 단단히 고정한다. 너무 꽉 조였다가는 갑자기 비바람이 불 때는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그래서 적당한 힘을 사용하여 조이고 쉽게 풀리게 하여 차광막이 찢어지지 않게 한쪽에 둔다.

창고에 보관했던 선풍기와 제습기를 꺼내어 다시 한번 잘 닦고 자리를 잡는다. 부엌에 위치한 에어컨 바람이 반려동물들 방으로 잘 들어가는지도 확인한다. 별스럽지는 않지만 이렇게 확인하면 맘이 한결 편안해진다. 이번 여름은 됐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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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하우스에 버려졌던 강아지 ‘송키’가 어느새 쑥 자라서 장난이 부쩍 많아졌다. 온갖 걸 물고 다닌다(송키는 ‘채소’의 제주어).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나의 여름 준비가 끝나고 햇살이 뜨거운 날이면 반려동물들도 여름 준비를 한다.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 아래나 그늘진 어느 한쪽에 열심히 흙을 파서 웅덩이를 만든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려 노력한다. 진작에 거리 두기를 하며 웅덩이를 여기저기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웅덩이는 먼저 차지하는 동물이 그 시간을 즐긴다. 만들었다고 자신의 소유가 되지 않는다. 모두 함께 공유한다. 

어떤 개들은 애당초 웅덩이에 관심이 없다. ‘뭘 저렇게 귀찮게 팔까? 참말로’ 하며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웅덩이 만들기를 귀찮아한다. 그런 개들은 시원한 대리석 위에 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청한다. 그러다 어느 날 이미 만들어진 흙 웅덩이에서 고개만 삐쭉 내밀고 태연히 잠을 잔다.

모두 몇 일까요? 아침 햇살에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다. 그 사이로 내 파란색 꽝쓰레빠가(?) 보인다.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모두 몇 일까요? 아침 햇살에 여기저기 너부러져 있다. 그 사이로 내 파란색 꽝쓰레빠가(?) 보인다.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그래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을 때면 시원한 수박을 잘게 잘라서 그릇에 나누어 주면 한껏 만족스럽고 한참 동안 조용한 낮을 보낼 수 있다. 개들과 지내고 있으면 조용한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수박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몸을 튼실하게 하는 영양식도 중요하다. 단호박, 가지, 감자, 당근, 김 등 각종 달곰한 여름 야채를 잘게 썰어서 밥을 섞어서 만든 영양죽은 최고의 건강식이다. 계절 음식은 영양 면에서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행복했던 하루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들의 만족스러운 눈빛과 얼굴 가득 펴지는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반려동물들이 여름에 대한 두려운 기억을 꼽으라면 아마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는 여름밤일 것이다. 그런 날은 내 주변에서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천둥소리에 고양이는 태평하지만, 개들은 엄청난 공포감을 느낀다. 마치 큰 폭격이 바로 옆에 떨어지는 그런 공포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개들도 무서워하지만 사실 나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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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몸은 불편하지만 내면은 아주 강한 상남자 차돌군! 깨끗하고 단단하고 씩씩하게 지내라고 ‘차돌군’이라 부른다. 눈빛이 너무 맑고 유쾌한 차돌군, 몸이 불편해서 버려진 것걸까?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특히 몸이 불편한 ‘차돌군’은 천둥, 번개가 있는 날이면 극도로 불안해한다. 그런 차돌이를 진정시키기고 도닥이며 긴 밤을 보낸다.

차돌이는 작고 몸이 불편하다. 왜 버려졌는지는 모르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그 눈빛에 빠졌다. 약한 그의 몸 때문에 마당에서 함께 놀 때, 밥을 먹을 때, 밖에 산책할 때도 항상 다른 반려동물에 차돌이를 잘 돌봐주고 지켜주라고 당부를 한다. 

솔직히 가끔 협박도 한다, 차돌이 먹는 거 건들거나, 뺏거나 하면 혼난다고 말이다. 매번 그런 말을 하고 가장 우선으로 밥을 주고 간식을 주어서 이제는 큰 개들까지 차돌이를 무서워(?)하는 눈치다. 어깨를 쫙 펴고 의기양양한 걸음을 하며 단숨에 내게 달려오는 차돌이를 보며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겉으로 약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는 존재가 어깨가 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 내면에는 어떤 보석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존재는 타고난 아름다운 보석과 같은 사랑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지나가는 이 여름, 숨 고르기가 끝나면 다시 또 다른 계절이 오리라. 차가운 바람이 불기 전에 나의 반려동물을 위한 채비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개, 고양이와 모든 계절을 견디며 자연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야생의 동물 등 많은 존재들의 안녕을 묻게 된다. 부디 안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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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든 사람이든 겉으로 약해 보이고, 초라해 보이는 존재가 어깨를 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껏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부디 모든 존재의 안녕을 기원한다.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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