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선언 현주소] ②실천조치 2호 동물테마파크...개발사업심의 ‘부결’ 승인은 여전히 유효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2020년 10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에서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청정과 공존은 도민이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송악산과 주상절리 등 구체적 지명까지 언급하며 선언 이행을 약속했다. 반면 선언 10개월 만에 대선 출마를 이유로 돌연 도지사직에서 사퇴하면서 실천조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송악선언 1년을 앞두고 실천조치의 내용과 진행 상황을 6차례에 걸쳐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원희룡 전 제주도지시가 2020년 11월15일 송악선언 실천조치 2호인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2020년 11월15일 송악선언 실천조치 2호인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지역주민과 람사르습지 위원회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는 사업 변경을 승인할 수 없습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추진과정에서 주민수용성과 자본검증이 동시에 논의된 첫 사업이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승인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주민과의 협의를 최우선시했다.

동물테마파크의 시초는 2003년 향토기업인 탐라사료 등 4개 업체가 (주)제이에프에이(JFA)를 설립해 당시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계획한 ‘제주 애니멀 팜 테마파크’였다.

사업자는 당시 중산간 골프장 개발 흐름에서 탈피해 제주마와 흑소, 흑돼지 등 재래가축과 토종 식물을 내세웠다. 지역 환경과 공존하는 도내 최초의 축산관광 개발사업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후 사업자는 ㈜제주동물테마파크로 사명을 바꾸고 2007년 1월 관광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22억원을 들여 공유지 24만7800㎡를 매입했다. 사업부지의 43%에 달하는 규모였다. 

자금난에 처한 사업자는 2011년 1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그해 3월에는 사업권이 제3자에 넘어갔다. 다시 3년이 흐르고 대명그룹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동시에 공유지도 통째로 넘어갔다.

대명측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기한인 7년을 한 달 앞둔 2017년 12월 제주도에 재착공을 전격 통보했다. 공사중단 7년 후 재실시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기 위한 조치였다.

반대측 주민들은 ‘7개의 오름과 곶자왈 속에 있는 조용한 마을에 호랑이와 사자 등 맹수를 가두는 사파리가 웬 말이냐’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세 차례에 걸쳐 1800만원을 마을에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사이 사업자측은 2018년 2월 경관위원회, 6월 교통영향평가, 11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차례로 넘고 2019년 12월 환경영향평가위원회의 환경보전방안검토서 변경 협의까지 거쳤다.

올해 3월에는 사실상 마지막 심의 절차인 개발사업심의위원회 심의가 이뤄졌지만 ‘부결’ 결정이 내려졌다. 위원들은 지역과의 공존과 미래비전 가치실현에 적합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개발사업 변경에 대한 심의는 부결됐지만 2007년 1월 승인된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명측은 사파리가 아닌 기존 향토자본이 계획한 가축생태공원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사업 계획을 마련해 개발사업 변경 승인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유지 매각과 환경 훼손, 주민 수용성 논란, 금품 비리 의혹까지 불거진 대표적 난개발사업 중 하나다.

대명측이 제주도로부터 허가받은 사업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남은 석 달간 사업자가 재추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사업계획 18년 만에 없던 일이 된다.

사업자가 사업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기존 승인 개발사업에 맞춰 사업 재추진할수도 있다. 다만 맹수를 이용한 사파리 조성은 사실상 어렵다. 연말이면 동물테마파크의 운명도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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