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자신의 땅 무단 사용한다며 토지인도 소송 제기

수십년간 도로로 사용해온 제주 성산일출봉 인근 토지를 경매로 매입한 사람이 해당 토지를 돌려달라며 제주도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A씨가 제주도(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인도’ 민사사송 심리를 속행했다. 무변론판결이 이뤄질 뻔 했던 소송은 이달 변론으로 이어졌다. 

A씨는 2017년 6월15일 경매를 통해 6760만원에 매입한 토지를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317㎡ 규모의 해당 토지는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과 인접했다. 성산일출봉 북쪽 해녀탈의장 인근 해안도로 일부 부지가 A씨가 구매한 토지다. 

정확한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당 토지 일대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도시계획시설로 설정됐다. 

예전부터 도로로 활용된 토지를 위주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토지는 이미 40년 넘게 도로로 사용돼 온 셈이다.  

도시계획시설 설정에 따라 서귀포시는 인근 토지 매입을 추진해왔지만,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따라 계획에서 삭제돼 중단됐다. 

A씨는 제주도가 무단으로 자신의 토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도로와 하수관로 시설 등을 모두 철거해 자신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도로로 사용되는 자신 소유와 맞닿아 있는 연접 토지를 행정이 소유하고 있으며, 행정이 소유한 토지를 도로로 조성하면 해당 도로 기능이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제주도 측 법률대리인은 이미 수십년간 도로로 사용된 토지며, A씨도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매입했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행정이 소유한 토지에는 이미 주택 건축물이 일부 침범해 있는 상태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오랜 기간 공공도로로 사용된 토지는 사유지라 하더라도 ‘도로’로 보는 추세다. 다만, 개인의 사유재산의 권리가 강화되면서 일정 부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는 판단도 있다.  

만에 하나 A씨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유형의 사례가 차고 넘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A씨)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전국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또 있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 제주도가 서귀포시청 도로 관련 부서 소속 직원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법률대리인은 ‘변호사’가 맡는다. 

제주·서귀포시 등 양 행정시에 따르면 행정시를 포함한 제주도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담당 공무원이 소송대리인으로 나서는 일이 심심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문성이 필요한 민사소송에서 담당 공무원이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변호사 등 전문가에 비해 법률적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일반 공무원이 벌률 대리인을 맡아 소위 '이기면 좋고 지면 마는 식'은 문제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된 행정의 지침이나 매뉴얼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제주도는 관련 소송에서 승소를 이끈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이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시 소속 공무원 B씨는 “굵직한 현안이 아닐경우, 담당 주무관이 관련된 소송 1심에 대응하는 경우가 꽤 있다. 굵직한 현안인지 아닌지는 누가 정하는가에 대한 관련 지침은 들어본적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 C씨 역시 “관련 지침을 본적이 없다. 어떤 부서는 다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하고, 어떤 부서는 직원들이 직접 담당한다. 승소하게 되면 담당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것은 공무원이 직접 소송에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1심의 결과가 상급심(2~3심)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정의 이번 대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주민자치연대 좌광일 사무처장 “행정이 민사나 행정소송 승소를 이끈 공무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공무원의 직접적인 대응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법 관련 내용은 전문 분야라서 공무원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론보도문]
본보는 지난 9월8일 사회일반면에 [수십년 도로 "내땅!" 소송...'제주 공무원이 법률대리인' 지면 말고?]라는 제목으로 A씨가 제주도를 상대로 토지인도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만일 A씨가 승소한다면 전국적으로 후폭풍이 올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A씨는 본인 소유의 317㎡ 중 차량통행에 지장이 없는 107.8㎡의 토지만 돌려달라고 청구하였고,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정당하게 주장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