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무산될지도 모르는데 또 예산 편성…재정궁핍 맞나?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로 무산 가능성이 커진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여전히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노형욱 장관의 발언에 이어 내년 예산 편성으로 '불씨'를 되살리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픽=한형진 기자>

아무리 부처 속성이 그렇다쳐도, 도저히 속내를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집행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기어코 수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야 마는 국토교통부의 집념이 대단하다. 이쯤되면 병적인 집착에 가깝다. 

제주 제2공항 얘기다. 다들 대세가 기울었다고 여기는 판국에 여차하면 삽질부터 할 심산인지 국토부에 묻고 싶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재정이 궁핍할 텐데, 시쳇말로 “뭣이 중헌디”를 되뇌이게 한다. 외려 우리가 나라 곳간 사정을 잘못 알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환경부가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하자는 치명적이다.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평가서가 이 정도이고 보면, 어쩌면 ‘성산’을 전제로 두는 한 하자의 치유는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협의에 필요한 중요 사항이 누락됐거나 보완이 미흡했다” 같은 정부 부처의 체면을 의식했는지 환경부는 담담하게 반려 사유를 밝혔다. 톤만 낮았지, 내용적으로는 그게 아니었다. 구체적으로는 비행안전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등 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된 사항들에 대해 국토부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국토부인들 그러고 싶지 않았겠는가. 답은 여기서 나온다. 

백번 양보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본안)를 재작성한 후 다시 협의를 요청한다고 치자. 도대체 어떻게 반려 사유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건지 궁금하다. 억지춘향으로 끼워맞춘다 해도 시간이 허락할리 만무하다. 

내년 제주 제2공항 예산으로 편성된 425억원은 기본 및 실시설계 비용이라고 한다. 숱하게 확인된 민심이 아니더라도, 국토부의 잇따른 다짐대로라면 제2공항은 이제 그만 접는게 순리다. 근데 웬걸 설계를 한다니, 대중과 너무나 동떨어진 국토부의 현실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짜고짜 잡고보는 국토부의 불도저식 예산 편성은 2019년부터 3년간 계속됐다. 그해말 2020년 예산으로 356억2000만원이 편성됐으나 결국 전액 삭감됐다. 찬반 갈등 국면이 이어졌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020년말에는 2021년 예산으로 473억원이 편성됐다. 이 또한 한푼도 집행하지 못할 상황이다. 예산 집행 선결조건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 완료’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7월20일,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최종 반려 결정을 내림으로써 당장은 예산을 짤 일도 사라졌으나 국토부는 이번에도 관성(?)대로 움직였다. 매번 약속을 어겼던 국토부가 추락할대로 추락한 신뢰를 다소나마 만회할 거의 마지막 기회까지 걷어찬 셈이다.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도 우스워지게 됐다. 

국토부의 입장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바로 노형욱 장관의 발언이다. 8월19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제주공항이 전 세계에서 제일 핫(Hot)하다. 현재 코로나19로 수요가 주춤하지만, 수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현 상태로는 걱정이 된다” 여전히 제2공항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검토중이라는 말도 했다. 

평가서가 퇴짜를 맞은 이후 침묵모드를 지키던 국토부의 첫 공식 반응으로서 주목을 받았으나, 앞으로도 웬만해선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연 토건사업 부처 수장 다운 발언이었다. 제주도민의 제2공항 반대 여론에는 한계에 다다른 환경수용력, 난개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삶의 질 등에 관한 고민이 녹아있는데도, 그건 장관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유독 ‘수요’나 ‘이동권’에 필이 꽂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고픈 의욕이 너무 앞섰던지, 지역 여론을 교묘히 비튼 부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역 내 여론도 (찬성과 반대가)거의 반반으로 나눠진 상태다” 적어도 작년말 이후 여론의 추이를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가장 최근의 [제주의소리] 여론조사(8월19~20일)에서도 성산 제2공항 백지화 의견은 과반을 기록했다. 

그토록 제주공항의 포화가 걱정이 되고 여객의 안전이 염려된다면 현 제주공항의 시설을 개선하는게 급선무이지 또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한 예산을 편성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차라리 그 돈이면 코로나19 방역 예산을 늘리는 게 낫다. 아니면 국민지원금을 늘리든가. 과도한 집착은 버리는게 여러모로 이롭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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