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소은 THE 관광연구소 대표, 사단법인 섬연구소 이사

돌고래 관광선, 타야할까 타지 말아야할까

최근 환경을 사랑하는 분이 찾아왔다. 돌고래 관광선박을 타보니 굳이 이걸 타야하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어선이라는 배는 스피드보트로 바뀌었고, 돌고래가 보이니 시동을 끄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속도를 내서 즐기게 하더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작년 아는 가족에게 추천해 남방큰돌고래를 직접 본 아이가 고래생태와 환경보전 관련 다큐를 집중해 보게 되어 좋은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 고래탐사 프로그램이었다.

며칠 전 한 단체의 해상시위가 있었다. 남방큰돌고래 보호지역을 지정하라는 것이었다. 즉 고래 관광선 업체의 영업을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유튜브에는 탐사선에 탄 관찰영상이 있었다. ‘수족관이 아닌 바다에서 사람과 돌고래가 함께 행복한 방식으로 돌고래를 만났으면 좋겠다. 배의 물살을 따라 돌고래가 노는 모습이 돌고래가 쉽게 헤엄치게 하는 방식이다.‘ 라는 멘트가 곁들여져 있다.

돌고래 관광선박 업체에 연락을 했다. 돌고래 관광과 관련하여 해수부와 관련 업체들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으며, 현재의 권고 수준인 가이드라인에서 강제조항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제주 바다를 지키고, 돌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철학은 이들도 갖고 있다고 했다. 해상시위 단체의 이야기도 들었다. 보호종일 경우 고래 관광을 위한 영업은 금지되어야 하며, 그 외의 고래 관광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제주바다에서 자란 한 지인은 수영이건 보트건 사람이 바다에서 무언가 활동을 하면 다가오는 돌고래를 많이 경험했다며, 호기심 많은 돌고래들이 순간적으로 보트에 다가 온 사진을 두고 돌고래 관광선들이 반환경적으로 돈벌이에만 집중한다 말하기에는 과하다 이야기 한다. 제주 생태관광을 위한 일을 하는 지인은 철저한 보호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사람들의 인식이 더 빨리 바뀔 수도 있는 거라 이야기를 한다.

현재 해수부에서 제공하는 돌고래 관찰을 위한 가이드는 거리와 방향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전후방 접근 금지구역은 300m, 드론은 30m, 접근 금지구역은 50m이다. 제주도 지역 보호대상해양생물에는 남방큰돌고래와 산호류가 있다. 현재 국가 대표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남방큰돌고래, 물개(동해), 점박이물범(서해), 바다거북(남해) 등이 지정되어 있다.

 생태관광에 명확한 답은 무엇

국제적으로 생태관광 인증을 받은 고래탐사(Whale Watching)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호주 퀸즐랜드의 BlueDolpfinTour 고래탐사 역시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인증을 받고 운영된다. 해상에서 모닝 및 애프터눈 티에 풀 뷔페까지 제공한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관광프로그램들은 방식의 문제이지 프로그램 자체가 문제인건 아니다. 보호종과 아닌 종, 가까운 바다와 먼 바다의 문제가 아니라 고래를 위하는 방식의 문제다.

사진 출처= BlueDolpfin tour 인스타그램
사진 출처= BlueDolphin tour 인스타그램

망치고래(Baird's beaked whale)와 고래상어(whale shark)를 바다 속에서 본 적이 있다. 각각 몰디브와 세부의 호핑투어였다. 전자는 선박은 사람을 내려두고 멀리 가버리고 망치고래 출몰 지역에서 사람은 둥둥 떠다니며 바다 속에 머리를 박고 망치고래를 기다렸다. 후자는 몇몇 선박이 라인을 만들어 고래상어를 유인하기 위해 생선을 던져주어, 가까이서 고래상어를 볼 수 있게 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저 그 순간만을 경이로워 했다. 하지만 이들이 오래 더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똑같았다. 어떤 프로그램이 더 친환경적인 방식인지 논란의 여지는 있다. 목적과 운영 방식, 그리고 한참 뒤에 나타날 결과까지 모두 고려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환경이슈들은 산업적 전환이나 생활 방식의 변화 없이 한 번에 해결되기 어렵다. 옷을 더 오래 입어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써야 한다, 종이 사용을 줄여야 한다 등 각각 이분법적 함정에 빠져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생태관광 연구와 인증제에 참여하며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 또한 생활 방식의 전환이다. 소비지향적인 삶을 살면서, 관광활동에서만 생태적인 행동을 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생태관광인증을 위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다.

 정말 고래를 위하는 일은 무엇일까

실제 고래를 구한 것은 그린피스가 아니라 대체유의 등장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고래기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1982년 포경 행위 금지 이후 사냥당한 고래는 20세기에 사냥당한 전체 고래 중 1퍼센트에 불가하단다. 도리어 유전의 발견이, 고래기름을 대체할 등유의 생산이 고래의 목숨을 구했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어쩌면 생선조각을 먹이삼아 던져주는 선박 덕에 고래가 더 건강해질 수도 있을지 않을까 생각까지 해본다.

내가 아는 정보선에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선의는 우리 모두에게 다 있다. 그리고 정말 지구를 위하는 행동이 무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가진 정보만으로 나와 남의 환경의식 수준을 구분 짓는 일은 안했으면 좋겠다. 서로 많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할 때다. 

김소은 사단법인 연구소 이사

‘어목혼주’(魚目混珠)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고기의 눈을 진주로 착각해 무엇이 어목이고 진주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뜻이다. 상대의 눈을 가리지 말고, 공존의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할 때다. ‘넌 아니야, 내가 맞아’ 기후위기보다 이게 더 심각하다. ‘지구를 위한 착각’ 일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상대를 공격하지 말고, 공존의 방법을 찾자. 그래야 우리도 지구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 김소은 (사)섬연구소 이사, THE(Think for Human & Earth) 관광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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