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9) 유기동물 발생 전국 1위 놓치지 않는 제주

지난 6일 홍성소방서에서 이채로운 행사가 있었다. 전국 최초로 명예 119 구조견을 임명했다. 7월 24일 폭우가 쏟아지는 날, 할머니를 따라나섰던 4살 백구는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길을 잃고 쓰러지자 극심한 저체온증에 시달렸던 할머니의 몸을 계속 비비면서 40시간을 보호한 것이다.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상심했던 할머니는 유기견으로 떠돌다 큰 개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던 백구를 정성껏 돌봐주었다. 백구의 재롱에 할머니는 하루하루 기력을 회복하고 백구도 할머니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조그마한 백구가 한 생명을 살렸다. 생명은 그 자체만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명예 119 구조견 임명식 현장의 모습. 사진=홍성소방서 홈페이지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백구는 여느 날처럼 할머니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 축사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마지막 수단으로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띄웠고 기적처럼 백구의 생체 신호가 드론에 잡혔다. 백구가 논두렁에 쓰러진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40시간 내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전 세계에 타전되었다. CNN은 ‘주인의 생명을 구한 견공이 한국 최초 명예 구조견으로 선정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하며 “용감한 4살짜리 견공 백구는 개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라고 소개했다.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대다수의 동물에 이 세상은 새드엔딩이다. 동물의 삶이 새드엔딩으로 끝을 맺는 세상은 인간의 삶도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면 보답이라도 하듯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낳게 되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온다. 이것이 삶의 이치이다. 

올해 초 나의 반려동물이 아파서 동물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이 많다 보니 동물병원을 찾는 날이 종종 있다. 서둘러 도착한 병원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동물이 있으면 “어? 저 작은 강아지는 처음 보는데 누가 맡기고 갔나요?” 묻는다.

병원 관계자는 울상을 하며 열다섯 살 된 아이인데 보호자가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했다고 한다. 아주 고통스러운 죽을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마음 좋은 병원은 차마 안락사를 시킬 수 없어 돌보고 있다고 한다. 

그 병원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이 반려견 몸에 심은 칩을 빼달라고 한다. 바다 건너 섬인 제주도, 우도 등은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여행의 기억으로 남겠지만 버려지는 한 생명에게 남아 있는 삶은 어떨지 그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해피엔딩이 삶의 목적일까?’ 묻게 된다. 백구를 보듬어 안은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구한 백구의 해피엔딩은 또 다른 수많은 해피엔딩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엄∼∼청 환하게 웃고 있는 보름달 같은 내 친구들.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거리를 걷다 보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반가운 모습도 잠시, 걱정스럽게도 반려견에게 신경 쓰기보다 스마트폰에 온통 집중되어 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큰 개 혹은 깜짝 놀라는 상황이 닥치면 이미 반려동물은 어깨 줄을 빠져나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간혹 집으로 돌아오는 반려견도 있지만 대부분 집을 찾아오지 못한다. 

천둥과 번개가 요란한 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반려동물들, 넓은 과수원에 방치된 백구들, 아직도 뜬장에서 쓰레기를 먹고사는 식용견이라 부르는 수많은 생명, 모두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극소수의 동물에게만 주어진다.

지난 4월에 동물자유연대의 ‘2016-2020 유실ㆍ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인구 1만 명당 유실·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로 조사되었다. 2016 ∼ 2020년 합계는 414.1건으로 서울 40건의 10배 초과하며 2016년 4.37배에서 2020년 14.6배로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 5년 동안 전국에서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인구대비 유실·유기동물 발생 현황. 자료 출처=동물자유연대 ‘2016-2020 유실ㆍ유기동물 분석 보고서’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유기동물 발생 이유를 묻는 말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이 부족해서'가 7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아서’(58.5%), ‘쉽게 반려동물을 사고팔 수 있어서’(47.7%) 동물유기 행위에 대한 단속,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35.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의료 시스템, 동반 시설 등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27.7%로 나타났다. (중복 응답 허용) 연령별로는 연령이 높을수록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책임 인식의 부족’ 응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20~30대는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이 낮음’ 및 ‘동물유기에 대해 단속, 수사 미흡’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제주도는 지난 몇 년 동안 반려동물 등록사업, 중성화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유실·유기·방치된 개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들개가 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누구의 탓이라 따지는 게 아니다. 기존에 소극적 방식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반려동물 및 동물복지 관련 정책은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유기동물 발생 이유에 대한 견해. 자료 출처=(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2021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우선 반려동물에 책임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이 있든 없든 가정, 학교, 일터에서 공동의 책임 인식을 강조해야 한다. 배려와 불편함의 간극을 채우며 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를 위한 생명 존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극적 방식의 반려동물 등록제와 중성화 사업을 마을마다 찾아가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넉넉히 살아도 중성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안된 경우 굳이 자비를 들여 중성화하려 않는다. 이럴 경우 피해는 중성화를 하지 못한 개와 주변 사람, 마을 더 나아가 제주도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센터는 실제 유기동물 보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안락사시키는 현재 시스템은 시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게 된다. ‘유기동물보호센터’라는 이름에 맞게 동물을 끝까지 보호하고 입양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늘어나는 유기견도 동물학대도 그에 따른 약자에 대한 사회 폭력도 쉽게 줄어들 수 없다. 생명을 사고파는 시대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과거와 과감히 단절하여 고귀하고 존엄한 인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러한 아주 기초적인 분위기 조성도 안 되면서 어떤 생태적 환경 조성을 말하는지 혼란스럽다. 

가만히 있어서는 변화가 힘들다. 주어지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드는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가야 한다. 상상력을 한껏 불어넣고 현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동물과 아름다운 공존을 하는 제주도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사라지지만 우리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사랑만은 누군가의 숨결에서 다시 어느 존재의 숨결을 통해 영원히 살아간다고 나는 믿는다.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어느 봄날, 길 위의 고양이 형제.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은 사라지지만 우리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사랑만은 누군가의 숨결에서 다시 어느 존재의 숨결을 통해 영원히 살아간다고 나는 믿는다.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어느 봄날, 길 위의 고양이 형제. 사진=김란영 ⓒ제주의소리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해피엔딩이 삶의 목적일까?’ 묻게 된다. 백구를 보듬어 안은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구한 백구의 해피엔딩은 또 다른 수많은 해피엔딩 이야기로 이어질 것이다.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져 주변이 온통 깜깜할지라도 마루에 덩그러니 누워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할머니와 백구, 서로의 눈빛에서 누구도 볼 수 없는 은은한 달빛을 보게 되리라.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없었다면 그리고 백구의 온전한 감사의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특별하고 아름다운 추석이 있었을까 싶다. 참으로 풍요롭고 훤한 보름달이다!

# 김란영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동물권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www.jejuvegan.com )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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