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상 연구용역’ 보고회, 8월말→추석 전후→10월 연기…법무부 ‘선별재심’ 논란

제주4・3특별법의 핵심인 배・보상과 일괄재심을 두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법무부가 당초 법률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유족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월 국정감사 중 관련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당초 추석 전 발표 예정이던 4・3희생자 배・보상 용역을 10월로 늦추고 법무부는 일괄재심과 관련해 검사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행정안전부는 제주4・3 배·보상 지급대상과 방식을 정하기 위해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당초 8월 말 최종보고를 계획했지만 등급별로 배・보상 금액을 달리하는 이른바 ‘일실이익’을 적용한 사실이 알려져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관련 단체가 일제히 반발했다.

일실이익은 4·3 당시 희생당하거나 행방불명된 당사자의 당시 평균임금(또는 월급여액)에 취업 가능 기간을 곱한 값에 생활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는 결국 발표시점을 추석 전으로 미루고 추가 논의에 들어갔지만 이마저 내부 검토를 이유로 10월로 재차 연기했다. 용역 발표가 늦춰지면서 제주 설명회 일정도 뒤로 밀렸다.

앞선 15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차등지급은 4·3특별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혀 현재로서는 동일지급 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배·보상 지급규모를 두고 내부 논의가 계속되면서 9월 내 발표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는 국정감사 논의 과정을 거쳐 제주에서 설명회를 열고 이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해 이달 중 발표는 어려울 것 같다. 10월에 발표가 이뤄지더라도 그 전에 제주를 찾아 유족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먼저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4·3희생자 특별재심도 논란거리다. 법무부가 법률 개정 취지에 어긋난 선별 재심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져 4·3유족들이 역시 반발하고 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14조에는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등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대상은 1948년 12월29일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회’와 1949년 7월3일부터 7월9일 사이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18호’ 명령서에 첨부된 자로 정했다.

법무부는 4·3특별법 제14조에 명시된 ‘희생자’를 신고주의에 입각해 해석하고 있다. 군사재판에서의 유죄 판결과 관계없이 정부에서 희생자로 인정한 사람만 선별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4·3 수형인명부에 올라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가족이 몰살돼 희생자 신고 자체를 하지 못한 경우는 재심 대상에서 빠진다. 대상자만 600여명에 이른다.

이들 희생자는 수형인명부 2530명 명단에 포함돼 있고 4.3수형인에 대한 재심청구 사건에서도 300여명이 이미 무죄 판결을 받아 법무부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4·3추념식 전날인 올해 4월2일 제주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검에 얘기해서 일괄재심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차등지급과 선별적 재심은 수용할 수 없다”며 “4・3특별법 취지에 맞춰 정부가 결론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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