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오이, 세 번째 4.3 연극 ‘고사리 육개장’ 서귀포서 공연

제주4.3에 무관심하고 연민도 없는 사람들. 아직도 적지 않은 숫자가 현재를 살고 있다. 이들에게 4.3을 어떤 의미로 기억하게 만들까? 질문에 답하는 연극이 열린다.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매 주말마다 개최하는 창작극 ‘고사리 육개장’은 오이의 세 번째 4.3 연극이다. 작·연출 모두 전혁준이다.

사진=예술공간 오이. ⓒ제주의소리
사진=예술공간 오이. ⓒ제주의소리

오이는 지난 2018년부터 총 세 편의 4.3 연극을 만들었다. ▲4통 3반 복층 사건(2018~2019) ▲프로젝트 이어도(2020)에 이은 ‘고사리 육개장’은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4.3을 이야기한다.

삶의 회의감을 느낀 단우(배우 이상철)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상하게 자살에 계속 실패하자 타로점을 보러 간다. 점술사는 자살에 성공하려면 여행을 떠나 조력자를 찾으라는 조언을 한다. 그렇게 단우는 죽기 위한 여행을 제주로 떠난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그림 작가, 정현(채려나)은 4.3 전시회를 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슬럼프가 찾아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정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쟁이를 찾고, 무려 100만원짜리 부적을 쓴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면서 삼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낸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단우와 정현. 두 사람은 식사 후 술자리를 가진다. 다크투어 이야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4.3이 화두로 떠오른다. 각자 가진 4.3에 대한 생각이 부딪치면서, 담론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출연진은 세 명이다. 이상철은 단우 역, 채려나는 정현 역, 이진혁은 삼촌·점쟁이 같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기획은 전하얀, 조연출은 김경미, 무대감독은 고승유, 조명감독은 노현정, 음향감독은 이휘연, 영상촬영과 홍보디자인은 고지호가 맡았다.

세 번째 4.3 창작극을 쓴 전혁준은 소개 글에서 “아직도 제주4.3을 폭동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니체의 명언이 떠오른다. ‘가장 나쁜 독자는 약탈하는 군인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 몇 가지만 취하고, 나머지는 더럽히고 엉클어뜨리며 전체를 모독한다.’ 4.3이 아직 정명 되지 않았다고 해서 폭동이라는 말을 갖다 붙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진=예술공간 오이. ⓒ제주의소리
연극 '고사리 육개장' 출연진. 사진=예술공간 오이.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고사리 육개장은) 4.3 당시를 재연하거나 전체를 다루진 않는다”면서 “이 이야기는 개인의 이야기이자 현재의 이야기다. 슬럼프에 빠지고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저의, 여러분의,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이야기가 시대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고사리 육개장’은 제주시 연동과 함께 서귀포시 서귀동에 위치한 또 다른 '예술공간 오이' 소극장에서 열린다. 서귀포 오이에서는 첫 연극 공연이다. 

공연은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관람료는 1만3000원이다. 예매 시 1만2000원이다. 청소년, 예술인패스, 재관람은 8000원을 받는다. 

공연 시일은 10월 2일부터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오후 3시와 7시에 연다. 예매는 네이버 예약과 전화로 가능하다.

예술공간 오이 in 서귀포
서귀포시 중정로 76,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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