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주여민회는 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을 비롯한 (제주)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립미술관은 6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는 기획전에 성추행 논란 작가의 작품 1점을 포함시켰다. 해당 작가는 2018년 교수재직 시 제자들의 성추행·성희롱 증언이 나오면서 잘못을 반성하며 자숙하겠다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 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은 5~6일 도청 신문고 민원을 통해 제기됐다. 미술관은 6일 작품을 철거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민회는 “미술 작품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마련했다는 기획전에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나 자기 모순적”이라며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 도립미술관은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관람객들과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2차가해라는 분노와 참담함을 안겨주었다”고 분개했다.

더불어 “민원으로 제기된 논란에 대해 결국 도립미술관은 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일련의 과정에 있어 빠른 대처를 한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나, 미술관은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성추행·성희롱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 불찰과 부적절한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해 더욱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부적절한 민원 처리 방식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술관의 작가 선정에 대한 원칙 없음과 안이함을 드러낸 격”이라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 기관 차원의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또 다른 역량 있는 예술가의 작품 전시·관람 기회를 박탈하고, 도민 세금이 낭비됐음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민회는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미술관이 전시 작품 작가 선정에 성인지적 관점의 좀 더 세밀하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서 전문]

제주도립미술관 성추행가해자 작품 전시 및 철거 논란에 부쳐,
공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하여 9월까지 전시 예정인 배모 사진작가의 작품을 돌연 철거하였다. 배 작가 작품이 내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일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은 한 관람객의 민원에서 비롯되었다. 배 작가는 2018년 교수재직 시 제자들의 성추행·성희롱 증언이 나오면서 잘못을 반성하며 자숙하겠다는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 한 바 있다.

민원인은 이러한 성추행·성희롱 가해자의 작품이 전시중인 것을 인지한 후 도립미술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도립미술관측은 “해당 작가의 성폭력 사건은 알고 있었으나 예술적 가치와 개인을 별개로 보았고, 이번 전시기획 의도와 맞아 전시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미술작품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마련했다는 기획전에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나 자기 모순적이다. 성폭력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관람객들과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2차가해라는 분노와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민원으로 제기된 논란에 대해 결국 도립미술관은 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획전시에 성폭력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롯한 관람객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다면서 “도립미술관 운영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하였다.

일련의 과정에 있어 빠른 대처를 한 점에 대해서는 환영하나, 제주도립미술관은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성추행·성희롱 가해자의 작품을 전시한 불찰과 부적절한 민원 처리과정에 대해 더욱 철저히 반성하여야 한다. 부적절한 민원처리방식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립미술관의 작가선정에 대한 원칙 없음과 안이함을 드러낸 격이다. 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 기관 차원의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또한 성인지감수성 부족으로 또 다른 역량 있는 예술가의 작품 전시·관람기회를 박탈하고, 도민세금이 낭비되었음을 사과해야 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제공하는 도립미술관으로서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성평등 세상을 위해 예술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고민하여야 한다. 제주여민회는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주도립미술관가 전시작품 작가선정에 성인지적 관점의 좀 더 세밀하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제주도는 도립미술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21. 9. 7.
(사)제주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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