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마흔일곱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제갈량의 동남풍(東南風) 바람을 부린 적벽대전

나관중(羅貫中, 1330~1400). 강담(講談)의 이야기책을 기초로 해 구어체 장편소설을 지은 선구자.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및 시내암(施耐庵)과의 공저인 ‘수호지(水滸誌)’의 2대 걸작이 있다. 삼국지 소설 속 적벽대전의 주 싸움터는 지금의 양쯔강, 장강이었다. 수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화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조조군은 수전의 경험이 부족했다. 급히 형주 지역의 군사들을 편입해 수군을 구성했지만, 결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먼 거리를 원정 온 조조군은 지역의 기후와 지형에 익숙하지 않았다. 풍토병으로 인한 집단 감염으로 전력에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긴 원정에 따른 피로도 겹쳐 있었다. 애초 형주 지역의 점령을 목표로 한 원정인 탓에 오나라 공격에 대한 준비도 부족했다. 조조는 오나라에 위협을 가하면 항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나라는 강경하게 맞섰고 유비가 가세했다.

조조의 수군은 오나라 수군에 고전했다. 수적 우세가 전쟁의 우세로 연결되지 않았다. 유비, 손권 연합군은 조조군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적벽 대전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화공을 전개했다. 전쟁 당시 계절은 겨울로 북서풍이 부는 상황이었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조조군이 유리한 바람으로 남쪽에서 화공을 전개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유비, 손권 연합군이 화공을 전개하는 시점에 남동풍이 불었다. 소설에서는 제갈량이 도술을 부려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고 했지만, 실상은 해당 지역의 기압 배치 변화로 남동풍이 부는 시기에 화공을 전개했다.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유비, 손권의 연합군은 기후적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한 셈이었다. 

상대의 화공에 대응하지 못한 조조의 수군은 큰 타격을 입었다. 육지에 주둔한 육군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일설에는 제갈량과 쌍벽을 이루는 책사 방통이 조조에 수군의 배틀을 쇠사슬로 연결하도록 조언했고, 그 조언에 따른 조조가 화공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역사서에는 그 내용이 없다. 그 이면의 이야기를 떠나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은 조조와의 전쟁에서 가지고 역량과 여러 조건들을 활용해 승리할 수 있었다. 

결국, 형주에 이어 강남 지역까지 포함해 중구 남부까지 모두 장악하려 했던 조조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조조는 평소와 달리 이 전쟁에 있어 특유의 냉정함을 잃고 자만하는 모습이었다. 계속된 승리에 취했던 조조는 쓰라린 패배를 당했고 중국 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그 패배의 규모는 형주 지역에 국한됐고 삼국 중 가장 강한 세력은 유지할 수 있었다. 소설에서 나오는 궤멸적 패배는 아니었다. 조조군이 후퇴하면서 생긴 형주 지역의 힘의 공백을 유비가 메우면서 유비는 마침내 자신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형주는 중국의 중심부에 있어 사통팔달의 지역적 특성이 있었고 중국 남북을 연결하는 위치였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이곳을 차지한 유비는 이를 바탕으로 서쪽의 익주, 지금의 쓰촨 지역을 장악하며 촉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다. 유비와 손을 잡았던 오나라 역시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의 기틀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유비의 나라가 건국되면서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가 함께 공존하는 중국의 삼국시대가 시작될 수 있었다.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린 것이 소설의 포인트. 중국 제자 교수들의 초청으로 적벽대전을 따라 5일간 배를 타고 양자강을 다녀온게 20년전 일이다. 황토빛 흙탕물이 굽이치는 장강과 절벽, 거대한 댐, 유비관우 장비 사당이 눈에 선하다.

사진=픽사베이.
나관중 소설 삼국지의 제갈량이 바람을 부려 동남풍을 불게 한 것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화 될 것이다. 태풍의 씨앗인 눈을 도려내고 태풍을 열대성 저기압으로 분산 시킨다면 태풍은 끝. 사진=픽사베이.

2. 미국 NASA(미항공우주국), 허리케인과 태풍 집중 관찰 마이크로위성 쏘아 올려

강력한 태풍의 눈을 파헤치는 위성이 발사됐다. 폭풍의 속을 철저하게 파악하기 위해, 8개의 저비용-저궤도 마이크로위성이 우주로 날아갔다. 5년 전 이야기다. 내년부터 대서양 지역의 허리케인에 대한 데이터 수집 등 임무 수행에 나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열대성저기압에 대한 보다 입체적 자료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을 미리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지난 10월 우리나라에 태풍 '차바'가 몰아쳤다 부산과 경주, 울산을 강타했을 때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단순 예보에만 그쳤다. 어느 정도의 규모이고 비는 얼마만큼 내릴 것인지에 대한 상세 예보는 없었다. 2016년 기록에 따르면 제주에서만 약 5만 가구가 정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 초속 약 56m의 강풍이 훑었다. 정확한 예보가 있었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 우리나라 기상청은 아직 '슈퍼청개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인공위성을 통해 열대성저기압을 관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공위성은 허리케인의 안쪽 핵까지 관찰이 불가능하다.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신호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나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위성을 쏘아 올린 것이다. 바로, 사이클론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시스템(Cyclone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CYGNSS)이다. CYGNSS는 이전에는 측정이 불가능했던 열대성 폭풍의 핵과 그 근처의 바람 강도 등을 정확히 측정한다. 미국에 있을 때 보면, 허리케인처럼 무서운 게 없다. 회오리 바람은 자동차와 집을 하늘에 올리는 게 다반사다.

3. 제주 강타한 태풍 제14호 태풍 찬투(CHANTHU), 한라산에 500mm 비 

9월 15일 현재, 제주 많은 곳의 경우 최대 500mm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비 피해에 따른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태풍이 제주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16일과 17일 역시 태풍 영향을 받으며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태풍 정보와 기상정보를 참고하라고 당부한다. 13일부터 제주도에 바람이 초속 10~14m, 순간풍속 초속 17m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보행자 안전사고 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 기상청은 제14호 태풍 찬투가 중국 상하이를 거쳐 17일 오후 3시 제주 북북서쪽 약 50km 부근 해상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한라산이 높이가 현재 높이의 두배인 4000m라면 어느 정도 태풍 바람 막이가 될 테인데, 안타깝게 1950m이다. 나관중 소설 삼국지의 제갈량이 바람을 부려 동남풍을 불게 한 것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화 될 것이다. 태풍의 씨앗인 눈을 도려내고 태풍을 열대성 저기압으로 분산 시킨다면 태풍은 끝.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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